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3차협상을 하루 앞두고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는 5일(화) <한미 FTA와 교회의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이일영 교수(한신대 경제학)의 <한미 FTA와 관련한 몇 가지 문제> 주제 발표와, 이혁배 교수(숭실대 윤리학)의 논찬과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대외개방에 앞서 국내개혁도 함께 이어져야

이일영 교수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는 "서비스산업과 투자 시장의 완전자유화"라고 설명하고, 투자시장의 자유화는 “단기적 투기 성격의 간접투자로 인해, 고용창출 효과는 없이 자본의 흐름을 통한 이익만 유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한미 FTA를 대북 선제공격과 중국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재편하려는 지렛대'라는 일부의 인식에 대해,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FTA는 중국 견제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며,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확정ㆍ고정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개방, 자유화는 특화, 전문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수반하게 되어 있다”고 하며, 문제는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역분배 효과를 교정하는 재분배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대외개방은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하며, 이는 “대외개방이 국내개혁과 연계 없이 진행되면, 원하는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만 쏟아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응방안이 있어야

발제에 이어 논찬에 나선 이혁배 교수는 한미 FTA를 두고 진ㆍ보수 양 진영의 논리 전개가 엄밀한 사실 분석에 충실하지 못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이일형 교수의 발제는 “한미FTA에 대한 실사구시적 접근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계속해서 이 교수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한미 FTA는 저지되어야 한다”며 “교회도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한미 FTA 협상의 중단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FTA 문제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지적했다. 먼저, 교회가 한미 FTA 저지에 대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천박한 현실인식을 지양하고 보다 세분화되고 정교한 사회과적적 인식을 구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한미 FTA에 대한 대항논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분배적 정의나 경제적 형평성에만 집착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경제적 균등성이나 정의를 경제적 효율성이나 성장과 결부시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세력을 자처하는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위로부터의 협상을 관철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 전체에 뿌리 내려 아직 극복되지 못한 비민주적 의사소통의 문화구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한미 FTA의 체결을 저지하려는 에큐메니칼한 진영에 속해 있는 사회운동단체들은 신학적인 측면에서 복음주의적이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 진보적인 기독교단체들과의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토론회가 교회의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이론적인 문제만을 지적하는 시간이어서 아쉬웠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FTA 체결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게 될 농촌 교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의 논의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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