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개신교들은 올해를 종교개혁 500주년으로 지킵니다. 따라서 개신교에서는 개혁이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개혁이 중요한 화두로 오르내리는 만큼 개혁되어야 할 대상이나 현상, 더 나아가 본질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16세기 교회개혁은 사회변혁이었다

전에는 기독교에 한정된 종교개혁을 강조하기 위해서 교회개혁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서 종교개혁이라고 합니다. 16세기의 종교는 지금과 같이 분화된 종교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아우르고, 사회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중심이었습니다.

따라서 종교개혁은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와 기독교를 개혁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종교가 진정으로 자기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16세기 루터의 비텐베르크 반박문 게제 삽화

오늘날 교회의 사명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교회개혁과 사회변혁입니다. 16세기에 종교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련의 새로운 시도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교회의 개혁을 말할 때에 언제나 돌아보면서 인용하거나 힘을 얻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은 중세와 근세의 과도기인 16세기라는 시대적 한계를 분명히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사람들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시대를 뛰어넘지 못하는 역사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한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개혁의 주체”라고 생각합니다. 즉 종교개혁 당시 개혁의 주체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가 읽고 쓰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시대적 한계임과 동시에 당시의 종교개혁이 오늘날의 개혁과는 분명히 다른 점을 띠게 하는 전제입니다.

사제들과 귀족들, 도시 의회의 의원이나 군주들이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이었습니다. 따라서 종교와 권력의 밀접한 연관 속에서 진행된 16세기 종교개혁은 종교권력에 도전하면서 시작되었지만, 머지않은 시간에 또다른 종교와 권력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종교와 국가(시민의회) 사이의 긴밀한 협조는 또다른 율법과 교리를 만들었고, 그 교리를 근거로 실제적인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루터와 칼빈은 사형을 명령하거나 허락할 수 있었습니다.)

루터 개혁의 무기, 만인사제설

“개혁의 주체”를 논할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루터가 이야기 했다고 하는 “만인사제설”입니다. 루터는 교황청과의 대립이 본격화 되자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하고 그 신앙의 내용을 명백하게 밝힐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루터는 1520년에 “독일 그리스도인 귀족들에게 보내는 글”(8월), “교회의 바벨론 감금”(10월), “그리스도인의 자유”(11월)라는 세 개의 논문을 발표하는데, 그 논문들에서 루터는 베드로전서 2:9을 근거로 만인사제설을 주장합니다.

“세례를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제사장이다. 즉 사제이며, 주교이며, 교황이다. 신도와 안수를 받은 사제 간에는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이러한 주장은 교황을 위시한 수직적 구조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교황이 영적인 문제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세속권력에 대한 견제), 성서 해석에 있어서도 유일한 권위를 가지고(성서에 근거한 비판을 견제), 공의회를 소집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공의회를 견제)는 실제적인 담을 허무는 일이었습니다. 그 담은 그리스도교를 부패하게 한 원인이며 개혁을 방해하는 실제적인 힘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가 그를 믿기만 하면 그의 형제와, 공동상속인과, 동료 왕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 제사장이 될 수도 있게 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믿는 믿음으로 하느님의 앞에 담대히 나아와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고, 서로를 위하여 기도할 수 있으며, 또한 제사장들의 외형적인 업무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든 것을 행할 수 있게 된다.” 루터는 그리스도인은 자유로운 주인이며 누구에게나 예속되지 않고, 오히려 만민에게 봉사하여 섬기는 종이며 누구에게나 예속된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루터는 만인사제설을 주장함으로써 구원에 있어서 교황과 그 위계질서 속에서 권력을 행사하던 사제들의 역할을 부인하였습니다. “세례와 복음과 믿음만이 사람을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기 때문에 모든 그리스도인은 신분상의 차이가 없다. 단지 공동체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직업)을 가지고 있듯이 직무상의 차이일 뿐이다.” 루터는 가톨릭의 7가지 성례 중에서 사제들의 직무상 집례할 수 있는 성례전으로 세례(참회)와 주의만찬을 비판적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4가지(안수례, 견진례, 결혼례, 임종시의 도유식)는 예수님이 친히 말씀하시고 인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례전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루터는 세례와 주의만찬을 비판적으로 인정하면서 받아들였습니다. 세례는 참회(고해성사)와 연결되어있습니다. 루터의 주장입니다. “믿음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은 하느님의 약속을 받음으로써 이미 구원을 얻었음에도 로마가톨릭은 연약한 인간이 자기의 죄를 인식할 때마다 계속해서 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참회를 ‘파선(破船) 후 제2의 널빤지’라고 함으로써, 세례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참회에다가 모든 신뢰와 신앙을 두었다. 여기에서 서약, 수도단, 행위, 배상, 순례, 면죄부, 수도원 분파 등 무수한 부담거리가 생겨났으며, 이로 인해 교회는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당했다. 죽음과 부활을 의미하는 세례를 통하여 구원을 얻는 것은 세례라고 하는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례에 첨부된 약속의 말씀인 신앙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신앙은 말없이 내져 지나가고 있으며 교회는 행위와 의식에 관한 무수한 법력으로 질식을 당하고 있다. 세례의 능력과 이해는 버림을 받고,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은 가로막혀 있다.”

