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18일에 열릴 민중신학자 대회는 “민중신학과 교회 개혁”이라는 주제로 축제의 한 마당을 가지려고 한다는 취지를 밝힌 민중신학회장 임태수 박사. ⓒ 이정훈

아직도 민중신학에 미련을 가지고 부흥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놀림감이 될까? 임태수 박사는 그 놀림감이 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민중신학은 죽지 않았다. 반드시 제2의 전성기가 온다”고 힘주어 말한다.

임 박사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도 여전히 민중은 많다. 소녀소년 가장, 장애인, 노인 등. 그러나 그보다 더 민중신학을 필요로 하는 곳은 제3세계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케냐, 아프리카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국들은 민중들로 채워졌다. 그들에게 이 신학이 필요하다.”

임태수 박사의 민중신학에 대한 애정은 정작 한국에 있을 때보다 독일 유학 중에 생겼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새로운 신학을 찾아 떠나 낯선 독일 땅에서 "조국의 암울한 상황을 헤쳐가려는 신학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한 민중신학을 접하고, 서구 신학이 줄 수 없었던 기쁨을 찾았다"는 말은 아직도 서구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 학문이 경청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임 박사의 민중신학에 대한 애정이 9월18일 민중신학자 대회로 작은 결실을 맺으려고 한다. 이번 민중신학자 대회는 안병무 박사가 소천한 이후로 민중신학의 태동지였던 한신대학교에서조차 홀대를 받으며 천덕꾸러기 취급받았던 민중신학을 다시 한 번 부흥시키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민중신학의 본래적 기능을 교회개혁에 초점을 두고 교회 내의 민중으로 취급받고 있는 청년과 여성의 눈으로 현대 교회의 문제점을 짚어보려는 행사”라고 임 박사는 밝혔다. 부디 바라기는 엄혹했던 시절, 이 땅의 작고, 힘없고, 억눌린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었던 민중신학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숨기려는 우리 주위의 민중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민중신학을 처음 접하고 민중신학을 하시게 된 것은?

68년도에 한신을 다니게 되었지만, 안병무 박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70년이 넘어서야였다. 1970년이 되어서 안 박사가 한신대에 오셨다. 그러다가 75년부터 한국신학연구소 2대 간사를 맡고 있었던 손규태 박사를 이어 간사를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1대 간사는 황성규 교수님이셨다.

76년부터 78년 8월 독일로 갈 때까지 등화불명이라고 75년부터 이미 안병무, 서남동의 민중에 관한 논문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소에 서강대 서인석 신부, 김용복 박사, 서광선 박사 등이 들락거리고 있었고 민중신학이 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독일 유학 중 82년에 NCC가 주동이 되어 펴냈던 <민중과 한국신학>이라는 책이 나왔다. 새로운 신학을 찾아서 독일로 유학을 간 것인데, 4년 이상을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신학적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근무하던 한국신학연구소와 소장님이 주동 인물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감동을 받았었고, 빨리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고 논문을 바꾸려고 했다.

그 당시 쓰고 있던 논문 주제가 <역대기 사가의 다윗 상>인데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논문은 이대로 마무리하고 한국에 가서는 민중의 관점에서 신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84년에 나와서 22년 동안 한 눈 팔지 않았다. 민중의 관점에서 보았다. 특별히 구약 대해서 민중신학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민중신학적으로 구약이 연구된 것은 서인석 신부와 김정준 박사님이 몇 편의 논문 정도였다.

그 다음부터는 창의적, 독창적이라고 해야 할까 민중이라는 관점 하나로 보니까 모든 게 달랐다. 모든 신학이 새로운 관점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내가 쓰는 논문들, 설교들, 글들, 책들을 그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얼마나 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는 새롭다고 생각하고 보람을 느꼈다.

▲ 민중신학회에 이끌어 오시면서 보람되었던 일은?

