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감리회 장정[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신학대학 다닐 때 <교리와 장정>을 배웠지만 그때는 별 관심이 없었지요. 그러나 여성들이 교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 속에서 저 또한 살다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장정을 연구하고 여성들의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하자고 모였습니다. (주로 감신 건너편 건물 지하에서 모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성별・세대별 할당제 시행으로 여성총대, 여성입법의회원들이 4배 가량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나아진 것이 별로 없거나 오히려 후퇴한 것들도 있습니다.

▲ 감리회 제32회 총회 입법의회 ⓒ최운천 목사 제공

이번 제32회 총회 입법의회에서는 처음으로 입법의회원이 되어 회의장 안까지 들어갔습니다. 매번 회의장 바깥에서 현장발의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현장발의안의 상정을 위해 기습적으로 장정개정위원장 좌석까지 뛰어올라 가본 적은 있었어도(2007년, 부부 한 교회 사역 금지법에 예외조항 삽입하기 위해. 장개위에서 현장발의안을 본회의 상정키로 했다는데 서류가 안 올라갔다고 해서), 의회원 명찰을 달고 당당히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무력감과 자괴감은 여전합니다. 

여성안건 장개위 부결

할당제 의무화 이후 첫 입법의회를 준비하기 위해 감리교여성연대 장정연구위원들과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성평등TFT는 1년 전부터 모임을 가지며 연구하고, 필요한 안건을 정리하고 다듬었습니다. 갖가지 시급한 개정안들 중 그래도 빨리 바꿔야 할 것들을 정리하여 여성연대 운영위원회를 거쳐 여성 안건 8개, 청년 안건 3개를 준비했습니다.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위원들의 검토도 거쳤습니다. 그렇게 장정개정위원회(이하 장개위)에 장정 개정안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장개위는 이 모든 안건을 부결시켰습니다. 공청회 참석자들의 1/3은 여성이었고, 여성들의 의견에 대해 장개위원장과 위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성안건들은 여전히 입법의회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여성안건이 모두 부결된 후, 여성 입법의회원들은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주최 여성총대 교육에서 여성안건을 2개로 정리, 이번 입법의회에서 현장발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성연대 회원들, 여교역자와 여성평신도 입법의회원들은 아침 일찍 입법의회장에 모였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서명을 받은 결과 점심 이후 입법의회가 개회될 무렵, 입법의회원의 1/3인 166명을 넘겨, 175명과 180명의 서명이 모아졌습니다. 혹시 중복자가 있을지 몰라 더 받은 것입니다. 정리된 원본과 사본 2부를 서기부에 제출하고 입법의회에 참여했습니다. 서기부에서는 오후 5시 분과위원회 이전에 현장발의를 접수하라는 안내만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녁 회집이 끝나고 장개위에서 장로회 안건 하나 이외의 모든 안건(여성안건 2개와 새물결에서 제안한 안건 3개 포함)을 기각시켰다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이유를 확인하려고 애썼으나 명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새벽 1시까지 여교역자회 총무님과 함께 서명자 하나하나를 일일이 비교 확인했습니다. 일부 중복자와 2개의 안건 합해 3명의 비입법의회원 서명이 섞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후에 확인된 바는 비회원 서명이 하나라도 포함돼 있으면 전체를 무효화한다는 원칙 등 몇 가지를 분과위원회 장개위 시작할 때 세웠다고 합니다.(당연히 미리 공지는 없었지요. 보고 때도 전체 무효화 등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형식, 양식, 배제 사유 등을 미리 정해서 알려주지 않고, 현장발의안이 올라온 후 원칙을 정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양식도 문제를 삼았는데, 서명용지에 “원안(정확히는 현행), 개정안, 비고”가 포함된 표가 정확히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페이지가 넘어가도 안 되고, 사전 서명이나 양식을 수정한 것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여성안건은 원안[2016], 개정안, 비고로 표를 정확히 구성해서 제출했습니다만, 장개위원들의 눈에는 표가 안 보이는 모양입니다. 나중에 장개위원장은 양식문제라기보다는 서명, 심사시간 부족 등을 부결 이유로 들었습니다.)

