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신년을 시작하며 개최되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가 18일 오후7시 가회동천주교회에서 열렸다. 이번 2018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의 주제인 “권능으로 영광을 드러내신 주님의 오른손”(출 15:6)은 카리브의 교회들이 초안을 만들었다고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 기도회에 참여한 교회 대표 전원이 ‘공동축복’을 하고 있다. ⓒ윤병희

NCCK가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기도회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8년 일치 기도 주간 자료집을 준비한 카리브의 그리스도인들은 오랫동안 식민지의 착취 속에서 고통 받았습니다. 독립 이후에도 식민지의 경험이 안겨준 상처는 여전하여서 빈곤과 폭력, 약물중독 등 부조리 등은 여전해서 인간의 존엄을 일그러뜨리는 문제들은 여전하지만, 식민지에서 해방이 가능하게 하신 하나님의 구원 활동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성서가 증언하는 ‘승리의 찬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우리가 사는 온 세상에 만연한 것이기도 하며, 특별히 한국에서는 2016년 ‘촛불 혁명’이 시작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은,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카리브의 그리스도인처럼 ‘승리와 구원의 노래’를 합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올해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는 한국적 상황과 매우 유사하며, 분열에서 평화로 전환해 나갈 희생과 봉사의 지혜를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카리브인들의 경험은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입니다.”

또한 예배 사회를 맡은 송용민 신부(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도 환영사에서 이날 예배의 취지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전달했다.

“올해의 일치 예식 자료는 카리브 교회들이 준비했습니다. 카리브 지역의 그리스도교 역사는 역설적입니다. 식민주의자들은 이 땅의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인도, 중국에서 끌려온 이들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는데 성경을 사용하였습니다. … 다른 한편으로 성경은 식민주의자들의 손아귀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해방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이를 상징하듯 화해의 기도 시간에 네 명이 각각 쇠사슬 하나씩을 가지고 앞으로 나와 각각의 청원 기도를 하며 쇠사슬을 십자가 앞으로 옮겨 놓았다.

그러나 기도회 가운데 네 부분의 <말씀의 선포 (성경 봉독)> 중 신약 부분을 맡은 안상순 목사(광주복음교회, 판소리 전수자)가 로마서 8장 12-27절을 판소리 가락으로 ‘소리’를 하여 이색적이었다. 이 부분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은 기독교 토착화와 민중화와는 여전히 거리감을 보였다.

한 관계자도 “일치의 운동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예전이라 하지만 한국의 기독교는 이런 갈등이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마치 카리브 노예의 경험과 유럽의 귀족들이 같은 자리에 앉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 쇠사슬은 노예살이와 비인간화와 인종 차별을 나타내는 매우 강력한 상징물이다. ⓒ윤병희

20세기 초부터 제안된 ‘교회 일치 기도 주간’은 1968년부터 WCC(세계교회협의회)와 바티칸이 공동으로 준비한 일치기도주간 자료를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한국에서는 대한성공회가 먼저 일치기도회를 시작했고, 1986년에야 NCCK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함께 공동기도회를 시작했다.

그후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에큐메니칼 운동)이 활성화되어 2014년에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창립했다. 이 협의체는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교회 및 개신교를 대표하여 NCCK가 참여하여 사실상 한국의 모든 기독교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일치기도회 예배를 하는 동안 예배당인 가회동성당 문밖에서는 이를 반대하며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따로 집회를 하고 있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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