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대책위는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며 17일 오전 11시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종선 피해생존자모임대표와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최정학 변호사, 그리고 김용원 당시 수사검사를 비롯한 대책위 일동이 자리했다.

▲ 형제복지원대책위가 검찰청 대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1960년, ‘형제육아원’이라는 이름으로 박인근 원장에 의해 설립된 형제복지원은 “조총련계 사람들로 의심되는 수상한 사람은 잡아 조사하라”는 경찰의 공문을 보고 거리의 전쟁고아나 넝마주이들을 강제 수용했다. 이어 1975년 정부로부터 주어진 내무부훈령 410호를 근거로 거리의 부랑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강제 수용하여 폭력과 노동 착취를 자행하였다.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노숙행위 뿐만 아니라 거리를 떠돌거나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형제복지원에 수용되었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단속반으로 활동하며 피해자들을 형제복지원에 인계하였는데, 이들의 활동 근거는 국가에 의해 내려진 내무부훈령 410호,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이었다.

실제로 수용된 피해자들에게는 폭력과 강제노역은 물론 성폭력과 과다약물 투여가 이루어졌고, 12년에 걸쳐 513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울주지청의 김용원 검사가 수사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정권에 의한 외압으로 인해 수사가 축소 및 중단되었다.

▲ 대검찰청 앞에서 발언하고 있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정학 변호사 ⓒ에큐메니안

이날 형제볶지원대책위는 5년째 국회에서 보류돼 있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의 통과를 촉구하면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당시 수사외압에 대해 재수사할 것을 정식적으로 요청하였다.

형제복지원대책위 일동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최근 신설되었지만, 그것의 활동 범위가 직전 정권들의 적폐청산에 지나치게 묶여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형제복지원 사건이 고문치사 사건이나 광주민주화운동만큼 명백한 국가적 폭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나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발언자로 나선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정학 변호사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새로이 얻고자 한다면 이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나 근래에 한정된 적폐청산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보다 뿌리 깊은 악을 청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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