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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 이후, 기대와 염려<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이정배교수(현장아카데미 원장, 생평마당 공동대표) | 승인 2017.05.10 11:05
이정배 교수

40 퍼센트를 조금 넘겼다는 출구조사를 접하며 이 글을 쓴다. 아직 모를 일이나 문재인 후보가 바라던 과반수 득표는 어려울 듯싶다. 지역 몰표 농도가 옅어져 다행이나 특정지역의 보수적 정치성향이 여전히 의아스럽다. 12월에 맞을 대선을 5월 장미 피는 절기에 치른 것은 탄핵정국 탓이었다. 최순실, 박근혜의 국정농단으로 광장의 촛불이 횃불 되어 대통령을 탄핵했기에 가능했다.

추운 겨울 3달에 걸친 20차례의 촛불 집회가 대통령을 권자에서 내친 것이다. 성난 물결이 배를 뒤집듯 주권을 배신당한 이 땅의 사람들이 권력을 소환했다. 이에 밑거름된 것이 3년에 걸친 세월호 유족들의 끈질긴 투쟁이었고 애도하며 기억했던(回憶) 시민들의 공감이었다. 이들의 의로운 싸움 덕에 광장은 직접민주주의의 장(場)되었고 우리들 각자가 이 땅의 주인인 것을 자각하며 금번 결과를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는 과정에서 촛불민심과 결집된 보수 세력, 곧 태극기 부대 간의 갈등과 반목이 우려할 정도가 되었다. 처음 소수의 극우세력이라 여겼으나 일반 시민들도 가세한 보수 세력들의 총반격이었다. 촛불민심을 부정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형 교회 목회자들, 월남한 원로 목사들 그리고 그에 선동된 교우들 심지어 신학대학의 전/현직 교수들도 있었다. 성공한 필자의 고교 동창생들, 교회서 장로 직분을 맡은 이들 역시 태극기 집회의 단골들이었다.

금번 대선을 이념대결, 색깔논쟁으로 몰아간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20퍼센트를 훌쩍 넘긴 것은 이런 이들의 지지결과였다. 촛불정국이 그간의 이념투쟁을 상당부분 종식시켰다고 믿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역시 이런 민심을 내심 등에 없고 문재인과 맞섰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장미대선의 승리자인 문재인 역시 적폐청산이란 개혁과제와 함께 국민통합이란 과제를 걸머지게 되었다. 개혁과 통합, 동전의 양면이긴 하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장미대선 이후의 현실정치가 쉬워 보이질 않는다. 

이제 문재인 정권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힘껏 낮추며 국민의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국정농단사건으로 ‘이게 나라인가?’를 물었던 사람들에게 나라다운 나라 세울 것을 약속한 것이다. 촛불민심이 일궈낸 조기 대선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나라의 주인이 누군지를 알았다.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법조항을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그간 권력(자)에 휘둘려 삶이 고달팠으나 그것의 비루함과 하찮음을 여실히 경험했다. 권력을 두려워하고 불의한 힘에 굴복될 시민들은 더 이상 없다. 대의제를 넘어 광장(직접)민주주의 열망이 솟구친 것도 우리들 미래를 위한 큰 자신이다. 상식이 통하고 노력의 열매가 공정히 나눠지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자신들 시간과 물질 나아가 생명까지도 바칠 마음을 키운 것이다.

촛불 정국에 잇댄 대선, 이제 그 승자가 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간은 다시 구획되어져야 옳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 시대를 명백하게 달리 만들 것을 요청한다. 옳았으나 패배한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온전히 치유, 구원하란 말이다. 미래를 위해선 슬픈 과거가 먼저 회복되어야 마땅하다. 적폐청산도 이를 위해서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성장과 발전을 바라는 온갖 요구가 쏟아져 나올 것인 바, 과거를 보듬는 일이 뒷전으로 밀려날 것 같아 걱정이다. 

금번 대선을 통해 보수기득권 세력이 다시 뭉쳤다. 지역감정보다 더 무섭고 질긴 것이 기득권자들의 수구이념인 것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말이다. 중도로 편입된 경우도 있어 숫자는 줄었으나 결집된 이들의 강도는 이전과 다른 수준일 것이다. 탄핵정국 하에서 4명중 한명이 여전히 이전정권과 맥이 닿아 있음이 크게 놀랍다. 온전치는 않겠으나 탄핵 이전 상태를 회복한 자유 한국당의 위상과 여소야대 정국에서 그의 역할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 향후 사드배치 여부에 이념적 공세가 가열 차 질 것이고 재벌기업 및 노동악법 개혁에 있어 저항이 작지 않을 듯하다. 국민통합이 우선적 가치이고 당위이겠으나 문재인 정부는 이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제 3기 민주정권이 향후 10년 이상의 집권 계획을 세웠고 그에 부응하는 주자들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 보수정당의 극렬 저항을 오히려 당연시해야 한다. 통합보다는 정책대결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우선하는 다른 길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옳다. 물론 뜻과 이념을 같이 하는 이들과의 협치는 그만큼 더 요청된다. 그래서 국민의 당, 정의당 나아가 바른 정당에게도 기대할 바가 크고 많다. 이로써 거짓된 보수 세력이 해체되고 건강한 보수정당이 새롭게 태동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다. 하지만 통합의 프레임에 갇혀 좌우 눈치를 보여 무능력한 정부가 되지 않기를 우선적으로 바란다.

