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칼럼
같이 살자<이수호 칼럼>
이수호 | 승인 2017.07.03 15:06

지난 12월 31일 저녁, 한해를 보내는 칼바람 속에 광화문 광장은 촛불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박근혜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부르짖는 ‘송박영신’ 제 10차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날은 서울만 80만이 모여 연인원 1000만을 돌파하는 날이기도 해서, 모인 시민들은 실질적인 승리를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헛헛했다. 박근혜가 퇴진하면 뭐가 달라지는 건데? 박근혜가 탄핵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하지? 알 수 없는 찜찜함이 환호와 박수의 뒷자리에서 그림자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2부 문화제의 초청가수로 나온 솔가와 이란이 등장할 때도 우리는 그냥 무덤덤했다. 그러나 기타 하나씩을 메고 나와 <같이 살자>라는 노래를 차분히 부르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면서 바로 이것이로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이렇게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구나 했다.

......

바람과 물을 따라/ 여기에 모인 우리 

볶아먹고 비벼 먹고/ 무쳐먹고 지져먹고

방귀 뽕 트름 꺽/ 걱정 없이 같이 살자

두물머리 지렁이/ 강정의 고래들/ 밀양의 할매들/ 영덕의 대게도

방귀 뽕 트름 꺽/ 걱정 없이 같이 살자

같이 산다는 건/ 날 덜어내고/ 너를 채우는 일

같이 산다는 건/ 내 우주 너의/ 우주 만나는 일

같이 살자 같이 살자꾸나/ 같이 살자 같이 살자꾸나

......

박근혜는 파면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든든하고 멋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인천 국제공항으로 달려가, 거기서 근무하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함께 참석한 청소 용역 노동자들은 눈물을 훔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는 화장실 구석에서 점심밥을 먹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내년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 시한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시급으로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500만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생존권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정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 위원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모든 회의의 전면 공개나,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사업자를 위한 대책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약속한 시급 1만원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 대화가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안하고 주도는 하지만 참여 부문이나 단체, 개인의 자주성이 보장돼야 한다. 누구도 소외 되거나 들러리가 되어선 안 된다. 보여주기 식 성과 중심으로 급하게 서두르는 건 더더욱 안 된다. 18년 만에 다시 머리를 맞댄 노사정을 비롯한 이해 당사 집단의 대표들이, 진지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이루어내도록,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차별을 줄이고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촛불시민혁명의 길이다.

이수호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2-313-0179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Copyright © 2017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