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9일차. 학교 보건실에서 우리의 건강을 확인하러 와 주셨다. 나는 고혈압의 시작 단계 정도가 되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열이 나거나 할 때 바로 조취를 취하라 하셨다.

강토는 혈당이 낮은 수치인 72가 나왔다. 더군다나 어제부터 복통을 호소하고 있어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유경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혈당 수치가 44가 되었다. 쇼크가 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바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 단식 9일차를 넘기고 있는 정동준 학생.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병원에 가기까지에도 많은 실랑이가 있었다. 병원에 가게 되면 단식을 중단하게 될까 걱정이 된 나머지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유경이를 설득해야 하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유경이의 마음은 모두가 이해했다. ‘아직 우리의 투쟁의 이유가 조금도 해결되지 않은 이 상태에서 나의 몸이 먼저 지쳐 쓰러질 수 없다.’ 라는 굳은 결의일 것이다.

다행하게도 유경이는 곧 퇴원을 하고 농성장으로 복귀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너무나 힘든 이 싸움을 계속 해 나가야만 하는데 아직 몸이 버틸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의해 계속에서 몸을 혹사시켜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슬프다. 아픈 현실이다.

우리는 유경이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우리의 결의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적지 않음을, 오히려 큼을 알기 때문이다. 몸이 이 정도가 되어도 버티고 있는 유경이의 정신력에 존경을 표한다.

우리를 찾아온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너는 참 멀쩡해 보인다고, 20일은 거뜬하겠다고. 나도 참으로 신기하다. 물론 몸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너무나 보고싶은 얼굴이 찾아와도 누워 있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때는 기운이 솟는다. 날이 갈수록 기운이 솟는다. 

다니엘과 세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왕이 정한 음식을 먹으라는 명을 거부하고 채식만 할 것을, 10일 뒤에 우리의 상태를 두고 보라는 말을 한다. 결론은 오히려 왕의 진미를 먹은 다른 사람들보다 다니엘과 세 친구가 더 나아 보인다고 성서는 기술한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한신의 민주주의가 아직 땅에 떨어져 있을 때에 나는 곡기를 끊었다. 힘이 없어서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운이 넘쳐난다.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저들이 여전히 왕좌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여전히 나는 싸울 기운이 있다. 이 싸움의 힘의 원천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한신대학교의 문양에는 ‘임마누엘’이라는 글자가 히브리어로 쓰여 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곳이 곧 한신이다.

항상 독수리가 날개 쳐 올라가는 듯한 새 힘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새 힘을 허락하고 계신다. 유경이가 다시 돌아온 것도 새 힘을 주시는 하나님 덕분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가 곧 한신이다.

정동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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