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웃종교 칼럼
앙코르와트 창조설화 부조에 각인된 이데올로기캄보디아를 이해하는 키워드, 카르마 (4)
이성욱 | 승인 2017.10.18 02:15

이사 후 수만권의 그림책들을 정리하느라 3주간 노가다의 연속이었다.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안 뻐적지근한 곳이 없다. 에구구... 그래도 캄보디아에는 값싸게 받을 수 있는 맛사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정리의 끝이 보인다. 흐흐흐

다시 앙코르와트, 다르마, 카르마... 이런 이야기의 연재를 이어간다.

윤리관으로 제시된 카르마 사상이 숙명론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이 부분은 상좌불교 국가인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의 불교시민운동 활동가들이 모여서 숙명론적 카르마를 극복하기 위한 세미나를 연 후 그 결과물로 Re-Thinking Karma라는 책이 나왔는데, 거기 보면 잘 나온다)

이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앙코르와트에 있는 부조 중에 창조설화를 조각한 부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앙코르와트 사원에 조각된 창조설화 부조 ⓒ이성욱 제공

앙코르와트는 비쉬누에게 헌정된 힌두교 신화이다. 그러므로 부조에는 앙코르와트를 지으라고 명령한 왕인 수리야바르만 2세의 정복활동과 힌두교의 대표적인 신화들이 조각되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힌두교의 창조설화이다.

힌두교의 창조설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각자 알아서 찾아보시길 바란다. 이 설화에는 바수키라는 뱀이 등장하니, 바수키와 힌두교 창조설화로 검색하면 나올 듯...

이 설화에서 선한 신과 악한 신은 양편으로 나뉘어서 바수키를 쥐고 우유의 바다를 휘젖는다. 그런데 굉장히 정교하게 조각되어진 이 부조에서 선한 신과 악한 신의 숫자가 동일하지 않다. 한국에서 손님들이 와서 앙코르와트를 안내하다가 이 부조 앞에서 내가 신들의 숫자에 차이가 있다고 하자 어떤 분이 하나하나 세기 시작한 적도 있다. 그 분 덕에 악한 신이 89명, 선한 신이 86명이라는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마 이 부조를 본 사람들은 부조가 굉장히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텐데, 왜 하필 선한 신을 악한 신보다 적은 숫자로 조각하였을까? 별 의미없이 하다보니 그랬을 것 같진 않다. 뭔가 이데올로기적 장치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의심이다.

즉 이 세상은 선하거나 좋은 것이라기 보다는 악이 조금 더 득세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데올로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앙코르와트를 짓기 위해 끌려와서 일을 했을 것이다. 37년간 지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시대의 평균나이가 그 정도였을 것이다. 태어나서 평생을 강제노동만 하고 죽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수긍하게 만들 이데올로기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창조 때부터 세상은 좋은 곳으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약간 더 좋지 않은 곳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이 부조에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억압과 차별, 착취와 강제노동은 신적인 질서로 정당화되고, 사람들은 그러한 사회구조를 순응하고, 체념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사실 종교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더 강하게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은 없다. 이데올로기 중에 제일 무서운게 종교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당시의 지배계급은 이 종교를 이용하여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백성들에게 세뇌시켰던 것일테고...

참고: 사실 이 힌두교 창조설화가 나온 그림을 보면 앙코르와트의 부조처럼 거대하고, 많은 인원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인원의 차이는 언급되지 않는다. 대부분 같은 인원수의 신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있다. 즉 창조설화 그 자체는 이런 이데올로기가 없었지만, 앙코르와트를 지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압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앙코르와트의 부조 속에 가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성욱  scapirit@g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