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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필그림최병학 목사의 <문화로 본 성서>
최병학 목사 (남부산용호교회) | 승인 2017.05.25 14:22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포스터

무엇인가 간절히 이루고, 바라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신을 부르짖는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신을 부르고 이것은 ‘종교’라는 형식으로 세련되어지고 통시적 역사에 따라 조직화되며 문화에 따라 공시적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처음 신을 찾던 순수한 마음과 달리 종교는 점차 변질되었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PK, 2015), 이 영화는 종교라는 무겁고 위험한 주제를 아주 유쾌한 방법으로 꼬집고 있다. 우리에게 <세 얼간이>(2009)로 친숙한 라즈쿠마르 히라니(Rajkumar Hirani) 감독은 '인도 영화계의 3대 칸'1) 중 한 사람인 아미르 칸(Aamir Khan)의 입을 빌어 종교의 나라 인도에서, 인간이 만든 신에 추종하는 사람들의 믿음, 특히 그 신을 만들고 따르게 한 사람들, 곧 사제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과연 우리는 인간을 만든 신을 믿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만든 신을 믿고 있는 것일까?

1. 필그림: 지구로 온 외계인, 피케이
 
주인공 피케이(아미르 칸 분)는 외계 행성에서 지구로 온 외계인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리모컨)이다. 알몸으로 온 그가 지구를 탐사하기도 전에 처음 본 지구인에게 목걸이를 도둑맞고 만다. 우주선과 연락 할 수 있는 ‘전화와도 같은 목걸이(‘전화’라는 메타포는 신과의 소통도구이다, 기도로 보아도 좋을듯하다)’를 도둑맞은 것이다. 목걸이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피케이에게 사람들은 “신에게 물어봐, 신이 도와 줄 거야.”라고 말한다. 이에 피케이는 신에게 목걸이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필그림, 지구로 온 외계인 피케이의 순박한 순례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
 
사원을 가도 교회를 가도 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기에 피케이는 ‘신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사실 피케이라는 이름의 뜻은 ‘주정뱅이’). 각종 신들에게 각 종교의 방식으로 기도를 드리는 피케이, 그러나 모순점을 발견한다. 신에 대해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신에 대한 의문점만 늘어간다. 종교의 차이로 인해 사람들이 각기 다른 신을 믿는 것도 이상하고, 아내가 아파서 기도를 드리러 온 사람에게 ‘멀리 있는 큰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라’고 하는 사제의 말도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어떤 종교는 소를 먹어선 안 되고 다른 종교는 소를 죽여야 하고, 또 해가 지면 금식해야하는지 해가 뜨면 금식해야하는지 종교마다 방식이 다 달라 피케이는 큰 혼란을 느낀다.
 
2. 옷과 신: 신은 패션?
 
처음 지구로 왔을 때 벌거숭이였던 피케이는 여러 가지 옷들을 입으며 인간들의 생활을 경험한다. 아나운서인 자구​2)가 지하철역에서 처음 피케이를 만나 헬멧을 쓴 이유를 묻자 ‘노란색이기 때문에 눈에 띄기 위한 장비’라고 답한다. 일반적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장비인 헬멧을 다른 각도로 보는 것이다. 또한 피케이는 차에서 옷을 주워 입는데 위에는 남자 옷, 아래는 여자 옷을 입고 시장을 간다.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피케이를 비웃는다. 그러나 과부도 흰 색 옷을 입고 신부의 웨딩드레스도 흰 색 옷임을 지적하며 옷에 대해 인간들이 만들어낸 의미들을 내파(inplosion)​3)하기 시작한다. 사실 옷을 구분하고 의미를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옷에 의미를 두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낸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코믹한지를 잘 비틀어준다.
 
따라서 힌두교도인 자구(아누쉬카 샤르마 분)와 이슬람교도인 사파라즈의 사랑을 방해한 사제 앞에, 피케이는 다양한 종교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 그리고 사제에게 사람들의 종교를 맞춰보라고 하는데, 사제는 당연히 종교인들이 입은 옷으로 그들의 종교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입은 옷과 종교인의 종교는 달랐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할진대, 오늘날의 종교가 내용보다 형식에 치우침을 살짝 비꼬는 것이다. 따라서 피케이는 “종교는 곧 패션이다.”라고 말한다. 신의 존재보다는 만들어낸 신을 맹목적으로 믿는 종교 문화를 적나라하게 꼬집는 장면이다. 스스로 본질을 가리는 편견을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 본질에서 벗어난 오늘의 종교를 이렇게 그려준다.
 
<다양한 종교의 옷을 입은 사람들, 그러나 입은 옷과 사람들의 종교는 달랐다>
3. ‘주식회사 (神)’와 사장인 사제: 인간을 만든 신, 인간이 만든 신
 
