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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동안 있어보니 천막은 인내의 방사람의 목숨보다 자리가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정동준 | 승인 2017.11.14 03:26

오늘부로 단식 6일째다. 6일이나 단식을 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또한 한신의 수장들이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 역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믿기지가 않는다. 저들은 정녕 학생의 목숨보다 저 자리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정녕 저들은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선생으로 남기를 원하는가? 참으로 암울하다.

▲ 아침마다 세면 때문에 멀게는 종로5가까지 씻으러 가야했다는 정동준 학생. 단식6일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어지러움이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몸은 전보다 가벼워졌다. 기운은 가라앉았다. 다행히 아직은 두통과 어지러움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씻으러 갈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된다. 연합회관 문이 잠겨 열려있는 화장실을 찾아 떠나야 한다. 멀게는 종로 5가 역까지...

homeless의 삶을 짧게나마, 약소하게나마 체험한다. 주여. 이들의 무소유를 외면하지 마소서.

6일 동안 있어보니 이곳은 ‘인내’의 방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지지방문이라는 이름으로. 헌데 그들 중에는 ‘우리를 지지하러 온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힘을 빼려고 왔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고 우리의 감정 역시 드러내서도 안 된다. 그런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화로 답할 테니 말이다. 우린 그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기고 어서 이 자리를 떠나 주셨으면 바라는 마음으로 듣고 있을 수밖에 없다. 화병이 먼저 날 것만 같다.

금일 5시 30분에는 선배 목사님, 전도사님들의 연합 기도회가 열렸다. 우리는 몸이 좋지 않아 천막 안에 누워있었는데 진민경 목사님의 발언이 나의 잠을 깨웠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심금을 울려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마지막 순서는 대학원 선배들의 삭발식과 단식 선언이 있었다...

친구들이 우리를 찾아와 하는 말 중에 한 끼만 굶어도 이리 고통스러운데 너희의 고통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을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우리가 삭발을 하는 모습과 굶는 모습을 보는 친구들의 아픔을 어찌 헤아려 볼 수 있으랴. 오늘 그 친구들의 마음을 경험하였다.

나의 머리가 잘려 나갈 때에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눈물이 오늘 대학원 선배들의 삭발하는 모습을 보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많이 흘렀다. 나의 친구들의 마음도 이러했으리라 가늠해보니 더욱 가슴이 미어졌다. 오늘은 일기를 빌어 우리를 지지해주는 친구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하려 한다.

▲ 한신대 신학대학원 원우들의 삭발식이 진행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는 정동준 학생. ⓒ에큐메니안

존경하는 친구들이기에, 존경받아 마땅한 친구들이기에 존칭을 쓰겠습니다. 미안해요. 이 말이 먼저 앞서게 되네요. 제가 우리를 찾아온 여러분에게 미안하다고 말 할 때 오히려 여러분이 미안하다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삭발과 단식으로 인해 여러분에게 큰 마음의 짐을 준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대단하다고 하며 용기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대단한 것은 여러분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비겁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단지 머리를 밀고 밥을 굶으며 있을 뿐입니다. 고생이라고 해봤자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배고픔과 몸의 무기력함뿐이겠지요. 허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여러분은 우리를 생각하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온통 우리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들의 이 단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학교에서 SNS상에서 바삐 움직이시고, 이 투쟁을 하루 빨리 끝내기 위해 머리 터져라 고민하는 여러분의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더군다나 왕복 4시간 거리가 되는 학교와 농성장을 오가며 우리 단식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매 순간 고민하고 힘든 내색하지 않고 농성장에 와서 궂은일을 다 하시는 모습들, 가장 큰 고생인 우리들의 쇠약해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고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더욱 대단하고 용기가 있는 분들입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

하나 당부의 말씀, 부탁의 말씀이 있습니다. 부디 몸을 챙겨주세요. 농성장에 찾아오는 여러분 중 간혹 미안한 마음에 식사를 거르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의 미안함은 커지기만 합니다. 배 곪는 것은 우리가 할 테니 여러분은 열심히 먹어 주세요. 힘 얻어서 그 힘을 우리에게 전달 해주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 단식 6일차에 들어선 진유경, 김강토, 정동준 학생들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무리하면서까지 먼 길 오갈 생각 마시고, 무리하게 우리와 많은 밤을 보내려 하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의 몸이 상하게 되면 되려 우리가 여러분을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의 방문과 함께 밤을 보내며 이야기 하는 것이 우리에게 아주 큰 힘이 되지만 그와 더불어 걱정 또한 커집니다.

마음의 짐을 덜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를 걱정하면 할수록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괜찮은 척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걱정은 조금이라도 덜고 웃는 얼굴로 우리와 함께 이야기 하고 놀아주세요. 여러분의 걱정보다 우리와 함께 웃고 떠드는 그 즐거운 마음이 우리에게 힘이 됩니다.

이 사태로 인해 많이 힘들지만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사랑받음을 느끼고 우리를 소중히 여겨주시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교회의 아이들이 저와 같은 사랑을 받겠구나 생각이 들어 흐뭇합니다.

나라면 벌써 지쳐 학업에 전념 했을 텐데 꾸준히 관심 가져주고 힘을 전해주어 감사합니다. 너무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결국 복음은 우리의 것입니다. 정의의 하나님이 우리의 편에 계심을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다시 한 번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정동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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