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는 ‘그림자’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해 맑은 웃음과 희망 찬 내일이 보장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국사회에서 태어난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여진다. 부모들이야 자신의 선택에 의해 한국에 왔지만, 아이들은 선택권도 없이 이런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생명에 ‘불법’이라는 딱지를 감히 붙이는 것은 정당할까!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은 아이들

비근한 예이지만 2017년 국감에서 ‘0세 입국 기록’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8만1398명이 0세 입국자로 확인이 되었다. 미국, 캐나다 등의 시민권을 받기 위한 원정출산으로 추정된다. 소위 선진국의 시민권을 받기 위해 ‘불법’적인 원정출산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작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자녀들에게 ‘불법’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 부모님 때문에 한국에 왔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 자녀들. ⓒ이영

미등록 이주자녀는 학교 진학에 있어서도 학교장 재량이라는 자의적인 방침만 있을 뿐 실제적으로는 학교 교적에는 등록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학교 홈페이지(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으며, 학교 급식 등에도 배제된다. 빛나는 졸업장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병원진료, 교통카드 발급, 휴대폰 가입, 인터넷 등록, 은행 이용 등 각종 사회서비스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현재 한국사회 미등록 이주 자녀는 약 2만 명 정도로 추산될 뿐,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 수치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혈통주의에 입각한 속인주의 입장을 고수하다보니, 미등록 이주자녀에 대한 존재는 필요치 않다고 여긴다. 이로 인해 미등록 이주자녀의 교육권과 건강권 등 최소한의 보호받을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 미등록 이주자녀는 단지 ‘살아있는 밀랍인형’에 불과하다.

또한, 소위 다문화가정(결혼이주자) 내에 자녀 역시 안전하지는 않다. 2017년 4월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전국 다문화 초·중·고 학생은 10만9387명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국 초·중·고 학생 100명 중 2명이 다문화 자녀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차별을 당하는 등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다문화 자녀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2016년) 다문화 학생 학업 중단율은 초등생 1.24%, 중학생 1.69%, 고교생 2.76%로 학교 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이는 일반 초·중·고 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각각 0.98%, 0.96%, 1.35%인 것과 비교할 때 많게는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겪는 자아정체성의 혼란, 학업진도의 미지한 성취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 자녀의 공교육 이탈은 사회적 부적응으로도 확대될 우려가 있다.

아이들은 미래사회의 주인공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 책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면 가장 최우선적으로 이주 자녀에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한국사회의 미래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연설이 지금도 한국사회에는 메아리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자식과 그 노예의 주인이었던 부모의 자식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태권소녀: 샨타

샨타라는 아이는 2002년 엄마와 함께 아버지가 일하는 한국에 왔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한 학년 아래 학년을 다녔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기에 행복했다. 한국에서 동생도 생겼다.

하지만 이 행복도 잠시 아버지의 단속으로 인해 다시 시련을 겪게 되었다. 아버지가 한국에 오기 전에 많은 빚을 지고 왔기 때문에 아버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어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머니 역시 몸이 건강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샨타는 어머니를 지키고자 곁에 남게 되었다.

▲ 태권 소녀, 샨티 ⓒ이영

샨타 아버지의 단속과정에서 알게 된 이후 샨타의 가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상태에서 낯선 이국땅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샨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학교생활은 잘 하는지, 어머니의 건강상태는 어떤지, 가정형편은 어떤지 등을 살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샨타가 적응하기에 힘이 드는구나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정황이 샨타를 힘들게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업적인 면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닫혀있는 듯했다. 이를 고민 중에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샨타와 동생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태권도 도장을 권유했다. 흔쾌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태권도 도장을 다니기 시작한 후 조금은 자신감이 붙었는지 성격도 쾌활해지고 밝아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샨타가 울면서 찾아왔다. 다시는 태권도장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돌아 온 대답이 “넌 너무 더러워, 넌 미개인처럼 너무 시커매! 넌 불법 사람이야!”라고 태권도장 아이들이 놀렸다는 것이다. “태권도를 배워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고 싶어!”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사라져 버렸다.

그 이후 샨타는 태권도장을 나가지 않았다. 샨타에게는 올림픽의 시상대에서의 금메달보다 한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어 했다. 한국사회가 올림픽의 금메달 보다 더 소중한 이주자녀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울지마! 샨타!”( “울지마 샨타!”는 2008년 책으로도 출판됨)

이영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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