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배고픔은 익숙해졌다.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와 입맛이 점점 사라져 음식 사진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기상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처음엔 8시 30분에 일어났다가 요즘에는 11시를 넘어 1시에 기상을 한다. 몸에 기력이 떨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의 움직임은 힘이 솟는다. 이 힘의 원동력은 하나님의 도우심과 동시에 우리 안의 분노다.

어제 우리는 오산을 찾았으나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실망감과 분노, 허망함과 또 속았다는 분노를 품고 돌아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조금씩 희미해지는 우리의 생명의 불씨를 이리도 무시하고 조롱하고 농락할 줄은 몰랐다. 이로써 연규홍 교수는 학생을 생각한다는, 우리를 찾아와 웃으며 우리의 건강을 걱정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임이 들어났다. 그마저도 남아있는 신뢰마저 소멸하였다.

▲ 월요일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단식농성천막을 떠나 한신대 오산 캠퍼스 인근에서 하룻밤을 유해야 하는 정동준 학생.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금일 예배는 교회를 갈 수 없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여 이영미 선생님의 준비와 인도로 천막 예배가 이뤄졌다. 성만찬도 이뤄졌다. 빵과 포도주로 예식을 진행했지만 성찬 나눔은 포도당과 효소로 대체하였다. 주여 우리 안에 살아 움직여 주셔서 한신에 주님의 정의를 실현하여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한신 동산에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배를 드리며 내 안에 주신 주님의 음성을 이곳에 고백하고자 한다. 구약의 말씀은 다니엘서의 말씀이었다. 다니엘과 세 친구는 왕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왕의 명을 거부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셨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의 건강이 상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병원에 실려가 위독해 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 학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두렵지 않다. 나의 미래가 불확실한 것이 두렵지 않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하나님의 뜻을 외면하고 우리 좋은 대로 하는 것이 두렵다. 하나님의 정의를 저버리는 것이 두렵다. 우리들이 자퇴서를 제출할 때 부른 노래인 ‘두려워 말라.’라는 떼제 찬양을 불렀다. ‘두려워 말라, 두려워 말라, 주님 계시니 아쉬움 없네. 두려워 말라, 두려워 말라, 주님 안에서.’ 그 찬양 가사이다.

위에서 말한 것들을 두려워 말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자는 뜻으로 불렸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주님께서 우리를 품어주신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런데 저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자신의 자리를 잃는 것이 두렵고, 이사회가 두렵고, 남의 눈치가 무섭고, 자신의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대화를 하려하지 않고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보인다.

부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소리들 보다 먼저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하는 말씀을 듣기를 원한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정동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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