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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로 위장한 악마에게 속지 않기<이병두 칼럼>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 승인 2017.07.05 15:34

1.

수행자 싯달타 보살이 ‘위없는 깨달음[無上正等正覺]’을 성취하기 직전의 일이다. 싯달타가 정각을 이루면 자신의 입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본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위협을 하였다. 그러나 보살이 이 협박에 꿈쩍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자신의 딸 셋을 아름다운 천녀天女로 변하게 하여 싯달타를 유혹하게 한다.

“거룩하신 세자여,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바라보는 당신을 우리가 모시고자 합니다. 우리들은 젊고 아름다워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처녀들인데, 하늘나라에서 세자를 잘 모시라고 보내셨으니 항상 곁에 있게 해주소서!”

“그대들이 선행을 조금 쌓아 천녀의 몸을 받았으나 어찌 무상無常함을 알지 못하고 요염을 떨고 있소? 몸은 비록 아름다우나 마음은 아직 정숙하지 못하구려. 악행을 쌓으면 죽어서 축생의 몸을 받아 고통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그대들이 지금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하니 그 뜻이 순수하지 못하구려. 이제 물러가시오. 나는 그대들의 시중이 필요하지 않소이다.”

수행자 싯달타가 이 말을 마치자마자 마왕의 딸들은 늙어 초라해진 모습으로 변해버렸고, 마왕 파순은 다른 방법을 찾아 싯달타를 설득하려고 하다 다시 실패하고 만다.

(붓다뿐 아니라 수많은 성인과 여러 종교의 교조들이 비슷한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듯이, 여기에 나오는 악마는 실상 우리 의식 밖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감정과 욕망의 변화였을 것이다.)

2.

며칠 전(2017. 7. 3.) 아침마다 ‘카톡’으로 귀한 글을 보내주는 멋진 벗이 재미있는 만화를 보내왔다.

강물에 숨어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악어가 꿈쩍도 하지 않으며 마치 나무토막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물소 두 마리가 다가와서 한 마리는 “악어 같다”고 하고 다른 한 마리는 “나무 토막 같다”고 하다가, 악어 같다고 했던 소가 나뭇가지로 툭툭 건드려 보고 물을 끼얹어 보기도 하지만 악어는 끝까지 꿈쩍 않고 위장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제 마음 놓고 그 위로 뛰어들었던 물소가 그대로 끌려 들어가 악어 밥이 되고 만다.

물소 무리의 이 어리석은 일은 계속 이어진다. 처음에는 그냥 웃으며 이 그림을 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여러 벗들에게 이 그림을 보내주며 이제 가훈을 “악어와 나무토막은 구별하자!”로 바꾸자는 우스운 소리를 하였지만, 마냥 웃음을 지을 수 없는 만화였다.

3.

수행자 싯달타 보살이야 아름다운 천녀로 위장한 마왕 파순의 딸들을 알아보고 그들을 굴복시키지만, 위 그림의 물소들은 악어의 위장술에 속아 넘어가 계속 희생을 당하고 있다. 아마 일반 중생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대중들은 이 어리석은 물소 떼처럼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년 동안을 이렇게 속아왔고 지금도 속고 있으며 앞으로도 오랜 동안 그렇게 속아갈 것이다. 정치인에게 속고, 사상가에게 속으며, 종교인에게 속고, 이념에 속고, 돈의 유혹에 속아 넘고 …….

악어가 물 위로 몸을 드러내고 있으면 속지 않겠지만, 이 만화 속 이야기처럼 인간 세상에는 수많은 악마들이 천녀로 위장을 하든가 이 악어처럼 속임수를 써서 대중들을 속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거룩한 옷’인 사제복이나 승복을 입고, ‘신부 ‧ 승려 ‧ 목사’라는 ‘거룩한 이름’을 내세우며 악마의 모습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는 이들의 실상을 알아채고 그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기는 정말 힘들 것이다. 더욱이 겉으로는 권력과 담을 쌓고 있는 대단한 수행자라도 되는 것처럼 그럴 듯하게 꾸미고 입으로 그럴 듯한 말을 내보내는 이들에게 속지 않는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성도成道 직전의 수행자 싯달다처럼 천녀로 꾸민 악마의 존재를 꿰뚫어보고 “그대들이 지금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하니 그 뜻이 순수하지 못하구려. 이제 물러가시오. 나는 그대들의 시중이 필요하지 않소이다.”라며 물리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 이럴 때에 누가 《천사로 위장한 악마 구별법》 책이라도 한 권 내주면 좋겠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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