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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수의 개집 부실공사 이야기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박철 | 승인 2017.12.22 23:58

얼치기 목수가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밥 먹고 책보는 거 외에는 재주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을 정도로 재주에는 젬병인 사람이었습니다. 하다못해 두꺼비집 퓨즈를 간다든지, 백열등 전구가 나가도 그걸 갈지 못해 잔뜩 겁을 집어먹고 절절 맵니다. 어머니가 벽에 거울이나 옷을 걸기 위해 콘크리트 못을 박으라고 시키면 영락없이 사고를 칩니다.

동작은 느리고 굼뜨고 빠릿빠릿하지 못해 늘 남의 시선을 끌기 일쑤였습니다. 생긴 것부터 싱겁게 키만 껑충하게 크고 손가락은 고사리처럼 길고 손바닥은 솥뚜껑만 해서 손에 연장을 쥐고 하는 자질구레한 일을 하기에는 애초부터 글렀습니다. 그렇게 재주가 젬병인 사람이 목수를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남자 나이 서른이 훌쩍 넘도록 못 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사람이 목수라니? 일단 목수라고 하니 믿어 볼 수밖에요.

박 목수가 처음으로 하청 받은 공사는 ‘개집’을 새로 짓는 일이었습니다. 정선읍내 철물점에 가서 못을 두어 근 사다 놓고 우선 설계도부터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달력 뒷면에 자를 대고 줄을 그으면서 기둥은 어떻게 세우고 지붕은 어떻게 올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설계도를 그렸습니다. 설계도가 완성되자 박 목수는 자신이 그린 설계도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거창하게 예수님께 부실공사가 안되게 튼튼한 집을 짓게 해달라고 기도부터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목수 보조는 박 목수의 마누라였습니다. 박 목수는 설계도면을 보면서 톱으로 각목을 자르고 네 귀를 세운 다음 널빤지로 바닥부터 붙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박 목수 아내는 남편의 실력이 미심쩍어 ‘저러다 또 사고치는 거 아닌가?’ 내심 불안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참견을 하면 보나마나 버럭 소리부터 지를 테니 잠자코 하는 짓을 지켜볼 수밖에요.

박 목수는 신이 났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디서 봤는지 연필을 귀에 꽂았다 뺐다 하며 진짜 목수 시늉을 하면서, 아내보고 목수가 일을 하는데 왜 새참은 안 주냐고 타박까지 했습니다.

그 당시 박 목수네는 아기가 없었으므로 어디서 갓 입양(?)해 온 발발이 ‘복실이’가 자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디 갔다 오면 제일 먼저 ‘복실이’를 번쩍 들어올려 입을 맞추고 눈꼴시게 유난을 떨었습니다. 자기들은 가난해서 돼지고기 한 번 못 사먹으면서 개를 위해서는 정육점에 부탁해 비계 덩어리를 사다 먹일 정도로 ‘복실이’를 애지중지 했으니 말입니다.

박 목수만 '복실이'를 예뻐한 것이 아니라 박 목수의 마누라도 '복실이'를 끔찍이 예뻐했습니다. 애를 낳지 못하는 여자의 상실감을 복실이에게 쏟아 붓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복실이'가 어디 간단 말도 없이 사라지자, 박 목수의 마누라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동네방네 다니면서 “복실아! 복실아!” 울고불고 하면서 미친 여자처럼 다닌 적이 있었는데 몇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보니, '복실이'는 안방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붕공사만 남았습니다. 널빤지를 잇대어 지붕을 올리고 누가 내다버린 헌 장판을 주워와 그걸로 덧대었습니다. 비가와도 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럴듯한 개집이 완성되었습니다. 박 목수는 흡족한 마음으로 아내를 보고 “야, 이건 개집이 아니라 완전 맨션 아파트다! 우리 집보다 더 좋다! 우리는 언제 이런데서 사냐!”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복실이를 억지로 안아다 새로 지은 개집에 집어넣고 박 목수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복실아! 오늘부터 여기가 네 집이다. 마음에 들지?”

박 목수는 개집을 완성하고 나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때 개집을 완성하고 세 식구가 기념사진을 박았는데 이사 다니면서 사진을 분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강원도 산간 오지에 심한 눈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흑백 TV에서는 강원도 산간지역에 폭설주의보가 내렸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밤새 엄청난 폭설이 내렸는데 박 목수는 하루 종일 개집을 짓느라 몰두했으므로 육신이 고단하여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새벽 5시, 박 목수의 아내가 흔들어 깨웠습니다. 박 목수는 마지못해 눈을 비비고 일어나 새벽기도를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성경 찬송가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온몸이 오싹하게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로 나가는 쪽문을 여는데 이상하게 문이 안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좀 세게 문을 밀어도 문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밤새 내린 눈이 1미터가 넘게 쌓여 문을 열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복실이' 집이 아니, 맨션 아파트가 생각났습니다. 간신히 문을 밀쳐 열고 삽으로 골을 내고 개집 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개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 속에 파묻혔나 싶어 삽으로 파 보았더니 개집이 폭삭 주저앉아 빈대떡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다행히 '복실이'는 무너진 개집 안에는 없었습니다. 박 목수는 걱정이 되어 “복실아! 복실아! 복실아!” 하고 부르자 연탄을 쌓아 놓은 헛간 쪽에서 '복실이'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박 목수가 심혈을 기울여 처음 발주한 개집, 아니 맨션 아파트는 완전 부실공사로 준공검사도 맡지 못하고 하룻밤 만에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그때 옛날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야! 이놈아! 너는 왜 벽에 못을 박으라고 했더니, 망치로 네 이마빡을 때리냐! 뭘 시키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고 꼭 사고를 친단 말이야!”

박 목수는 부실공사로 잡혀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박철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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