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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의 도(道)와 예수의 길(ὁδός)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00>
이병일 위원 | 승인 2018.01.01 22:46
▲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사람들은 安貧樂道(안빈낙도)의 삶을 원하지만, 
세상은 昏庸無道(혼용무도)하니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市道之交(시도지교)를 하면서 서로를 대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이에 “老子의 도(道)와 예수의 길(ὁδός)”을 함께 음미하고, 
나와 사람들과 세상을 바로 보면서, 
길(道)을 찾고 길(ὁδός)을 따라 함께 가 봅시다.

노자의 도덕경은 예로부터 속세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읽던 고전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노자 시대인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에서 읽으면 당시의 정치적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해석을 하였지만, 그 내용이 난해하여 노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막연하고 뜬 구름 잡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5,000여 자의 도덕경을 음미하면서 오늘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마가복음의 예수님이 걸었던 길을 함께 음미하면서 나를 돌아보려 합니다.

주나라 말기 춘추시대에서 전해오던 노자의 말을 전국시대 초기 혹은 중기에 도가의 한 현인이 현재와 같은 도덕경의 형태로 편집 재구성한 것으로 추측합니다. 춘추전국시대에 군주는 백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법이나 정교한 상벌체계에 대한 지식, 곡물을 증산하는 농업기술, 전쟁에 이기는 병법이나 축성술, 물자수급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 수학 등의 지식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학문을 배우는 계급이 귀족에서 평민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제자백가의 다양한 학문은 그 시대가 요구한 산물입니다. 평민의 입장에서 보면 법과 예, 병법, 수학 등 정치와 전쟁에 대한 지식은 가난을 벗어나는 출세의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노자는 출세를 위해 지식을 추구하는 그 당시 사람들의 태도와 학문의 성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자는 학문을 하거나 도덕을 닦을수록 세상이 더욱 혼란해지고 사람들이 소박함을 잃어 가는 현실을 고민하고, 인간의 자연성을 밝힘으로써 세상의 혼란과 갈등을 넘어서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고전과 마찬가지로 당시의 역사와 현실 속에서 도덕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국가는 옛 성인이 만들었다는 예법을 따르도록 백성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인간은 도덕이 요구하는 길을 걷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성이 규범을 모르거나 법을 거기는 것은 착하지 않고 충성스럽지 않다고 평가됩니다. 예로써 현실의 혼란이 진정되지 않을 때 폭력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기도 합니다.

예나 법은 백성을 다스리는 방식에 있어서 서로 다르지만, 인위적인 수단을 쓰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인위적인 수단을 쓰는 것은 현실을 혼돈과 무질서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상태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적 조건이기도 합니다.

노자는 불선과 불충이 나타나는 당대 현실과 이러한 혼란을 초래하는 정치도덕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노자는 예절과 형벌로 다스리는 당대 정치를 비판하여, 진정한 덕이 어떻게 얻어지는지 논하고 있다. 정치를 비판하되 자연적 도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노자의 담론은 일반적인 윤리적 비판이나 유교적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과 다릅니다.

도의 관점에서 현실 정치의 도를 펴는 노자의 도덕은 덕경에서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치는 선과 악, 옳고 그름, 이익과 손해, 신분의 귀천 등을 규정하는 윤리적 규범이자, 백성을 다스리는 국가의 통치행위입니다.

노자는 덕경(38-81장)에서 당대 현실을 진단하고 도가적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경(1-37장)에서는 자신이 말하는 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자의 도는 사마천이 살던 한나라 당시까지 천하를 다스리는 정치도덕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도덕경 속에는 춘추전국시대의 정치와 공자의 도덕에 대한 비판이 담겨져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정치는 신분질서와 가족, 시와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총체적 규범입니다. 도덕경은 혼란과 모순이 극대화된 춘추전국시대에 그 당시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고, 인간과 자연의 실상을 규명하여 그 대안을 제시한 책입니다.

춘추전국시대와 마찬가지로, 아니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거의 모든 시대는 길을 잃었다고 해야 하겠죠. 그 말은 어느 시대에나 길을 찾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기도 하구요. 길을 잃었으니 찾아야 하고, 길이 희미하니 바로 보아야 하겠죠.

“어디에나 길은 있고 / 어디에도 길은 없나니 
노루며 까막까치 / 제 길을 열고 가듯
우리는 우리의 길을 / 헤쳐가야 하느니. //
땀땀이 실밥 뜨듯 / 잇고 끊긴 오솔길
신발끈 고쳐 매며 / 한 굽이는 왔다마는
호오호 밤부엉이가 / 어둠을 재촉한다. // 
날 따라 다니느라 / 지쳐 길게 누운 길아
한심한 눈을 하고 / 한숨 몰아 쉬는 길아
십자가 건널목에는 / 신호등도 없어라.” <장순하(張諄河)의 시 “지쳐 누운 길아”>

저의 필명은 도토리입니다. 도토리는 한자 道(길 도), 討(궁구할 토), 唎(가는 소리 리)를 써서 “길을 찾는 작은 소리”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를 성찰하기도 하고, 그 길을 속삭이듯이 작은 소리로 함께 갈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저도 평생을 그 길을 찾으며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 길은 각자의 시대마다 생명과 정의와 평화를 위해 살았던 선조들이 걸어가신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인 저에게 그 길은 예수님이 먼저 가신 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길은 우리에게 복음으로 다가와서 우리를 해방하였고, 사명으로 다가와서 우리를 결단하게 합니다.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

“너희는 온 세상에 나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여라.” 여기에서 피조물(κτίσις)은 사람뿐만 아니라 “창조물, 세계, 피조물”을 넘어서 제도와 법령까지도 포함합니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에게도 확장됩니다.

게다가 사람이 만든 제도와 법까지도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몸 된 공동체를 통하여 부름 받아 세례를 받고 해방과 평화의 기쁜 소식을 선포할 사명을 받았습니다. 그 사명은 나의 삶과 우리의 활동을 통하여 드러납니다.

세례자 요한과 함께 시작된 “주의 길”은 예수님의 활동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복음이 되고,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예수님의 삶 전체가 복음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은 복음 선포의 사명을 받은 제자들과 우리에게서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삶 자체, 즉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동과 죽음과 부활이 기쁜 소식입니다. 따라서 부활한 예수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은 우리의 삶 자체가 기쁜 소식이어야 합니다.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 자체가 모든 사람, 모든 생명, 모든 제도와 법에 이르기까지 복음이어야 합니다. <『미친 예수』(이병일, 도서출판 밥북, 2017) “모든 피조물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라” 중에서>

이병일 목사 (강남향린교회)
“길을 찾는 작은 소리”라고 해서 “도토리(道討唎)”입니다. 우리 사회 여러 부조리한 구석들을 살피며 사람 사이 관계와 세상살이의 선한 이치를 깨닫고 따르고자 애쓰는 목사입니다. 언제쯤이면 자연 속에서 고양된 영성으로 들꽃 사랑,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목회를 할 수 있을까 꿈꾸며 삽니다.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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