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하느님이 자기를 세상에 드러내고, 그 하느님의 역사를 체험한 사람들의 신앙고백을 담고 있는 책이므로, 그 해석은 오늘 우리 현장에서 하느님의 만난 사람들의 고백과 연결됩니다. 성서는 하느님을 경험한 인간을 이야기하고, 하느님을 우러르는 인간의 신앙 고백을 이야기합니다. 성서는 분명히 하느님뿐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를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성서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과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고, 또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하느님을 아는 길이기도 합니다. 성서를 읽고 나누는 의미는 나와 우리에게 성서로 세상을 보고, 거기서 현재를 사는 통찰력을 얻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예수님의 꿈을 이 시대 속에서, 그리고 개인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 적용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성서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성서를 해석한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땅과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그 속에 있는 사람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서 본문을 읽는 것입니다. 성서 속에서 발견한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현실에 성실하게 적용하면, 히브리 백성들과 예수님의 제자들과 오늘 우리의 현실이 민중적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 (서울: 밥북, 2017) ⓒ에큐메니안

성서를 해석할 때에 굳이 앞에 “민중적”이라는 한정사(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으면서 성서 자체가 민중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이 민중신학을 이제는 한물 간 흐름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성서를 읽고 해석할수록 오늘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민중적 신앙고백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현실과 성서시대 신앙인들의 삶의 자리를 오가면서 성서를 읽는다면 민중적이라는 의미를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서의 말씀을 통해서 자기를 돌아보고 세상 속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섭리와 우리가 따라가야 할 예수님의 길을 발견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서 이루려고 했던 꿈,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보여주려고 했던 꿈, 하나뿐인 자기의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꿈은 무엇이었나? 어려울 때는 서로 어깨를 빌려주고, 힘들 때는 기꺼이 다리가 되어주고, 때로는 격려의 말도 건네고, 때로는 용기를 주면서 예수님의 길을 함께 걷는 길벗들이 예수님의 꿈을 발견하고 삶에서 실천하기 위한 과정에서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흐름을 지배하는 것은 돈과 권력입니다. 사람들은 권력과 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갑니다. 생명과 평화에 대한 생각과 배려는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모두가, 모든 것이 미쳐갑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예수님이 꾸었던 꿈의 가치인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세상은 생명과 평화를 향한 예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알세불의 하수인이나 추종자로 왜곡되어 탄압받고, 불법-범법자로 매도되는 세상입니다. 세상의 풍조에 휩쓸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살 맛을 잃은 세상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예수님의 활동을 더 생생하게 함께 느끼고 깨닫고 행동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점점 더 자본주의적 탐욕에 미쳐가는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예수님을 따라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가면서, 참 나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