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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가 정죄되지 않을 신학적 근거', 이야기하고 알려야퀴어성서주석 번역본 출간 앞둬...'투박하게 시작하는 한국퀴어신학운동' 이야기 마당
김령은 | 승인 2017.05.18 18:27
17일(수) 향린교회 예배당에서 '투박하게 시작하는 한국퀴어신학운동'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에큐메니안

퀴어성서주석 번역본(한울 엠플러스)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번역 작업에 걸린 기간만 약 2년. 참여한 사람들만 총 27명, 재번역에 참여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약 40여명이 손길을 보탰다. 번역 작업을 추진한 사람은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 2007년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성소수자 혐오에 지쳐가던 무렵, 2015년에 번역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2년여에 걸친 번역을 끝내고 이제 한 문장씩 세밀하게 검토하는 과정만 남았다. ‘팩트’에 기반한, ‘제대로 된’ 퀴어성서주석 번역본이 곧 출간된다. 

17일(수) 저녁, 향린교회 예배당에 번역에 참여한 이들과 출간을 축하하는 이들이 모였다. 매달 월례강좌를 진행하는 길목협동조합 주최로 번역자로 참여했던 이영미 교수(한신대), 이진실 씨(섬돌향린교회), 한나 씨(카이로스)가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되어 한국퀴어신학운동의 지평을 되짚어 보는 이야기 마당도 열렸다. 각각 예레미야, 에스더, 누가복음 번역에 참여했다. 이야기 마당의 제목은 ‘투박하게 시작하는 한국퀴어신학운동’. 아직도 고른 평지가 되지 못한, 한국퀴어신학운동이 걸어가야 할 길들을 함께 내다 봤다. 한국에서 ‘퀴어 기독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자리는 여전히 투박했다. 

이야기는 퀴어신학운동이 자리 잡아야 할 ‘투박한’ 우리 삶의 자리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사회는 고상균 목사(향린교회)가 맡았다. 지난 대선과는 다르게 성소수자 이슈가 전면에 드러났던 이번 대선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연일 ‘사이다’같은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야기 손님들은 대부분 이번 대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투박한' 퀴어 기독인의 삶의 자리 

에스더를 번역한 이진실 씨는 퀴어 이슈와 관련해 이번 대선은 실망감이 컸던 선거로 기억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나중에’를 연호했던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를 시작으로 육군참모총장이 성소수자병사를 색출하라고 지시했던 사건도 있었다. 정권교체가 기쁘지만은 않았던 선거였다. 

누가복음을 번역한 한나 씨는 이번 대선이 한편으로는 ‘속 시원했다’고 전했다. 속풀이에는 심상정 후보의 역할이 컸다. 심상정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사과를 받아 낸 것, 마지막 1분을 통해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 가장 감명 깊었다고 했다. 

한편, 선거 기간 중 한국 기독교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영미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성 평등 이슈가 충분히 공론화 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개신교야 말로 제한적으로 성 평등을 인정하는 집단이라고 봤다. 한국 기독교는 가족체계가 위협될 때만 성 평등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하나님이 세운 혼인질서에 기초한 가족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독교적 정체성으로 통용되는 것도 놀라운 점이라고 했다. 때문에 혼인에 기초한 가족을 위협하는 성윤리는 정죄해야하고 막아야하는 것이 곧 정체성의 표현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진실 씨는 생식을 목적하지 않는 성적 욕망을 죄악시하고 금기시 해왔던 교회의 신념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신념이 기반 해 있는 성서 본문 또한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대로 성서적 교리로 받아들이는 게 맞는지 생각해 봐야한다고도 했다. 동성애뿐만 아니라 성적욕망에 있어서 해방되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한국 기독교가 넘어서야 하는 과제다. 

이렇듯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한국 기독교에서 퀴어신학운동은 가능한 것일까? 

누가복음 번역에 참여한 한나 씨 ⓒ에큐메니안
예레미야 번역에 참여한 이영미 교수 (한신대) ⓒ에큐메니안
에스더 번역에 참여한 이진실 씨 ⓒ에큐메니안

신학적으로 동성애가 정죄되지 않을 가능성...이야기하고 알려야

이영미 교수는 퀴어성서주석 번역본 출간이야 말로 한국 퀴어신학운동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표지라고 했다. 퀴어신학운동이 공명을 가지기 위해 본 주석이 그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석이 원론적이라면 앞으로는 한국 기독교의 상황에 접목된 주석이 나와야 할 차례다. 이 교수는 이번 출간이 운동(movement)이 되어 퀴어신학운동이 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이진실 씨는 퀴어성서주석을 통해 먼저 신학적으로 동성애가 정죄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 씨의 주변에는 ‘착한 기독교인’이 많았다. 차별과 혐오를 그다지 내켜하지는 않지만 퀴어 이슈에 대해서 ‘좋아요’를 누르기 망설여 하는 사람들. ‘너도 죄인, 나도 죄인’이라는 어설픈 태도의 기독교인이 많은 상황이라면 퀴어성서주석을 통해 정면 돌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한나 씨는 이번 번역에 참여하며 자신이 먼저 ‘은혜를 받았다’고 표현했다. 퀴어 신학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동성애를 정죄하지 않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도 자유하게 되는 일이었다. 시혜적인 태도에서 더 나아가 퀴어성서주석은 모든 기독교인들의 영적성장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노래지기로 참여한 터울 씨(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야기 마당 중간중간, 터울 씨의 공연이 있었다 ⓒ에큐메니안

그렇다면 퀴어성서주석은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 책을 읽는 목회자, 평신도, 퀴어 기독교인들에게 퀴어성서주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퀴어성서주석은 '해체된 중심'에 대한 코멘터리

이영미 교수는 퀴어성서주석이 목회자들에게 귀중한 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껏 동성애에 관한 신학 논쟁에 있어 ‘성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다’는 대답은 끝이 없는 평행선 이었다. 그러나 퀴어성서주석은 기존의 논리가 중심이고 그것이 잘못 됐다는 반박이 아닌 중심을 해체해 버린다. 이 교수는 ‘중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 이야기를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이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가치는 곧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주는 좋은 주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진실 씨는 이 책을 당사자들, 곧 퀴어 기독인들이 읽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들을 정죄하고 죽이기도 하지만 결국 살리는 것도 종교였다. 이 씨는 퀴어신학의 필요성은 결국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한나 씨는 퀴어성서주석은 하나님 나라를 끊임없이 ‘퀴어링’하는 시도에 있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퀴어기독인들이 만났던 예수님, 하나님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필요한 좋은 재료가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많은 성소수자들이 교회로 돌아오는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전했다. 

이날 이야기 마당에서는 퀴어성서주석 구매 예약 신청을 받기도 했다. 구매 예약을 한 이들은 출판 진행상황을 메일로 받아 볼 수 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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