루터는 참회를 세례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일반 그리스도인들이 사죄의 권한을 가진 사제들에 의해 종속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루터는 자신의 세례(특히 유아세례)에 대한 이해를 지키기 위하여, 더 엄격하게 말하면 군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농민전쟁을 주도하는 재세례파(토마스 뮌쩌)를 무참하게 죽이도록 허락하였습니다. 이는 교황청과 그를 지지하는 제후들에게 저항하였으나 자기를 지지하는 또다른 권력과 영합하는 행위이고, 권력의 실제적인 사용과 교리의 주장을 교묘하게 일치시키는 선례가 되었습니다. 루터의 이러한 행위는 분명한 권력의 남용입니다.

루터의 로마가톨릭을 향한 반격, 주의 만찬

주의 만찬에 있어서 루터는 로마가톨릭의 세 가지 과오를 비판합니다. 일반 그리스도인들에게 떡만 받게 하고 잔은 주지 않은 점, 떡과 잔이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화체설, 주의만찬을 희생으로 해석한 점입니다. 루터는 미사(희생제사)에서 주는 약속은 예수님의 죽음에 의한 사죄로써 이미 이루어졌으며, 미사가 이런 약속이라면 오직 믿음으로 이것을 받아야 하며 거기에 인간의 선행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주의만찬은 그것을 집행하는 성직자에 의하여 주어지는 신의 어떤 기적이나 요술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느님께서 임재하여 계신 그 자신의 계시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미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죄의 약속이며, 하느님의 아들의 죽음으로 확증된 약속이다. 그러므로 미사의 모든 능력은 그리스도의 말씀에 있다. 그리스도는 그의 몸이 주어지고 그의 피가 자기들을 위하여 흘려진다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사죄가 주어진다고 증언한다.”

루터는 미사와 주의 만찬을 구원을 위해 ‘행해진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미사를 주도함으로써 자신들이 하느님과 함께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제들의 오만함을 폭로합니다. “미사는 사제의 손으로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는 하느님의 약속에 의한 선물이다. 사제의 봉사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미사를 주시는 분은 하느님뿐이시며, 사람들은 어떤 행위나 공적 없이 다만 신앙으로만 이것을 받는다.” 미사와 주의만찬에 대한 루터의 주장은 죄용서와 구원에 있어서 사제들의 독점을 비판하고 오직 믿음으로 하느님이 약속하신 죄용서와 구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사와 주의 만찬보다는 말씀선포(설교)를 예배의 중심에 놓는 것은 결과적으로 또 다른 권력의 독점을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또한 1529년에 마르부르크 회담에서 종교개혁의 복음적 세력들은 루터의 임재설과 쯔빙글리의 상징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여 가톨릭 세력에 의해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위협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종교개혁의 정치적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말씀선포와 성례(세례, 주의만찬)집행에 대한 루터의 주장에서 핵심적인 것은 죄사함과 구원을 얻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며, 그것을 누가 중재하느냐는 것입니다. 루터는 로마가톨릭의 계층적 위계질서를 떠받치고 있던 7가지 성례를 비판하면서 하느님의 약속과 예수님의 말씀을 중요하게 놓았으며, 죄사함과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믿기만 하면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사제들의 독점과 유배에서 일반 그리스도인들을 실제적으로 해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교회 직무 제한으로 인한 루터 개혁의 후퇴

