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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순 할머니와 시래기 된장국이야기[칼럼] 박철 목사의 아름다운 순간
박철 목사 | 승인 2017.08.30 21:59
▲ 이현주 목사 ⓒ박철

경기도 화성 남양에서 목회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부흥회 대신 신앙수련회라는 제목으로 많은 저술을 활동을 하시는 내가 존경하는 이현주 목사님을 초청해서 2박 3일 말씀을 들었습니다. 시간 시간 교우들이 귀한 말씀에 매료되어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현주 목사님은 아침밥은 안 드시고 점심, 저녁 하루 두 끼 식사를 하시는데 식사를 맡은 가정에서는 지극 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해서 대접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집마다 빠지지 않고 고깃국에 불고기, 잡채 등 기름진 반찬이 상에 올랐습니다. 이현주 목사님은 고기를 안 드시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도 천천히 음식을 잡수시는데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는 적이 없으셨습니다.

꼭 반 공기를 남기셨습니다. 소식을 하셨던 것입니다. 식사를 대접하는 교우들 가정에서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내가 대신 이현주 목사님 몫까지 곱빼기로 먹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날 오후시간이었습니다. 집회는 절정에 다 달아 모든 교우들이 은혜의 진수에 빠져들어 얼굴이 천사처럼 환하게 빛났습니다. 이제 마지막 점심밥을 대접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점심밥을 대접하기로 한 가정은, 70이 넘은 혼자 사시는 임봉순 할머니 집사님 가정이었습니다. 고향이 충청도 분인데 고향을 떠난 지 수십 년이 되었어도 늘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셨습니다.

우리 교회에 제일 가난한 집이었습니다. 집도 방 한 칸이고, 어른이 서로 마주보고 네 명이 앉으면 딱 맞을 만큼 작았습니다. 주일낮 예배 시 광고시간에 강사 식사 대접을 하실 분들은 자원해서 신청하라고 했더니, 주일 오후 임봉순 할머니가 주택으로 나를 찾아오셨습니다.

“목사님, 지가유.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오늘날 까정 하느님 은혜로 살아왔시유. 그란디 한번도 주의 종님들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 못했어유. 그래서 내가 죽으면 그게 제일로 한이 될 것 같아 이번 집회에 강사 목사님과 우리 박 목사님 점심밥 한끼 대접하고 싶은디유.

이 할망구가 주책이지유. 내가 아까 교회에서 목사님 광고하실 때 창피해서 손을 못 들겠더라구유.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는디유. 목사님 제 청을 들어 주실라유?”

내가 임봉순 할머니 손을 붙잡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날 점심식사를 대접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현주 목사님과 나와 아내 셋이 임봉순 할머니 댁을 방문했습니다. 군불을 얼마나 지폈는지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담요를 깔고 앉았습니다.

임봉순 할머니 집사님이 음식을 차리기 시작하는데 한 상 가득히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놓았습니다. 그릇도 거의 옛날 사기그릇이었고 반찬은 전부 나물 종류였습니다. 임봉순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지가유, 돈주고 산 건 하나도 없어유. 지가 작정하고 지난봄부터 준비한 나물이여유. 고기반찬은 없지만 맛있게 잡수세유.”

이현주 목사님이 감사기도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이현주 목사님도 목이 메이는지 기도를 하시다 잠시 멈칫하셨습니다. 음식은 모두 정갈했습니다. 국은 시래기 된장국이었습니다. 이현주 목사님은 공기 밥을 국에 다 말더니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음식을 잡수셨습니다. 그리고 반 공기를 더 달라고 하시곤 마저 다 잡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얼마나 감격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이현주 목사님이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하자 임봉순 할머니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십니다. 임봉순 할머니 얼굴은 새색시 얼굴처럼 발그스름해졌습니다. 임봉순 할머니는 지금도 살아 계십니다. 추운 겨울날에는 임봉순 할머니가 끓여준 시래기 된장국이 가끔 먹고 싶습니다.

박철 목사  webmaster@ecuem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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