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학술 보도
민중선교와 주민조직운동민중신학과 교회 ➃
고수봉 기자 | 승인 2017.10.13 00:49

7,80년대의 특수한 상황이 학자들로 하여금 민중신학을 낳았다면, 현장의 목회자들은 민중교회와 민중선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구제 활동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렇다면 민중교회의 민중선교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까?

민중선교와 주민조직운동

지난 10일(화) 세미나의 주제는 주민조직 방법론으로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이하, 기빈협) 총무로도 활동하고 있는 우성구 목사(새날교회)가 수업을 맡았다. 그는 생명선교연대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가 말하는 주민조직운동은 일반적 교회가 사회 선교라고 부르는 구제 활동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는 교회의 구제 활동이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주민조직운동의 1938년 미국 시카고에서 사울 D. 알린스키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주민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길 바랐으며, 지역사회와 삶의 주인이 되길 바랐다. 주로 시카고 공업 주거 지역에서 활동한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우성구 목사가 민중신학과 교회 세미나에서 조민조직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고수봉

알린스키의 주민조직운동이 한국의 민중선교에 결합된 것은 1970년 전후의 일이다. 고 오재식 선생은 미국 유학시절 알린스키를 만나게 됐고, 한국 민중운동에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인연으로 미국 북장로교로부터 3년간 10만 달러의 지원을 받아 연구소를 설치하고, 신학생과 평신도를 중심으로 주민조직운동 훈련을 시작했다.

주민조직운동 활동가를 양성하는 도시선교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이 바로 고 박형규 목사이다.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1971년 9월 ‘수도권도시선교위원회’로 독자적으로 활동하다가 1976년 5월 한국특수지역선교위원회로 활동의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79년 조직이 해체된 이후에도 주민조직 운동가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활동을 이어오다가 85년 기빈협을 조직해 오늘에 이르렀다.

주민조직운동의 핵심, 세력화와 인간화

알린스키의 주민조직 방법론이 현장 목회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은 무엇일까?

알린스키는 “주민이 할 수 있는 일을 절대로 대신해 주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체제나 권력은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즉, 순응하는 인간으로 길러내려 애쓴다. 우리가 거쳐온 권위주의 시대,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으로 이어지는 시대에는 국가를 위해 복종해야 했으며, 개인은 철저히 무시됐다. 주민운동의 첫 번째 목적은 주민이 스스로 삶의 주체로 서는 것이다. 민중선교 현장의 목회자들이 동의했던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교회의 구제활동은 가난한 사람에게 빵을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귀결된다. 때론 그것이 종교적 우월감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민중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의 원인을 물었고, 해소되길 원했다. 일시적인 종교적 연민은 가난한 사람을 종교적 행위의 도구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함께 싸우고자 했다. 민중교회 목회자들은 주민조직운동 방법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주민조직운동의 또 다른 특징에 대해 우성구 목사는 ‘힘과 세력화’를 말한다. 그는 “세상에서 힘이 되는 것은 권력과 돈, 지식이다. 하지만 민중, 특히 7,80년대 도시빈민은 이런 것들이 부재한 힘없는 사람들”이라며, “주민조직운동은 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사람을 모아 세력화를 유도한다. 그것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목적으로 ‘인간화’를 말한다. 우 목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정치, 자본, 제도, 이데올로기에 의해 비인간화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며 “지역에는 고집불통인 사람도 있고, 욕심 많은 사람도 만난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억압된 상황에 매여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도 인간화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목적과 정신에 입각한 주민조직운동은 주민들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들의 이웃이 되어 필요를 살핀다. 주민조직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 하나되기’이다. 이를 위해 주민조직 활동가들은 스스로를 내려놓고,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살피는 훈련과 성찰을 매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을 통해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향해 언제나 가르치려 드는 교회의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수봉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2-313-0179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Copyright © 2017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