4월 전쟁설이 불거질 만큼 한반도에 대한 세계 인식이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탄핵정국을 틈타 주변 강대국들이 이 땅의 주권을 맘껏 유린했던 현실을 가슴 아프게 경험했다. 나라를 잃었던 한 세기 전의 기억까지 되살려지고 있는 까닭이다.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희생양 삼아 자국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남북 간의 주체적 대화이고 스스로 서려는 민족 주체성의 자각이다.

주변국들을 지렛대 삼아 민족 생존을 보장받고 미래를 담보하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당사자들끼리 논의해야 옳다. 6.25 전쟁으로 학습된 이념적 대결과 전쟁 불안감, 그 트라우마로 인해 우리들 미래를 망칠 수 없다. 그것은 치유할 대상이지 집착할 가치가 아닌 것을 교육과 종교와 정치가 가르쳐 지키게 해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다시 논하고 위안부 협약을 폐기하는 것을 차기 정권의 첫 과제로 삼으라. 주체적 역량, 곧 우리들 힘이 결집될 경우 외교적 갈등은 오히려 자국을 위해 득(得)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 타임紙가 적시했듯이 문재인 정권의 협상능력을 기대해 본다. 평양도 가고 미국도 찾고 일본 또한 오가며 위기의 한반도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민족의 미래를 위한 삶과 죽음의 길이 차기 정권에 달려있는 까닭이다.

촛불민심으로 탄생된 이 정부에게 많은 사람들이 묻고 바라고 있다. 금/흙 수저로 대별 된 양극화를 없애라, 다포시대를 종식하라, 일자리를 늘려라, 노동시간 줄여라, 출산 정책 세우라, 미세먼지 줄여라 등등. 수많은 공약을 내 걸었으니 죽을힘을 다해 감당해야 할 것이다. 말에 힘이 실려야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고 향후 민주정권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순간에 될 일도 아니고 정치인들만의 과제 역시 아닐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정치적 존재가 될 때 가능한 일이다. 의무와 함께 책임이 동반될 때 누구도 홀로 슬프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당선인 5년 임기 중 개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개헌은 시민들과 함께 이룰 작업이다. 소수 정치인들의 당리당략 차원이 아닌 다양한 요구가 솟구치는 현실에 필히 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곳곳에서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를, 이해가 충돌할 때 어떻게 조정할 것인 지를 토론하고 학습하는 기회들이 있어야 한다. 향후 어떤 이름으로 불릴지 모르겠으나 제3기 민주정권으로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으로 촉발된 민초들의 정치, 평화의식을 힘껏 계발시켜야 한다. 그것이 정치비용을 줄여 국민을 살찌우는 길인 것을 명심할 일이다.

이제 끝으로 시민의식을 따르지 못한 기성교회를 향해 하고픈 말이 있다. 주지하듯 종교개혁 500주년과 함께 맞은 대선이었다. 500년 전 루터의 교회개혁은 정치개혁으로 이어져 중세를 넘어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한 세기 전 이 땅을 찾은 기독교는 민초들에게 새로운 세상, 낯선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눈뜨게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촛불 정국 그리고 대선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소위 대형교회들이 보여준 모습은 교회의 무용성을 세상에 고지했다. 기득권에 편승했고 종북 이념을 확대재생산했으며 성소수자를 비롯한 약자들의 벗 되지 못했고 그 곁을 떠났으니 말이다. 시대착오적 이념 논쟁을 기독교 본질로 호도한 탓에 누구도 교회가 주는 물을 생수로 여기지 않았다.

촛불민심과 함께하지 못할 정도로 의식이 굳어졌다면, 아픈 현실을 보지 못하고 천국만 바라고 있다면 그리고 새로운 벽을 쌓고 있다고 느낄 경우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한다. 자신과 다른 길 가는 목회자, 성도들을 정죄, 심판하기 전에 자신들 삶이 얼마나 우(右)쪽에 치우쳤고 바리새파 사람처럼 되었는가를 말이다. 이제는 믿지 않는 이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만큼이나 새로운 기독교인 되는 것을 선교이자 전도로 여길 때가 되었다. 기독교인의 ‘재(再)주체화’, 이것이 새로운 정부를 맞는 교회들의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를 시민사회가 원하는 평화교육장(場)으로 만들라. 기독교의 진리가 세상 속 평화로 구현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문재인을 경험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을 보며 피하고 싶었던 정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였기에 한 번의 실패를 딛고 이 땅의 대통령이 되었다. 바보 노무현의 공과 화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실패는 줄이고 공적은 크게 쌓을 것으로 믿는다. 재난관리를 잘하여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다시는 없게 해야 할 것이다. 광화문 시대를 열어 국민과 소통한다 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그 순간을 상상해본다.

글을 마감하는 10일 새벽, 그의 득표율이 출구조사의 그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5명의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과반 득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국민과 함께 나라를 개조하라. 행여나 인(人)의 장막에 갇혀 사람 잘못 쓰는 누(累)를 범하지 말기를 기도할 것이다. 국회에서 대통령선서를 하는 문재인의 어깨가 무거울 터 우리 모두가 함께 그 짐을 나눠지자. 인수위원히도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그의 고뇌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임기를 마치는 그날 우리 모두 붉은 장미들 크게 묶어 한 다발 그에게 선물했으면 좋겠다.

2017년 5월 10일 대선 다음날 새벽에

이정배교수(현장아카데미 원장, 생평마당 공동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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