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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족쇄 ‘사업장 이동의 제한’이주노동자들의 땀방울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
이영 | 승인 2017.12.03 23:20

이주노동자 세 명이 짐을 싸들고 센터에 들어섰다. 표정을 보니 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사업장에서 쫓겨나 불법체류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다음과 같다.

사장님이 본인 집이 이번 주 일요일에 이사를 하니, 이사 짐을 도우러 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그날 중요한 약속을 한 모양이다. 사장님에게 할 수 없다고 하자, 말을 듣지 않는다고 멱살을 잡고 몇 대 때리면서 숙소에서 짐을 싸 나가라고 내쫓았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고자 사장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오히려 이 친구들이 일하기 싫어서 도망을 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도 공장에 손해를 봤다고 항변을 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 친구들에 대해 사업장이탈신고를 한 상태였다. 노용노동부에 부당신고에 대해 진정을 하고 구제받아 새로운 사업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이처럼 이주노동자에게는 강요된 부당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맞은 사람이 맞은 걸 입증해라?

이는 한국의 외국인력 제도인 ‘고용허가제’ 자체가 말 그대로 고용주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제도 자체에 이미 노동권을 침해할 요소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천적으로 헌법도 보장하는 직장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다. 과거 산업연수생제도가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의 고용허가제 역시 ‘현대판 노비제’라고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주의 무리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사업장에서 쫓겨나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현대판 노비제라 불리는 고용허가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이영 신부

몇 가지 이주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경우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지만, 이는 당연한 것(임금체불 2개월 이상 지속, 사업장장의 장기간 휴업 및 폐업·파산,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이중에서도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이주노동자가 이를 입증(폭행, 성희롱, 성폭력 등)해야 한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라는 것을 이주노동자가 입증하기는 너무 어려움이 많다. 어느 한 사업장에서 여성 이주노동자 2명이 일을 했다. 처음 3년 동안은 별이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고용주가 이주노동자 여성 한명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 여성은 같이 있던 여성이주노동자에게 사실을 알렸다. 결국에는 이를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내고 사업장을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를 입증해야 했다. 경찰에서 신고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법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자, 고용주는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 여성은 사업장이동을 허가하되 다른 이주노동자 여성은 해 주지 않겠다는 했다. 처음에는 이주노동자 여성 2명은 이런 고용주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하지 않은 이주노동자 여성이 고용주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혼자 남아 있기 겁나고 두려웠지만, 자신으로 인해 다른 이주노동자 여성이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는 일에 마음 아파했다. 사업장을 떠나던 날 이주노동자 여성 2명은 공장의 뒤뜰에서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다. 하늘을 원망하며...

낯선 이방 여인의 눈물

낯선 이방 여인이 찾아 왔다.
그들의 모습 속에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한 여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친구가 
이 친구는 몸이 아프니
자신은 공장에 남고 
이 친구만이라도 
다른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두 여인이 
서로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마주치지 못했다. 

낯선 이방의 땅을 
찾아 온 
여인들의 여윈 눈가에는 
어느새 
붉은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차마, 
그 여인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덩그러니 허공 속에 눈을 파묻었다.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족쇄 ‘사업장 이동의 제한’에 묶여있다. 족쇄의 사슬을 끊고 이주노동자 역시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사업장 이동의 제한으로 인한 눈물을 씻어 주고, 이제는 그들이 흘리는 소중한 땀방울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날까지 ⓒ이영 신부

이영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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