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어쩌면 삶은
몸둘바를 모르며 
수모를 견뎌내는 일이리라

일제히 내리는 눈발을
담담히 받아내는 비닐하우스
밤새 불어닥친 겨울 맞고 
펄럭이는 상처 아물지 않았다

생의 기록적인 폭설로 
얇고 불투명해진 하우스 지붕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지만

뼈대는 뼈대를 뼈아프게 지지하고
비닐막은 비닐막대로 허물을 덮어주는
모습이 높다

눈발도 길을 하얗게 덮어주는데
얼마나 죄값을 더 지불해야
이 눈은 그칠까

죄가 형벌이 되고 천벌이 눈발이 되어
가슴 깊은 산지에 
후회만 쌓이고 있지만
강물은 눈을 녹이며 너에게로 흘러간다

이제 동지가 뱀처럼 지나갔으니
낮 세상이 한 뼘씩 길어지면 나는
남은 사랑의 편지를 마저 쓰고

광활한 새해를 우두커니 견뎌야 하리
저 눈발 아래 비닐하우스처럼

▲ 눈 덮힌 비닐하우스 전경

정준영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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