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원년 문재인 정부의 마무리는 답답한 마무리였다. 2017년 마지막 금요일인 29일 오전, 정부는 6천444명의 신년특사 명단을 발표했으나, 그 동안 기대와 관심의 대상이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양심수는 한명도 특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정부 발표 직후인 오후1시 청와대 앞에서 즉각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규탄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분노와 불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 결성된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신년특사 명단 발표에 대해 양심수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허울좋은 명분을 규탄했다. ⓒ윤병희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가 노동 존중과 사회적 대화를 얘기하면서 한상균 위원장은 석방하지 않았다.”고 소리를 높였으며, 이석기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초에) ‘걱정 말라, 좋은 날이 올 거다’고 화답했다.”고 말하며 “대선 때 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돌아다닌 게 후회스럽다.”고 배신당한 감정을 토해내었으며, 발언을 마치자 졸도했다.

기자회견에 종교계 인사로서 참여한 NCCK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정말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래도 믿었는데, 새로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주길 기대했습니다. 양심수 석방하는 것이 정권출범 첫 번째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보고자 외쳤던 사람들, 서민들의 삶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거리에 나섰던 분들, 여전히 감옥 속에 가둬두고 있습니다. 실망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오늘이라도 새로운 결단을 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밖에 한신대 신학과 교수이자 여성신학자인 김애영 교수는 기자에게 “촛불혁명은 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양심수 사면을 못하는 것은 문재인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보는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오후에 NCCK 인권센터는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에 대한 논평’을 내고 이번 사면을 “정치적 이득을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의 적폐를 하루 속히 청산하고 정의로운 특별사면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계는 그동안 꾸준히 양심수 석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해 왔다.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6대 종단 지도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원불교중앙총부 한은숙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천주교 주교회의 김희중 의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의 연명으로 ‘양심수 석방을 위한 종단 호소문’을 발표했으며, 지난 12월 12일에는 NCCK 인권센터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가 공동으로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사안의 중대함으로 많은 취재진들이 몰린 가운데, 채널A와 조선TV는 취재하지 말아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이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고 계속 촬영하던 채널A 취재진의 카메라는 추진위 회원들에 의해 철수당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단 한 명의 박근혜 피해자도 품어주지 않았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 “양심수를 배제한 신년특사 규탄한다.” 등의 구호로 기자회견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시각 양심수 전원 석방과 수배해제를 요구하며 민주당사에서 단식농성을 하다가 그저께 농성을 해제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이영주 사무총장에게 경찰은 영장을 청구하고 내일 영장실질심사를 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날 저녁 뉴스에서 일기예보는 일제히 2017년의 마지막 주말, 전국은 미세먼지 ‘나쁨’으로 보도했다. 때마침 자연은 위대한 잠언임을 드러낸다.

▲ 이석기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는 신년특사에 대해 배신당한 감정을 토해냈으며, 발언을 마치자 졸도했다. ⓒ윤병희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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