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미화·경비·주차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이 어느새 17일째로 접어들었다. 1월 16일, 연세대 노동자 일동은 연세대에게 2017년 말 정년으로 인해 생긴 청소 및 경비 노동자 31명의 결원을 보충하라는 요구와 함께 본관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연세대는 결원이 정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 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며, 단지 새로 고용을 하지 않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없어진 결원을 꾸준히 채워왔던 연세대의 전례를 미루어본다면, 2018년 이후 커진 임금부담을 덜고자 미화경비 노동자들의 인원감축을 감행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 연세대 중앙도서관 건물에 결원 충원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에큐메니안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연세대가 32명이라는 큰 업무 공백을 3시간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을 통해 메꿀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일 근무자들이 담당해오던 구역이었던 만큼 남아있는 미화‧경비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학교건물들의 청결이나 안전을 포함한 교육환경의 질도 쉽사리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와 연세대 노동자일동은 지난 1월 26일 방문한 총무부처장과 함께 향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재정문제를 이유로 특별히 진전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만큼, 노동자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처장과 직접면담 요청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하여 2월 6일 면담을 예정하고 있는 상태다.

에큐메니안은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부장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본관에서 미화‧경비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 조합원 분들이 본인들의 근무는 계속 하셔야 하기 때문에 서로 교대해 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오전 9시부터 11시 반, 오후 1시 반에서 3시 반 사이에는 본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그 사이 시간에는 식사를 하시고요. 4시가 본래 정해진 퇴근 시간인데, 이때에도 조를 짜서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잠도 돌아가며 주무시죠.

▲ 농성 중 다치신 분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 1월 29일에 학교가 청소 아르바이트를 투입시키기로 결정한 건물에서 용역업체가 기존 전일 근무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무단으로 잠근 일이 있었어요. 안에는 청소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음 교대를 기다리던 경비 근무자들도 계셨는데, 시설물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는 업체가 무단으로 문을 잠근 것이죠. 교대근무를 기다리던 근무자가 문을 열려고 했는데 그때 충돌이 발생했어요. 조합원 한 분이 쓰러져 119에 수송되셨는데 용역업체에서는 자신들이 다쳤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어요.

저희는 학교가 시설물 보호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용역업체가 문을 잠그면서 발생한 일이니 용역업체의 책임을 묻고, 학교도 책임을 물으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학교 측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지시하지 않았다.”라고만 이야기하고 있어요. 결국 학교가 용역업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는 거죠.

▲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연세대학교 본관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에큐메니안

▲ 고려대학교가 어제 청소노동자 고용문제와 관련해 합의를 맺었다. 이 합의를 참고해 연세대가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는지.

- 사실 연세대학교는 신축건물을 지었을 때 청소에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을 2015년부터 해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전일제로 관리되던 건물마저 알바를 쓰려고 하는 한 거죠. 용역 아르바이트업체에 관해서도 연세대가 고려대에 소개시켜준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입찰이나 그런 절차도 없었고요. 연고대가 서로 짜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했는데요.

단지 고려대는 (아르바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전일제 하기로 합의했죠. 저희는 대화를 통해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어요. 그러나 지금 연세대는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용역업체가 해결할 문제라고만 이야기하고 있고, 합의가 늦어지고 있죠. 학교가 고려대처럼 본인들 문제임을 직시하고 빠른 결정을 내려 대화에 임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18년 초에 들어 유독 대학들의 미화경비 노동자들 관련한 고용문제가 상당히 불거지는 것 같다. 올해만의 일인지?

- 정년 퇴직자를 통으로 알바로 채우는 것만큼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여러 대학들이 집단적으로 이런 것도 처음이고요. 대학들은 오른 임금을 감당할 자산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아닌 직접고용이라면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역업체를 쓰게 되면 부가세 10퍼센트를 매기게 돼 있는데요. 결국은 학교가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돈을 더 쓰고 있는 격입니다. 임금이 올라가는 것만 탓할게 아니라 용역업체를 사용하면서 더 지출되는 비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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