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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의 무대에서 전쟁위기의 현장으로6·25전쟁 직전을 연상케 하는 요즘
강정구 | 승인 2018.01.16 22:55
대결일변도의 남북관계가 북한 대화제의와 남국 고위급 관계자들의 만남을 통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에큐메니안은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이번 상황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그 두 번째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의 칼럼입니다.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전략자산 수시 전개, 김정은 참수작전 등등에서 보듯 소름끼치는 한반도 정세가 평창올림픽 북측 참가 소식을 계기로 한숨 돌리게 되었다. 조마조마 했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제 제발 평화의 한반도로 정착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고 간절하다.

평창의 무대에서 내려온 한반도는 어디로?

그렇지만 평창 올림픽은 앞으로 두 달도 안 되어 막을 내린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전쟁이 터지지 않았던 것이 정말 기적이라고 당시 페리 미국방장관이나 갈루치 핵 전담대사 등이 회고하던 1994년 6월 10-17일의 전쟁위기부터 지금까지 10번 이상 발발했던 전쟁위기를 나름대로 분석해 왔던 글쓴이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아니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면 평창 올림픽 무대에서 내려온 한반도는 오히려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급박한 위기감까지 들기도 한다.

6·25전쟁 초반과 같은 현장

중국의 신문들을 보면 한반도 전쟁위기는 트럼프 집권 이후 언제나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듯 하고 이에 대비한 중국의 움직임 또한 놀랄 정도다. 한미 연합전쟁연습이 대규모로 거행되면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전쟁연습으로 대비한다. 수시로 조·중 접경에 중국군을 긴급 배치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백만 명 규모의 병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외세가 개입한 대대적 무력행위)이나 내란(외세가 개입하지 않는 남북 사이의 대대적 무력행위)의 발생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경고를 수시로 발한다. 마치 1950년 6·25전쟁 초반을 연상케 한다.

▲ 지난 1월9일에 진행된 남북고위급회담의 남북 대표들

미국은 의회나 일부에서 믿을 수 없는 트럼프에게서 전쟁권과 핵무기 사용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결의안이나 여론이 지속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런 응급처방까지 등장했을까?

광기어린 야권과 일부 주류매체

북쪽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이 발생하면 모든 게 종말로 치달을 수도 있기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곳이 북이다. 그런데도 그곳은 전쟁공포에 휩 쌓여 있지만 물러설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남쪽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피해와 악몽은 상상을 못할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남쪽에서는 일부 야권 정치계와 주류 종이신문 등은 마치 전쟁을 부추기는 듯 광기를 부리며 평화지향적인 정책이나 움직임에 딴지를 거는 게 거의 생체화해 있다. 일반인 또한 거의 모두가 또 거의 언제나 설마 설마로 가볍게 뭉개 버린다. 

생명보다 귀중한 것 없고 전쟁보다 나쁜 것 없다

이들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고, 무엇이든지 할 테니까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는 게 모든 사람의 공통된 목소리라는 사실을 도대체 생각이나 해 보았는지 의심스럽다. 이래서 살인죄나 가장 나쁜 범죄는 사형제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다. 전쟁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천금, 만금 같은 생명을 바로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한꺼번에 앗아가는 것이다. 미친놈이 아니고는 전쟁을 좋아하거나 옹호할 수는 없고 평화를 위한 노력에 딴지를 걸 수 없다.

이런 끔찍한 전쟁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정답은 여러 곳에서 나와 있다. 문제는 전쟁에 관한 핵심을 쥐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가 이를 실행할 의지가 전혀 없었고 현재도 없는데서 비롯된다. 또 그 전쟁광 같은 미국에 오매불망 매달리는 한국의 맹목적 친미주의자, 종미주의자들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평화정착은 평화협정에서부터

1953년 7월27일 그 악몽의 6·25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그 협정 4조60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승만 정권은 협정체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8월에 이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합의하고, 10월1일 체결하고, 1954년 11월 이를 비준하여 군사동맹체제가 굳어졌다. 동맹이란 잠재적 전쟁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평화정착과는 거리가 멀다.

평화협정이란 분쟁당사자가 전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남이든 북이든 이 평화협정을 지지하고 실현시키려는 자 만이 진정 평화를 원하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인류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를 지키고 옹호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 중국, 남과 북이 6·25전쟁을 치른 우리들이야말로 이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이 가장 절실한 과제였지만 무려 65년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온갖 핑계와 감언이설로 이를 회피하거나 방해하는 자들이야말로 평화의 적인 것이다.

지금 핵심 현안이 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북의 비핵화는 물론 남의 비핵화와 한반도 연안의 비핵화를 포괄하는 비핵화임)와 평화문제에 대한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법을 살펴보자. 

“쌍잠정중단과 쌍궤병행”이란 중·러의 해법

먼저 중국과 러시아는 “쌍잠정중단과 쌍궤병행”을 제안하고 있다. 쌍잠정중단이란 한쪽 당사자인 한·미가 거의 사흘에 한 번 꼴로 진행하는 전쟁연습으로 북을 위협하는 일을 중단하고 또 다른 당사자인 북이 이에 호응하여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 긴장정세를 완화하고 난 후 쌍궤병행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쌍궤는 6·25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한국이 평화협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물론 여기에는 북과 중국도 당사자로서 적극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북이 이에 호응해 한반도비핵화(당연히 미국과 한국 및 중국도 당사자로 적극 참여)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김대중 대통령이나 중국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한반도 냉전체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고, 이 결과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정전협정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북의 해결방안

북쪽은 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일관되게 동일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는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지금까지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철수(또는 획기적 지위변경)를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 한반도비핵화는 김일성 및 김정일의 유훈이고 당과 군대, 인민의 의지로 보고 있다. 단 “안전담보(남한 핵무기와 기지 철폐, 주한미군철수 선포 등)가 이루어진다면 그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북한 정부 대변인성명 2016.7.6)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북은 생명권을 보존하기 위해 비핵화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붕괴 등에서 더욱 이 구도는 굳어졌다.