▲ 새로운 신학을 찾아 떠났던 낯선 독일 땅에서 만난 민중신학은 서구 신학이 줄 수 없었던 기쁨을 주었다고 임태수 박사는 회고한다. ⓒ 이정훈

2006년 2월13일에 처음으로 민중신학회 회장을 맡았다. 민중신학회는 92년 9월24일 발족했는데, 그때부터 2년간은 운영위원, 94~98년 11월까지 2, 3대 총무를 맡았었다. 초대 총무는 이재정 신부일 것이다. 그리고 98~2000년 11월까지 재정부장 겸 회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정도 2회에 걸쳐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재정 신부와 김창락 박사께서 회장을 하실 때이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회장을 맡았다. 인물로 보니까 7대인데, 안병무, 서광선, 황성규, 김용복(2번), 이재정, 김창락 박사를 이은 것이다.

보람 있었던 일들은 개인적으로 접근해서 이룬 것인데, 일본 성서신학자들과의 3번 걸친 교류였다. 90년대 초반 일본에 2번 갔고, 한국에 1번 정도 왔다. 일본 쪽에서는 아라이 사사꾸, 기다 겐리찌 등 구, 신약의 대가들과 민중신학에 대해 교류를 가진 것이었다.

또 하나는 인도의 달릿 신학자들과 교류인데, 97년 12월부터 시작된 것이다. 인도에서 3번 모이고, 한국에서 3번 모였다. 민중신학이 국내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관심이 많다. 달릿 신학자들과 만나보니까, 독일, 영미 신학자들을 만날 때는 느끼는 위압감과는 달리, 달릿 신학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달릿 신학자들을 만나니까 정말 형제 같다. 평등 차원에서 만나고, 오랜 지기를 만난 느낌이다.

신학도 비슷하고 동등한 차원이라고 느끼고 그들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사실 달릿 신학과의 교류를 통해 나타난 그동안의 결과물들을 책으로 냈어야 했는데, 아쉽다. 작년 것은 편집하고 있다. 앞으로 지난 결과물들을 1~2권의 책으로 내고 싶다.

▲ 아쉬움도 있어나?

아쉬움은 민중신학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중신학이 살았니 죽었니 하는 말을 들을 때 아쉬웠다. 어떻게 저변확대가 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해 본다.

안병무, 서남동 박사님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지만, 왜 민중신학이 활성화되지 않을까하는 문제 대해 신학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민중이 메시야’라고 하는 것, ‘성서는 하나의 참고서’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 중에 더 많이 알려진 민중이 메시야라고 하는 것은 교회가 받아들 수 없는 신학이다.

또 하나 민중신학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사회주의권이 90년대 들어와 무너지면서 민중신학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당시는 신학을 하지 않은 사람이나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공산주의로 몰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회의 우산을 써야 했었다.

그럴 때 그들에게 우산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이론이 민중신학이었고 많이 찾아왔다. 그러나 자유롭게 되니까 구태여 민중신학이라는 입을 필요가 없으니 다 벗고 나가게 되었다. 이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지만 한 가지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현장의 변화가 있었다. 7~80년대는 정치, 사회, 경제의 개혁이 화두였다. 민중신학을 그들이 그런 방향에서 필요로 했고 이용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교회가 많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민중신학을 하겠다고 온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사회주의권이 무너지게 되니까 민중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밀려나갔다.

▲ 더이상 민중은 없고, 민중신학의 시대도 끝났다고 하는데

그렇지만 민중신학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에도 여전히 민중은 많다. 소녀소년 가장, 장애인, 노인 등. 제1세계라고 해서 민중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민중신학을 필요로 하는 곳은 제3세계이다. 인도가 민중신학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런 이유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케냐, 아프리카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국들은 민중들로 채워졌다. 그들에게 이 신학이 필요하다.

이들을 덮고 있는 것은 서구 신학인데, 서구 신학은 민중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자기들의 입장에서 봐 주는 신학, 꼭 민중신학으로 이름 붙이지 않아도 약자, 낮은 자, 억눌린 자의 관점에서 성서를 보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다.

김창락 교수가 말한, “민중신학적인 발상은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이다.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예수님 당시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잊혀져왔던 20세기 후반에 한국에서 구약과 신약에 나타난 민중을 다시 발견한 대단히 큰 발견이다.

▲ 서남동,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비판 요지와 그 때의 반응들은?