그러나 또 다시 직무의 다름을 이유로 말씀선포와 성례집행을 목사들에게 전담하도록 하였습니다. 신분상의 차이는 없고 다만 직무가 다르다고 하였으나, 오늘날 그 직무의 다름은 로마가톨릭이 했던 것과 똑같이 특권이 되었으며 일반 그리스도인들은 그 특권에 종속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직무상의 차이는 오늘날 또다시 교회를 개혁해야 하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교황과 사제들의 권력을 축소시키기 위하여 “지금 사제나 주교나 교황과 같이 영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일과 직무로서 하느님의 말씀과 성례전의 집행을 맡고 있는 것 외에는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아무 차이가 없고 우위에 있지도 않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말씀선포와 성례집행의 권위를 인정한 것입니다.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제사장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시대적 한계로 인하여 철저하게 만인사제를 실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칼빈은 교회 공동체의 보존을 위해서 직분을 목사-교사-장로-집사로 나누었는데, 이는 로마가톨릭의 사제는 곧 교회라는 교회론을 상대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장로의 선출, 교회 의회로서의 당회 구성, 회중에 의한 목사 선출은 교회구조의 민주화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직자와 일반 그리스도인을 구분하는 일이었으며, 말씀의 우위성과 설교의 임무를 목사에게 줌으로써 다른 직분보다 우선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날 일반 그리스도인들과 안수를 받은 목사들과의 차이에서 첨예한 문제가 되는 것은 말씀선포와 성례집행입니다. 설교권이니 성례권이라고 하면서 특권을 부여하고, 그 특권을 목사들이 쥐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것은 단순한 직무상의 차이가 아니라 또다른 권력의 상징처럼 되었으며, 현실적으로 그것을 통하여 일반 그리스도인들을 ‘영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루터가 신랄하게 비난했던 교황의 담이 또 다시 그대로 복원되었습니다. ‘영적’이라는 수식어로 현실을 잊게 만들고, 성서해석을 교리에 내맡김으로써 독점하고, 교회의 의사결정구조를 장악함으로써 비민주적인 운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였습니다. 교황의 권력을 옹호하는 보호막이었던 담을 목사들의 권위를 지지하는 담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벨론에 유배되었던 중세교회처럼 오늘날의 교회는 교리와 교권에 유배되었습니다. 로마가톨릭에서 예배를 미사라고 하여 그리스도의 희생제사로 이해하는 것에 반대하여 미사는 죄용서에 대한 약속이며, 선포된 말씀 혹은 말씀 선포가 그 중심에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말씀선포의 임무를 받은 목사들의 권위를 독점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어느덧 설교에 대한 비판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거역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성서를 읽는 것은 통독과 다독이라는 공적을 쌓는 것으로 대치되었고, 성서를 공부하는 것은 퍼즐식 낱말찾기가 되어 교리를 주입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말씀선포와 성서연구는 목사들의 몫이고, 일반 그리스도인들은 많이 읽기만 하고 가르쳐 주는 대로 순종하기만 하면 구원을 얻든지 복을 받든지 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목사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그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것이 믿음이 좋은 것이라고 호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은 전적으로 목사 특히 담임목사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체성을 상실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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