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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이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것은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박철 | 승인 2018.01.12 23:13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푸르디 푸른 하늘에 한 점 구름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운치 있다 하겠지만 외로운 하늘의 마음 달래주는 한 점 구름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한 그루 늙은 소나무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쓰러질 듯 서 있는 소나무가 무엇이 아름다울까마는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주는 한 그루 늙은 소나무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 야트막한 언덕 위에 한 그루 늙은 소나무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박철 목사 제공

발걸음이 빠르지만 경망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발걸음이 느릴지라도 게을러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필단의연(筆斷意連)이라 했던가. 글은 끊기어도 마음은 이어진다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벽안(碧眼)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마음을 깨치고 깨쳐 푸른 눈을 가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의 푸른 눈은 나를 깨치고, 그의 푸른 마음은 세상을 푸르게 하리라. 가슴속 의젓한 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의 의젓한 심지는 속 좁은 나를 꾸짖고, 나는 잠시 민망해하리라.

웃음이 커다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애써 천박함에 웃음 짓지 않는 그런 의연함이 깃든 사람을 만나고 싶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의 부족한 표현력을 아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는 나의 말없음을 단지 화남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 표현의 부족함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생각하지 않으리라. 정말 내 마음을 나같이 아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開眼)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권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늘 함께 있으면서 부딪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박철 목사 제공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여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그저 만날 비슷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습관적인 일상의 반복에서 삶에 녹이 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가꾸고 다듬는 일도 무시될 수 없지만, 자신의 삶에 녹이 슬지 않도록 늘 깨어 있으면서 안으로 헤아리고 높이는 일에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생각과 영혼에 공감대가 없으면 인간관계가 투명하고 살뜰해질 수 없다. 따라서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처럼 친구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없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빛을 잃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만이 지적 관심사를 지닐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따로따로 자기 세계를 가꾸면서도 공유하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칼릴 지브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거문고 줄처럼'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거문고 줄은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이지, 함께 붙어 있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공유하는 영역이 넓지 않을수록 깊고 진하고 두터워진다. 공유하는 영역이 너무 넓으면 다시 범속(凡俗)에 떨어진다.

새해가 시작되는 길목, 마음이 하늘처럼 맑은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하느님, 올해는 이런 사람을 보고 싶습니다

하느님, 올해는
생김새나 직분 아랑곳 않고,
만난 사람의 가슴 속 큰 꿈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분통 터지는 일 닥쳐도 합리적 이론 펼치기보다
자기 나이, 직책 앞세워 가며
상대방 입 막지 않는 사람,

지금 앉아 있는 자리
붙들고 있을 정당한 이유 허다해도
곁에 있는 후배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기 자리 양보하고 비켜설 수 있는 사람,

같은 일 하면서도 남다른 의미 찾으며
일 자체를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

제가 받을 권리 다소 줄어도
자기 존재가치 사람들이 알아채기까지
묵묵히 참으면서 맡은 일 잘할 수 있는 사람,

교회직분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 말하는 적 없지만
그 직분 귀히 여겨 자기 언행 조심하고
세상의 어떤 권력 앞에서도
해야 할 말 하는 사람,

자신이 누리는 은총 나눌 생각에
누구의 손이라도
덥석 잡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 만나려다 지칠 때쯤
기댈 수 있는 주님 계신 것으로 만족치 않게 하시고
제게서 이런 사람 냄새
눈꼽만큼이라도 나게 해 주십시오.

 

박철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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