민중신학을 좋아하고 연구하면서 가장 걸리는 것이 “민중은 메시야다”라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신약의 문제라 신약학자들이 해주기를 바랐는데, 아무도 하지 않았다. 사석에서 만나면 비판하는 것 같은데, 공적으로는 스승님이라 그런지 아무도 안 했다. 그래서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내가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구약학자가 신약이나 조직신학까지 한다고 '구약이나 잘 하라'는 농담 섞인 비판도 들었다. 93년에 민중신학연구소를 창립을 하고 소장을 맡았다. 93년 5월에 개소식을 가졌다. 그때 안병무 선생님을 모시고 “민중 메시야인가?” 하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가졌다. 최영실, 김달수 교수도 참여했다. 다른 분들은 약간 모호하게 비판하셨지만, 나는 분명하게 “민중은 메시야가 아니며 예수가 메시야다”라고 하며, 안 박사의 민중 메시야론을 일일이 비판했다.

발제가 끝나고 나서 김성재 교수도 반론을 제기하고, 13년 전이어서 정확하게 논지는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논지는 너는 아직 민중이나 민중신학을 모르니까 더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 반박은 예상한 것이었다.

▲ 제자로서 스승을 비판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발표하면서 좀 겁은 먹었다. 제자가 스승을 감히 비판하는 자리에서 안 박사님이 논박을 하면 어떻게 답변을 할까 염려했는데. 나중에 겁이 없어졌다. 안 박사님의 신학적 근거는 불트만의 신학이다. 근데 난 불트만의 제자들이 불트만을 비판한 이론을 가지고 비판한 것이다. 내 이론이 아니라 그들의 이론이다. 안 박사님은 불트만의 제자의 제자이다. 그러면 안 박사님이 나를 비판하고 넘어서려면 그들을 비판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봤다.

그리고 서남동 선생님의 민중 메시야론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았다. 안병무 선생님과 같은 주장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돈키호테처럼 창을 들고 나가서 서남동 선생님 나오라고 달려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서남동 선생님은 “민중은 메시야”라는 말을 1~2번 정도밖에 안 쓰셨다. 서남동 선생님의 민중 메시야론은 “민중의 메시야적 역할”이라는 것이다. 서남동은 민중 메시야론을 말하지 않고 민중의 메시야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서남동 선생님의 주장과 내 주장은 같다.

그 때 안병무 선생님의 노선에 서 있는 소장학자들이 “임태수 당신의 신학은 민중신학이 아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안 박사님의 민중신학이 민중신학의 전체는 아니다. 다시 말해 안병무 선생님의 민중신학은 The Minjung Theology가 아니라 A Minjung Theology라는 말이다. 구태여 노선을 정하라고 하면 서남동 선생님의 노선에 서겠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모두가 “당신은 서남동을 잘 모른다”고 했다. 95년인가 좌중에서 젊은 신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하니까 당신이 글을 한 번 쓰시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작업을 하지 못하고 소천하셨다.

정리하자면, 난 안병무 선생님의 민중 메시야론을 비판하고, 서남동 선생님은 “민중은 메시야다”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고, “민중은 메시야적 역할을 한다”는 노선에 서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분들을 비판한 것이 두드러졌지만, 이 분들은 신학의 혁명가들이다. 2천년 기독교역사에서 그 누구도 못한 것을 해내셨다.

서남동 선생님에 대한 비판은 다른 것은 아니고 '성서는 참고서'라고 한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되었나 하면, 현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7~80년 민중신학을 필요로 하는 곳은 사회개혁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 스승들에 대한 비판의 필요성을 한마디로 말씀해 주신다면

현재는 민중신학을 필요로 하는 곳은 사회가 아니다. 그래도 민중신학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여전히 교회이다. 교회는 여전히 개혁을 필요로 하는데, 민중신학이 개혁하려는 곳은 근본적으로 교회이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지 못한 것은 민중 메시야론과 성서를 참고서 정도로 보는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수가 메시야”라고 고백해야 바른 민중신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서가 경전이라고 해서 민중신학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서남동 선생님이 <두 이야기의 합류>에서 말씀하신 성서를 참고서라고 했던 것은 기독교인들이 너무 사회와 역사를 모르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민중신학은 교회를 개혁하는 신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신학이 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백과 성서는 하나님의 영감을 받은 경전이라는 이 고백 위에서라야 민중신학은 바른 신학을 될 수 있고, 교회를 개혁하는 신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박사님의 신학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예수를 메시야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서구신학이라는 비판은 논할 것도 못된다.