차츰 피케이는 ‘신은 한 분이 아니라, 아주 많고 신마다 규정도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종교를 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라고 비유하며 종교들마다 직원들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신과 소통하는 전화기’(진정한, 간절한 기도를 뜻함)를 고칠 때까지 종교에 의지하지 말고, 인간들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신의 대리인이 아닌 서로에게 의지하라”, “가짜 신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기 돈벌이에 이용한다.”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신은 두 종류이다. ‘인간을 만든 신과 인간이 만든 신’, 피케이는 사람들을 만든 신이 아닌, 사람들이 만든 신을 사람들이 믿는다고 비판한다. “우리는 우리를 만든 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인간이 만든 신은 사제와 같다.” 즉 인간이 만든 신은 편협하고 뒷돈을 받으며 헛된 약속을 한다는 것이다. 부자는 잘 만나주지만 가난한 사람은 기다리게 하고 아부하는 사람은 잘해주되, 정직한 사람은 돌려보낸다. 무분별하게 신에 대한 믿음만을 강요하고 물질적인 이득만을 취하려는 종교에 대한 비판이자, 동시에 진정한 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따라서 피케이는 사람들을 갈라놓고, 죽이기 때문에 인간이 만들어낸 신,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번호’(거짓된 사제의 기도)라고 한다. “진정한 신이라면 우유를 몸에 부어라. 히말라야의 사원에 가서 기도하라. 돈을 넣어라. 등 헛된 약속을 하지 않고 바로 도와 주실텐데. 그렇지 않으면 이 신은 잘못된 가짜 신이다.” 피케이의 외침은 비단 인도의 종교를 향한 외침뿐만 아니라, 종교개혁 50주년을 맞은 오늘 한국 개신교를 향한 일침이다.
 
4. 필그림: 지구를 떠난 외계인, 피케이
 
피케이는 결국 우주선 리모컨을 찾는다. 리모컨을 훔쳐간 사기꾼이 사제에게 팔아 버린 것인데, 찾게 된 것이다. 얼간이로 보였던 피케이는 그렇게 떠났다. 인간들이 자신들이 만든 신으로서로를 지배하고, 억압하는 지구를, 그리고 지구는 그가 떠난 지금도 여전히 자신들이 만든 신으로 ‘주식회사 (神)’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에? 아니 한국도!
 

​1) 모두 1965년 동갑으로 아미르 칸은 ‘아미르 칸 프로덕션’의 대표로 영화 제작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 배우는 물론 감독으로까지 다재다능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2009년 초특급 흥행작 <세 얼간이>와 2008년 흥행작 <가지니>라는 작품으로 역대 인도영화 흥행순위 1, 3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최고의 흥행작에 모두 이름을 올린 그는 발리우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흥행보증수표이다. 샤룩 칸(Shahrukh Khan)은 <내 이름은 칸>(2011)로 유명한데, 인도 영화계에서 국민배우로 여겨지는 스타이다. 웬만한 발리우드의 대표작에 얼굴을 비춘 샤룩 칸은 장난기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그는 TV 시리즈에 출연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영화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1992년부터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인도에서 제일 잘나가는 흥행 배우로 우뚝 섰다. 2009년 8월에 <내 이름은 칸>이라는 영화의 홍보 차 미국을 찾았다가 뉴저지주의 뉴왁 리버티 공항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때 인도 국민들이 ‘인종차별’이라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살만 칸(Salman Khan)은 한국에 크게 흥행한 영화가 없어 생소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영화 <국제시장>이 인도 릴 라이프 프로덕션(Reel Life Production)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려 힌두어로 제작이 되는데, 주연이 바로 살만 칸이다. 인도판 ‘국제시장’은 1947년 영국이 인도에서 철수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갈라질 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2) 자구는 벨기에에서 유학하던 중 파키스탄에서 온 사파라즈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슬람과 힌두교라는 종교의 차이로 인해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고 힌두교 사제는 자구에게 그가 곧 자구를 배신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로 다음날 결혼식에 편지 한 장만을 전하곤 사파라즈는 사라져버린다.

3) 내파는 외파(explosion)에 대해, ‘내부적 원인에 의한 폭발’을 의미하는 장 보드리야르(J. Baudrillard)의 신조어이다. 포스트모던 사회를 지배하는 기호체계와 시뮬라크르는 오로지 자기증식의 마지막 단계에서만, 그 자기증식의 무게 자체에 의해서만 파괴될 수 있다고 본다. 데리다(J. Derrida)에게 ‘텍스트의 바깥은 없는 것’처럼, 보드리야르에게 ‘코드의 바깥은 없다’. 코드에 저항하고 그것을 상대화할 근거는 코드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호는 무한히 불어나서 다른 기호에 대한 변별적 의미를 상실하기 전까지, 다시 말해 유사한 기호가 너무 많아져 기호로서의 기능과 가치를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저항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 지배력의 극치에서 오는 자기 붕괴로서의 내파 뿐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 이르면 이미 무수한 것이 소멸한 이후이다. 정치와 권력이, 사회와 역사가, 성(性)과 예술이, 그러나 그 이전에 의미라는 것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다. 정보는 무한하게 많아지되 의미는 점점 더 사라지는 시대, 그것이 포스트모던의 마지막이다. 종교적으로는 종교는 무한하게 많아지되(종교의 예복이 다양한 것처럼) 의미는 사라지는 포스트종교(post-religion)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보드리야르에게 의미의 소멸이 모두 과잉과 포화가 부르는 재난인 것처럼 종교의 과잉과 포화는 종교의 본질에 대한 재난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보드리야르의 “기호의 안개 속에 실재가 사라진다.”라는 말은 “종교의 안개 속에 신의 실재가 사라진다.”로 바꾸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드리야르의 이런 비관적 전망과 허무주의는 그의 사상의 특징이자 한계이지만, 종교에 있어서 이것은 현재적 상황이자, 종교적인 근본주의의 요청이 된다.

 

최병학 목사 (남부산용호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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