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자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전중환 교수는 진보와 보수의 쟁점이 ‘경제 영역’, ‘사회집단 차별 영역’, 그리고 ‘번식 전략 영역’에서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좌우 일차원 축으로 진보와 보수를 구분할 수 있다는 통념에 회의적인 것이다. 전중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전중환: 2016).

가령 경제 영역에서 가난하거나 학력, 인종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자원 재분배를 지지하는 성향이 더 높다. 진보적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 진보적인 가난한 백인은 사회집단 영역에서 보수적일 수 있다. 성, 인종, 종교 등 집단 간 차별을 유지하는 것이 자기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번식전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난한 남성이라면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회에서 추가적인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지 않다. 성적 엄숙주의를 지지하는 보수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중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사람이 보수당을 찍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들 흔히 말하는데, 경제 정책만 보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보수당은 사회집단 간 차별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는 중요한 이익을 제공합니다. 더욱이 성적 엄숙주의도 가난한 사람에겐 상대적으로 도움이 되지요.”

▲ 강남의 고층빌딩들은 번식전략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에큐메니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가난한 기독교인들이 왜 동성애와 낙태를 비판하는지를 알 수 있는 이론이 된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경제영역 차별보다는 사회집단 차별 영역과 번식 전략 영역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진화적으로 중요했던 영역이 셋이 있다는 접근법을 택할 때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던 현상이 명쾌하게 설명이 되는 것이다.

강남좌파도 마찬가지이다. 상속자보다는 고학력자와 같이 자기 능력으로 출세한 사람의 경우 경제 영역에서 자원 재분배 정책으로 손해를 보지만, 사회집단 차별이 사라질수록 큰 이득을 본다. 개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연령이든 지역이든 인종이든 종교든 자신이 유리하지 않는 사회적 차별이 철폐될수록 이익이 된다. 따라서 어느 나라이건 고학력자가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정리를 해보면, ‘경제 영역, 사회집단 차별 영역, 그리고 번식 전략 영역’ 이 세 영역에서 보수당은 각각 ‘경제적 자유주의, 차별 묵인, 성적 엄숙주의’를 대변한다. 반면 진보당은 ‘자원 재분배, 차별 철폐, 성적 자유주의’를 대변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진보당과 보수당 중 누구를 지지할지는, 세 쟁점에서 그가 가장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선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최병학 기자  hak99@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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