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기(전 한국기독교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

나는 1978년부터 선교교육원에서 신학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서남동목사님을 만났다. 내가 선교교육원에서 수업을 받게 된 연유는 좀 복잡하다.

숭실대학교 기독학생회 활동과 1972년 서울지역기독학생회장, 1973년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KSCF회장을 맡아 기독학생운동을 하였다. 기독학생운동을 하면서 학생사회개발단 활동으로 청계천 판자촌과 봉천동 빈민지역 등 도시빈민지역에서 민중의 삶과 생활을 보고 체험하였다. 성서공부와 사회과학 공부를 결합하여 학습하면서 “민중은 역사의 주체다”라고 배웠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누가복음 4:18-19을 가장 많이 일고 묵상하였다.

▲ 서대문 소재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1974년 숭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그 해 2월 한국신학대학 편입학시험에 응시 합격하였다. 그리던 신학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었다. 그러나 편입학 절차를 밟으려 수유리 한신대 교무처에 들렀을 때 당시 교무처장이셨던 안병무 박사께서 말씀하셨다. ‘김정준 학장께서 먼저 보고자 하니 만나보고 오라’.

만나본 김정준 학장께서 하신 말씀은 ‘학생에 대해 교육부에서 입학 불허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 들어오면 분명히 시국 데모에 휩싸이게 될 듯 하니 1년후에 입학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1974년 한신대 편입학은 이루워지지 않았다.

이후 나는 민청학련배후세력으로 박형규 목사님, 안재웅 선배, 이광일 목사 등 KSCF 다수 학생들과 같이 1974년 3월에 체포되어 중앙정보부와 보안사의 가공할 만한 고문을 거치고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그 해 6월 군사재판에서 20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상고를 포기하여 안양교도소로 이감되었고 1975.2 안양교도소에서 출감하였다. 그러나 유신정권은 많은 학생들을 대학에 복학시켜 주지 않았고 나 또한 한신대 재입학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광주에 내려가 1976년 부터 농촌교인을 중심으로 기독교농민회를 조직하고 있었다. 1978년 친구인 이광일 목사로부터 한신대 제적생들이 선교교육원에서 신학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내 경우를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소식을 받아 1978년부터 선교교육원 신학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서남동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다른 교육원생들과 함께 선교교육육원 숙소에서 합숙하여 목사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교교육원 신학교육을 인정받아 1982년 2월 한신대 졸업장도 정식으로 받게 되었다.

▲ 민주화운동의 자양분을 제공했던 학자들. 사진 왼쪽부터 안병무 교수, 서남동 교수, 문동환 교수, 이문영 교수. 이 학자들이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에서 가르쳤다. ⓒ죽재 서남동 목사 100주년 기념사업회 제공

서남동 목사님은 두툼한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응시하시면서 너무나도 위엄있게 조직신학을 강의하셨다. 좀 쉰 듯 하신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씀하시면 미리 공부하지 못한 나는 항상 뒷골이 땅기고 졸린 경험이 기억 납니다. 그리나 ‘기독교와 사회주의’라는 원서강독 특별과목은 당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강의여서 귀가 쫑긋 열심히 듣고 토론한 기억이 납니다.

아마 예수와 맑스를 논한 최초의 신학자가 아닌가 합니다. 성서와 사회과학의 만남, 민중신학과 민중해방의 만남에 좀 흥분했었던 기억이다. 당시 선교교육원에서는 서남동ㆍ안병무ㆍ문익환ㆍ이우정 등 신학자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자 이문영ㆍ박현채ㆍ유인호ㆍ송건호ㆍ정창열 등의 강의가 결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민중선교 현장분과를 만들어 학습하였다. 나는 농민선교 분과에서 서용석 목사 등과 함께 활동하였다. 그리고 박현채 교수님을 모시고 한국농업문제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서남동 목사님은 신학적 진지함에 더해 민중에 대한 탐구가 정말 열성적이었다. 노동자ㆍ농민ㆍ빈민 등 민중의 삶의 내용을 듣고 배우려는 열기가 진지 하셨다. 기독교농민회를 만드는 과정과 농민 현실을 알려드리고, 1978년에 터진 함평고구마사건을 전하였을 때는 사건의 구석구석을 물어보시고 당시 농민들의 생활조건과 처지, 그리고 그들의 요구와 해결된 후 상황 등 세세한 내용을 알아보기도 하셨다. 노동자 이야기를 주로 접하셨던 서남동 목사님은 농민투쟁 이야기에 심취하셨다. 본인이 전남 신안출신이라 어릴적 농어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더욱 관심이 높았던 거로 생각되었다.

서남동목사님의 열성적인 강의와 민중에 대해 깊이 탐구하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해마다 7월이면 5.18국립묘지의 추모식을 갖는다. 서남동 목사님은 추모식에서 부활하시여 우리들에게 조용한 미소를 보낸다.

그리고 ‘너희들은 지금 민중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가’라고 묻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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