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은 하나님의 대학교입니다. 오늘 부족한 저를 한신대학교 19대 총장으로 세워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와 존귀를 돌립니다. ... 일 하는 총장, 기도하는 총장이 되겠습니다. ... 민주한신은 통일한신을 위해 새롭게 도약할 것입니다. 분단과 갈등을 넘어 통일의 새 시대를 이끌어갈 민족지도자를 양성하는 위대한 한신 르네상스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 신학은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저는 총회가 저에게 위임한 총장의 권한을 요구하면서까지도 죽음에 직면한 신학생들을 살리고자 총학생회와 합의문을 작성하고 민족한신과 진보한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11월21일 오후3시, 연규홍 교수가 한신대학교 총장에 취임하면서 행한 취임사였다. 자칫 취임식도 무산될 수 있었던 상황까지 사태가 확대 일로에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한신학원 이사회의 파행운영이 도화선이 되어 한신대 신학과 학부 재학생 33명이 자퇴서를 제출하고, 삭발과 단식, 수업 거부 등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신학대학원 학생들의 삭발과 단식 그리고 수업 거부 등과 신학과 교수들의 단식으로 확대되면서 총장 취임식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었다.

▲ 제7대 한신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연규홍 총장이 한신기를 부여받고 있다. ⓒ윤병희

그러나 취임식 전날 연규홍 총장과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가 타협을 이루어 그 간의 학내 분규를 일단락 짓고 공식적 취임식을 진행한 것이다.

이날 취임식은 김재성 교목실장의 인도로 총동문회 공동회장 윤찬우 목사의 기도에 이어, 마태복음 24:45-46 말씀의 성경봉독 순서는 이아론 총학생회장에게 맡겨졌다. 설교는 기장총회장 윤세관 목사가 ‘충성되고 지혜있는 종’이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총학생회장에게 예식의 순서가 주어진 의미는 이날 오전에 타결된 협상의 성과를 드러내고 학생들도 연규홍 총장의 취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학교측의 연출로 해석될 수 있다. 배포된 순서지에 인쇄된 성경봉독의 담당자는 ‘인도자’로 표시되어 있어, 예식 직전에 학생측의 순서가 결정된 모양새다. 이는 며칠 사이 요동치는 상황의 긴박성을 보여준다. 학교측은 취임식이 도래하기 전에 어떻게든 학내분규를 타개하려 애썼다는 후문이다.

취임식에서 눈길을 끈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축전이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한신대학교는 우리 역사와 함께 기억됩니다. 김약연, 김재준, 문익환, 문동환을 품에 안은 한신대학교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군사독재시절까지 민족의 고난과 함께 해 왔고 시대의 요청에 당당하게 응해 왔습니다. 이제 한신대학교는 선배들이 이룩한 민주전통의 계승과 발전, 개혁과 도약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연규홍 교수님의 취임이 소통과 배움, 실천의 공동체로서 한신대학교의 기틀을 더욱 굳건히 다지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명문으로 비상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학생들이 한신대 교정 오월계단에서 농성을 이어 가기도 했다. ⓒ윤병희

학생들과의 협약서를 체결하고 취임식을 치뤘지만 ‘학칙 개정’과 ‘임기 내 신임평가’ 등 협약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앞으로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연규홍 총장은 협약서에 서명한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는 약속의 실행을 통해서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임식 후 에큐메니안은 한신학원 이사회 이사장직무대행인 유영준 이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나중에 찾아오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또한 학교 측 한 관계자는 “학교 측 관계자들은 연규홍 총장이 학생들에게 많이 양보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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