천금 같은 10·12북미공동성명과 9·19공동성명의 백지화

한반도 평화선언을 임기 중의 최대과제로 설정했던 남쪽의 김대중 정부는 페리프로세스를 거친 후 2000년 10·12북·미공동성명 합의를 이끌어내어 위의 원칙에 입각한 해결을 미국과 북 사이에 완결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클린턴 이후 민주당 고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전쟁광 부시미국의 등장으로 이 천금 같은 북·미합의가 백지화되고 말았다. 

노무현정부는 2005년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내어 한반도 유사 이래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업적을 쌓았다. 그렇지만 부시 미국이 하루만인 9월20일 뱅코델타아세아(BDA) 대북 금융제재를 가해 이 합의를 파기해 버렸다. 이로 인해 북이 2006년 10월 핵시험을 시작해 핵 및 미사일 개발로 대응하고 미국이 이에 전쟁위협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실질적인 무력흡수통일을 꿈꾼 이명박과 박근혜

이명박근혜는 북한붕괴론에 입각한 무력흡수통일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상황을 악화시켰을 따름이다. 물론 미국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무려 65년 동안 평화협정을 거절해 한반도 평화정착과는 반대방향으로만 걸어 왔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등도 기본적으로 이의 유형이고 잠재적인 무력 흡수통일의 변종일 따름이다.

문재인 정권 주도의 우리 판 만들기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호의만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는 없다. 김대중·노무현 때처럼 우리가 주도해서 판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이런 구도를 겨냥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지금이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훨씬 좋은 조건임을 직시하여 보다 과감한 정책을 시도해야 한다. 

동시에 중·미세력교체기라는 과도기에 처해, 저물어가는 미국이 결코 역사의 순리대로 뒤안길로 물러서지 않고 종말적 발악을 시도할 것이기에 지구상에 가장 취약지인 한반도가 전쟁이라는 대재앙을 강제당할 수도 있다. 이에 앞으로 15년 안팎 남과 북은 이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곧, 절정으로 치닫는 민족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정착은 절대적 과제이다.

중·미 세력교체기는 전쟁위기 절정기이면서 평화통일 최적기

1980년대까지의 냉전기간이나 이후 2008년까지 미국의 단일 초패권주의 시기에는 미국으로부터 오는 구조적 규정력이 너무 장대해서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갖추기에는 우리의 총체적 역량이 한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중·미 세력교체기여서 미국의 세계 지배력은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행태에서 보듯이 물적 토대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의 실질구매력 기준 GDP는 이미 2014년 미국을 능가했고 2016년은 중국 21조2917(11조7900 명목), 미국 18조5691로 2조 달러 이상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물론 군사력에서는 미국의 절대적 우세이지만 경제적 열세는 곧 군사력 열세로 귀결되기 마련이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적 연계는 이를 보완해주기에 미국의 일방주의는 결국 약화 및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G-2시대는 민족의 자주 역량 상승의 적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의 막강한 구조적 규정력의 약화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을 제어하면서 우리의 자주공간을 넓혀 나갈 수 있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에서야 추진하는 3No 정책(사드 추가배치, 미국 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 3가지에 대한 No를 의미함)을 바탕으로 한 균형외교 역시 이러한 G-2라는 공간에서 당연한 행보이고 그 전도는 비관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G-2의 파급력은 한·중·미 경제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돼 2015년 한국 수출은 중국 26%, 홍콩 5.8%, 미국 13.3%, 일본 5.9%였고, 중국의 최대 수입시장은 한국이었다. 관광, 한류, 면세점, 금융투자 등등에서 한국의 중국의존도가 높을수록 중국관련 이해당사자가 미국관련 이해당사자보다 많아지는 추세에 놓이게 되고, 이는 대미 예속주의 응집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도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외세인 미국의 대 한반도 규정력은 노약해지고, 새로 부상하는 외세인 중국 규정력은 설익은 제한적 수준이다. 이러한 세력교체 과도기는 우리의 민족 자주역량이 발휘될 공간과 지평이 확대되는 시점으로 자주·평화·통일의 최적기를 객관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제공해 줄 것이다.

촛불혁명의 내적 동력

내적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결과물이다. 기성 정치권의 적폐를 청산하여 촛불정신을 계승하면서 상호 상승효과를 기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외세에 대처할 수 있다. 또한 6·15와 10·4를 바탕으로 남과 북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융합하여 민족 전체의 평화화와 자주화로 나아갈 수 있다.

이처럼 내외적 구조가 평화통일 최적기를 제공하는 장기적 구도에서 단기적으로 전쟁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기동성을 발휘하고 평화협정과 같은 장기적 과제 등을 과감하게 추진한다면 평창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정착화라는 민족사적 과제에 초석을 깔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한·미관계 뛰어넘기로 평화정착을

이럼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의 북측 참가라는 큰 전환의 계기를 만든 시점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전망을 너무나 어둡게만 한다. 여전한 압박과 제재, 미국과의 공조 등등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일부러라도 북과의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평화정착이란 절대적 과제는 평화협정을 금기시해 왔던 미국에 대한 당당한 목소리를 내어 기존의 종속일변도인 한·미관계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지 않고는 이룰 수는 없다. 물론 이 과제는 문재인정권의 과제이지만 동시에 촛불혁명의 과제이고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70년 이상 지체된 한반도 평화정착은 올림픽 환성으로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분투의 결과물로 쟁취되는 것이다.

강정구  unikoreaun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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