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에 서서 띄우는 편지

그대 서 있는 어디쯤 
가을을 버리는 나무 한 그루쯤은 서 있을테죠
애써 물든 가을을 다 털어버리고 나면
그대에겐 무엇이 남을까요
바람이 부네요
지금 살아서 언젠가는 사라질 숨 있는 것들을 생각하라고 
미움보다는 믿음이 더 멀리 갈 거라고
강물이 흘러가네요
이제야 탁 트인 강가에서 흔들리는 갈대를 보았어요
휩쓸리던 어제의 마른 내 영혼같더군요
뿌리만은 말라가지 않기를 
계절이 변해도 늘 조심하시구요
보를 넘어가는 강물은 당분간 고요할거예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날 
강가로 올라오려던 강물의 꿈들은 얼어붙겠지요
그래도 날이 약속처럼 풀릴거예요
나의 심사를 물들인 그대여 
봄이 가득 차는 날
물이 다시 오를 때까지
살고 싶은 봄이 다시 돌아오면
만물이 깨어날 거예요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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