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밤.
기운이 없어 낮은 내내 잠을잤다. 효소를 먹는 것도 귀찮아서 미안하게도 친구들이 한 컵을 타줘도 반만 먹고 남기곤했다.

일주일이 지나가니 훅 기운이 소진될까 주변에서 많이 걱정들 해주신다. 나 또한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면 어쩌지 고민하게 된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고민하며 쳐지기보다 활기있게 버티고자 노력하고 있다.

▲ 엄마로부터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한 짐을 덜었다는 진유경 학생. 하지만 점점 기운이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얼마전에 엄마에게 카톡이 왔었다. 

너의 소신을 지지한다고. 다만 염려될뿐이니 힘내라고. 죄송스런 마음에 눈물이 났고, 눈물과 함께 큰 짐 하나가 덜어졌다. 당연하게 걱정하고 계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지지한다고 말해주셨을지 차마 그 속을 마주할 용기는 없지만 더 없이 감사함을 느꼈다.

첫날 일기에 썼듯이 투쟁에 장소에선 알게모르게 여성에게 가해지는 선긋기와 소외가 있다. 같이 투쟁하는 동지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지지방문 해주시는 분들에게서 그런 속상한 발언들을 많이 듣곤 했다.

이러한 속상함들을 해방시킬 곳 없이 마음에 눌러놓곤 했는데 오늘 학부 성정의 위원회와 대학원 여성주의 모임 ‘패미하다’ 주관 예배의 현장의 소리 순서에서 시원하게 토로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관점에서 억눌린 여성의 입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모임이니만큼 예민하다고 평가당할 걱정없이 마음껏 억눌린 마음을 해방할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한 시간이었다.

날씨가 매우 춥다. 몸에 닿는 공기가 시리다. 오늘은 서울 길바닥에서 이 시린 공기를 끌어안고 자지만 피부가 갈라져도 좋으니 부디 얼마 안 되는 시일 내에 칼바람으로 유명한 학교 교정에서 찬바람을 맞고 싶다.

하나님,
당신의 자녀들 당신의 뜻에 합당한 배움터를 만들기 위해 추위를 피하지도 못한 채 잠이 듭니다. 점점 기운은 없어지고 사랑하는 스승님들의 건강도 많이 걱정됩니다. 부디 공의의 하나님 한신에 임하셔서 한신의 역사를 주관하소서.
오소서. 오소서. 평화의 주님.

▲ 단식 8일차를 넘기고 있는 진유경, 김강토, 정동준 학생들.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진유경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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