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학연구소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우회,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회, 한신대학교 신학과 성정의위원회가 10월24일(화) 오후 7시부터 “퀴어, 신학과 목회”라는 주제로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동으로 신학심포지엄을 주최했다. 기장 총회에서는 ‘성소수자 연구 헌의안’이 두 해 연달아 기각된 바 있지만, 한신대 구성원들은 성소수자 사안에 대해 신학 교수와 신학생들의 신학담론이 활발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 사진 왼쪽부터 김언, 최도영(이하, 학생 패널 토론자), 이영미 교수, 최형묵 목사, 임보라 목사, 김경호 목사, 박경철 교수. ⓒ윤병희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형묵 목사(NCCK 정의와평화위원회 부위원장)는 “올해 각 교단별 총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들이 발표되었다. 기장이 다른 교단과 비슷해지고 있다. 토론의 기회마저 사라져 안타깝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다른 교단에서 기장에 기대를 많이 했다. NCCK에서도 기장이 시작해 주기를 주시했다. 개교회가 먼저 일어나 주길 기대했다. 공교회 안에서 어떻게 공론화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NCCK 안에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형묵 목사는 “보수 기독교계는 그간 ‘반공주의’를 내세우다가 최근 ‘반동성애’를 내세우는 추세이며 여기에 ‘반이슬람’까지 더해 타자를 정죄하는 ‘혐오 3종세트’를 갖추고 있다.”며 보수 교단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타자를 정죄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불온한 시도”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영미 교수는 창세기 1장과 2장의 성서 본문을 자세히 톺아보며 관련 연구자료 발표를 통해 “성서는 다양하다. 누구의 이익에 기여하는지 들추어 내 해석학적으로 해체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김경호 목사는 “혐오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은 소재”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기독교에서도 중세 성직자들에 의한 성 혐오 등 역사적 사례가 많다. 한국 기독교 교단이 모두 성소수자에 반대한다. 기장 총회에서도 ‘성소수자 연구 헌의안’에 대해 두 번 부결되었지만 표결수가 2016년 258:74로, 2017년 159:90으로 나와 점차 접근했다는 데 희망을 가져본다. 기장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김언은 “지난해 신대원 학생회장 단독후보로 출마했으나 당선되지 못했다. 성정의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신대원생 10여 명과 함께 성정의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학생회장에 출마한 학생은 공약에서 성정의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당선되었다.”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시각이 분분함을 드러냈다.

특히 청중 토론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한 참여자는 “이 안에도 성소자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성소수자는 일반적으로 감염인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나는 트랜스젠더이다. 친구 중에 내가 나 자신이라는 이유로 자살·감금·해고·퇴출을 당하는 친구가 많다. 이성애자는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특권이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특권이다. 교회든 회사든 사회든 어디에나 성소수자가 있다. 그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 소장인 박경철 교수의 사회로, 김경호 목사(기장 교회와사회위원장), 이영미 교수(한신대, 구약신학), 임보라 목사(섬돌 향린교회), 최형묵 목사(NCCK 정의와평화위원회 부위원장)와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김언, 한신대학교 신학과 최도영이 패널로 나섰다. 학생 패널로 나온 이들 두 사람은 한신대 성정의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약 백여 명이 참석하여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수유리 신학대학원 전체 재학생은 151명(MTS 11명 포함)이다. 또한 몇몇 신학과 교수들도 참석했으나 일찍 자리를 떠났다. 한신대와 한신신학의 진보성은 ‘성소수자’가 리트머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임을 반증했다.

또한 이에 앞서 기장총회 ‘제안 나눔’ 게시판에는 이 심포지엄에 대해 ‘캠퍼스 오염 금지 요청’ 등 심포지엄에 반대하는 게시물 두어 개가 올라와 있다.

▲ 큐빅(QuBiC)은 Queer, Bible, Christianity 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 ⓒ윤병희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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