▲ 입법의회장에서 서명을 받았다. ⓒ최소영

과연 그럴까요? 폐회 직전 분과위 장개위 보고에서는 상정된 장로회 안건 역시 “중복서명과 비입법의회원 서명이 포함돼 있으나 상정”한다고 보고했습니다. 물론 장개위원장은 제대로 요건을 갖춘 것이라서 장로회 발의 안건만 올렸다고 했지만 말입니다. (중복서명자를 찾기 위해 일일이 확인하며 저는 1개 안건당 2시간씩 걸렸는데 장개위원회는 11개 현장발의안 서명들을 도대체 2시간 남짓에 어떻게 확인하고 언제 논의를 진행했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장개위 심의가 길어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장개위원장에게 본회의 올릴 안건을 결정하라고 위임했다고 합니다. 장개위원장은 본인이 심혈을 기울였던 안건을 포기하고 장로회에서 올린 “사회법 제소 후 패소시 출교”(이 안은 자구 수정이 필요할 정도로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건만 올린 것을 결단인 것처럼 억울해하며 항변했습니다. 결국 다른 모든 안건의 기각은 현장발의안 심의 원칙과 상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혐오와 배제의 강화

뿐만 아닙니다. 이번 입법의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혐오와 배제를 강화했다는 데 있습니다. ① 동성애대책위, 이단대책위 구성이나, ② 조직과 행정법 제 11조 (교인의 의무)에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을 통해 구성된 가정의 신성함을 존중한다”는 조항을 넣고, ③ 재판법 제3조(범과의 종류)에 경중을 나눈다며 음주 흡연을 경한 범과로 빼고 동성애 찬성・동조를 마약법 위반이나 도박과 같은 중한 범과로 정리해서 “정직, 면직 또는 출교”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 ④ 감리교동성애대책위(위원장 윤보환) 성명서를 낭독하는 과정 등 전체적으로 혐오를 조장하고 배제를 강화하거나 성소수자 문제에 열려 있는 이들을 중징계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전반적으로 입법의회원들이 보수적이거나 혐오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가정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으로 국한하는 법안 발의시 다양한 가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혐오와 배제의 법을 반대한다는 발언이 있었는데 발언자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저건 뭐냐?” 등의 과격한 발언을 내뱉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1인 가족도 가정으로 부릅니다. 비혼이든 미혼이든 1인 가족도 다양한 가정의 한 모습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1인 가정, 혹은 제자 무리들과 함께(심지어 여성‘들’까지 낀) 공동체 가정을 이뤄 사셨습니다. 소위 정상가정이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특히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교회의 설교와 모든 행사가 소위 ‘정상가족’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기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힘들어합니다. 5월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한 교인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교인의 의무라니요!

▲ 피켓팅을 하고 있는 여성 회원들 ⓒ최운천 목사 제공

범과의 종류를 경중으로 나누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한 남자 목사님이 반대의견을 잘 개진해주었습니다. 잘하면 이번에 범과에서 음주흡연을 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사이다’ 발언을 했습니다만, 의장이나 (혐오와 배제 법을 강화하는 데 앞장 선) 모 회원 등은 음주흡연에 관한 발언이 “전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장은 이런 혐오・배제・징계 강화에 적극적이어서, “가하면 ‘예’ 하세요”, 하고는 “아니라면 아니라고 하세요. 가결됐습니다” 하고, 아니오를 말할 시간을 단 0.0001초도 주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폐회 전에는 시간 없다고 찬반의견이나 수정제안도 안 받겠다고 회의를 급히 진행하더니 ‘감리교동성애대책위’의 성명서를 “낭독하도록 허락하시죠”에 많은 이들이 ‘아니오’를 외쳤는데도, “허락하셨으니 읽겠습니다.”로 낭독을 강행했다.

듣지 않으려 해도 ‘항문성교’나 ‘종교인 과세 반대’ 등의 단어들이 들려왔다. 심지어 대책위원장은 대책위 명의의 성명서를 ‘32회 입법의회원 일동’으로 발표하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다행히 종교인과세 문제 등 발언을 길게 함으로써 의장이 가부를 묻는 걸 잊어버렸습니다. (혹시나 입법의회원 명의로 발표가 되면 그건 불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직과 행정법 제12조 (교인의 권리)에서 “교인은 성찬식에 참례한다”를 다시 “세례 받은 교인은 성찬식에 참례한다”로 개정, 성찬식 참여 권리를 축소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다른 교단들이 이것 때문에 감리회를 ‘이단’이라고 한다.”

지난 5월 강남역에서 열렸던 여성혐오 희생자 1주기 추모예배에서 조용히 묻던 예배자가 기억납니다. “저는 세례를 받지 못했는데 성찬에 참여해도 될까요?” “네 감리회는 성찬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모두에게 성찬을 열고 있습니다.” 그때 기뻐하던 예배자의 모습이 아직도 뚜렷한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그리고 앞으로도) 세례 받지 못한 신도들이 참여했던 성찬식이 성찬식 아닌 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교회개혁 500주년, 10월 말미에,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의회는 배제와 혐오를 강화시켰습니다. 성숙한 모습은 과거로 회귀했습니다.

최소영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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