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은 학생이 선배 유경 학생에게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언니, 언니를 알게 된지 벌써 2년이 가까이 되어갑니다.

제가 16학번으로 작년 초에 입학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7년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어요. 저는 그동안 2학년이 되었고, 학교에는 17학번들이 들어왔고, 언니가 휴학한지도 꽤 되었네요. 같이 작년 1학기에 수업을 듣던 것도 벌써 1년전이 되었어요.

언니, 모두가 똑같겠지만, 너무 바쁘고 너무 힘든 나날이 계속되어요. 매일같이 주변 사람들에게 찡찡대는 거지만, 저는 진짜 가끔씩은 너무 힘들어서 죽고싶기도 했어요.

학년장이 되고, 총학생회 국원활동도 하고, 2학기가 되어서는 학생회준비위원회도 하게 되었고, 또 옳지 못한 일을 보면서 분노하며 신학대학 선후배동기들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자퇴성명서도 냈죠.

한꺼번에 제게 몰려온 일들에 멘탈이 너무 나가서, 수업을 들으며 앉아있노라면, 또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아니 그냥 매일매일, 이런생각이 들었어요. 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 내가 바랬던 신학이 이런것인가, 내가 이러려고 신학부에 입학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어요.

매일같이 닥쳐오는 시험에, 학준위 일에, 정신줄을 못잡고 계속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저를 보면서 솔직히 어쩔 때는 휴학해서, 그래도 학교 공부, 성적, 학생회 준비 등 학교와 관련된 생각은 안해도 되는 언니가 부러웠어요.

언니, 근데 저는 이제 언니를 보면서 부러움의 감정보다는, 미안함의 감정이 더 먼저, 더 많이 떠올라요.

언니랑 그동안 친해질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이번일을 통해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언니도 언니 나름의 많은 고통과 아픔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학교를 위해 언니가 오늘 이 자리에까지 나오게 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힘들다는 이유로 계속 구석으로 빠져버린 제 자신이 부끄럽더라구요.

동준 오빠, 강토와 함께 결단을 한 언니를 보면서 이 무섭고 두려운 자리에 당당히 나온 모두에게 미안하기만 하고, 이렇게까지 나오게 된 우리들이 너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비록 삭발과 단식으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여러가지 맡은 일들로 이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함께하지는 못하겠지만, 언니, 저는 학교에서 언니와 함께 할게요. 응원하고 기도하고, 또 학교에서 또 다른 방법들로 투쟁할게요.

죽어가는 한신을 다시 살리기 위해, 우리가 본 한신신학을 위해 같이 끝까지 힘내요. 언니와 같이 할 수 없어서, 또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요. 사랑해요. 

2017년 11월 한신의 자랑들이 목숨을 건 어느 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앞에서
언니의 사랑하는 후배 시은이가

▲ 삭발을 마친 진유경 학생이 후배 시은 학생에게 화답하는 형식으로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안녕하십니까 신학과 15학번 진유경입니다.

아... 고통의 날입니다.

이제부터 저와 친구2명은 목숨을 걸어 학교의 정의의 부활을 도모합니다. 저희의 목숨만이 아닙니다. 33개의 자퇴서와 눈물들. 1900여명의 사람들이 내놓은 불신임한다는 목소리들. 모든 것이 학교의 정의를 요구하며 외칩니다.

솔직한 심경을 얘기드리고 싶습니다.

배고플 것입니다.
우울하기도하겠죠. 힘도 없고 꾸며도 머리카락이 없으니 제 모습이 성에 차지 않을 겁니다.
간혹 짜증이 나고 울분에 차서 주변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선택한 건 아니지만 여성이라서 굶주림에 몸이 놀라 생리까지 해버리면 힘없는 와중에 생리통을 버틸수있을지 고민도 됩니다.

저는 지금 평생 머리카락이 덮고있던 뒷통수를 시원하게 드러냈습니다. 평생 굶는 걸 못했던 저인데 이제 기약없이 밥도 안먹습니다. 할일은 그닥없을 터이니 결의를 다지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겠죠.

우리만 외롭고 동떨어진 느낌이 들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배고프면 더 쉽게 서러워지잖아요. 근데 오늘 와주신 분들을 보니... 다행입니다.

왜 우리가... 굶주려야 합니까. 사실 분하고! 억울합니다. 그깟 욕심 좀 내려놓고, 민주적인 대학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저는 한신 너무 멋있어서 면접 때는 민주화의 선봉에 선 한신의 자부심에 저도 참여하고, 그 정신 이어가고 싶어서 한신에 왔다고 눈이 반짝반짝하며 말했었는데요.

지금의 한신에게는 너무 과분한 발언이었습니다.

학생의 배움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에 당연히 우리가 요청할 수 있어야 할 것들인데, 자꾸 당연하게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내어놓게 만듭니다. 자퇴서도, 배부름도... 이런 모순에 또 분노하곤 합니다.

저는 굶주림으로, 다른 친구들은 굶주리는 저희를 뒷받침해 줌으로, 또 지지와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앞으로의 시간들 견뎌갈텐데... 많이 두렵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