▲ 민중신학과 민중교회가 유리되어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동안의 민중신학이 교회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개혁을 위한 신학이었다. 민중이 메시야라는 말은 모택동이 중국의 메시야라는 말과 같이 사회적인 용어로서는 잘못된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교회에 들어올 수는 없다. 그 신학 가지고 어떻게 목회를 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의 민중신학이 목회신학을 제공하지 못했다. 민중신학자들이 뭐라고 한 마디 하면 민중교회 교인들이 우수수 떨어진다고 그랬다. 충격 받는 말들을 하니까 잠잠히 있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

앞으로는 교회를 위한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민중 중심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교회가 민중 중심의 목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성서가 증언하는 목회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민중신학의 제2의 시대는 온다고 생각한다.

▲ 최근 한미FTA, 신자유주의, 전략적 유연성 등 현안에 대한 민중신학자들의 목소리가 없다. 왜 그런가?

미안하게 생각한다. 2001년 인도네시아의 메단의 작은 신학교에 가서 신학을 강의하게 되었다. 그때 학생들 중에서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 민중신학자들은 뭐했는갚라고 묻는데 뜨끔했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최소한도로 성명서 하나라도 발표했으면 좋았을 텐데 했었다. 성명서의 위력을 그때 알았다.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하다는 필요성을 느끼는데 못한 것이다. 과오 가운데 한 가지가 사회정치문제에 대해 제목소리를 못내는 것, 문화예술분야와 밀접했었는데, 그것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시민운동의 발달로 우리들이 안 해도 다 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신학자로서 해야 하는데 못했다. 관심 없어서는 아니고 인력이 부족하고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확하게 우리의 관점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 9월18일에 있을 민중신학자 대회에 대해

▲ 임태수 박사는 아직도 이 땅에 많은 민중들이 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국들은 여전히 많은 민중들이 있으며, 이들을 위해서 민중신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이정훈

안 박사님 돌아가시고 민중신학의 목소리가 나지 못해 아쉽다. 한 번 목소리를 내보자고 대회를 마련한 것이다. “민중신학과 교회 개혁”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축제의 한 마당을 가지려고 한다. 이 주제는 민중신학이 본래 지향하는 것은 교회개혁임을 밝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민중신학이 앞으로의 할 일은 제2종교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민중신학의 근거는 실천이다. 그 눈으로 보니까 루터의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다하심을 얻는다”는 것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으로 96년부터 독일의 비텐베르크를 비롯해 종교개혁자들을 찾아보았다. 민중신학적인 관점에서 보니까 행함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말한 야고보의 말씀처럼 그것이 행함이 약화되고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16세기 종교개혁은 잘못된 선행의 강조에 따른 부작용들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하나의 구호로서 강력했지만, 그 자체가 약간 기울어진 것이다. 5세기 동안 믿음만을 강조해 와서 죽은 것이다. 행함 가운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님을 사랑하는 행함과 이웃을 사랑하는 행함이 있는데, 지난 10여 년 동안은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행함에 대해 비판했는데, 2년 전부터는 눈이 떠진 것은 하나님을 향한 행함도 행함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예배다. 예배에 대한 행함이라고 생각한다. 민중신학적 행함에서 나오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2종교개혁이라고 부르고 싶다. 루터의 종교개혁을 제1종교개혁이라고 보고, 민중신학적인 교회개혁을 제2종교개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 사명이 민중신학에 있다고 본다. 세계의 민중적인 신학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월18일의 민중신학자 대회는 교회 개혁이라고 하는 민중신학의 본래의 꼴을 내세우는 것이다. 한국과 서구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민중신학적 실천,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실천과 이웃을 향한 믿음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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