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인터뷰
“억울하고 서러워서 울었어요”삼성 반올림 농성장 이종란 활동가를 만났다
맹준규 | 승인 2018.02.14 23:14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의 대가로 특혜를 요구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뇌물 공여 사건을 대통령이 삼성을 겁박하여 이뤄진 것으로 보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 재판을 비롯한 여러 국정농단 사건의 증거로 적극 채택됐던 안종법 수첩의 증거 효력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사법부 밖은 물론 내부에서도 2심 선고에 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독일 코어스포츠로 36억원을 보낸 정황에 대해 재산 국외도피가 아니라고 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에큐메니안은 반올림 이종란 상임활동가와 삼성전자 앞 농성장에서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이 활동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이 삼성이라는 기업이 벌여온 잘못들 전부에 면죄부를 준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놓으며 판결 결과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 상임활동가는 사법은 물론이고 행정부, 심지어 국회 마저도 뭉쳐 삼성에 큰 소리를 낸 적이 없다며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재의 상황을 비판했다.

▲ 삼성전자 사옥 앞 천막농성장에서 862일째를 보내고 있는 이종란 상임활동가. ⓒ맹준규

▲ 한국사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삼성이라는 기업이 아닌가 싶다. 사옥 앞에서, 혹은 뒤에서 바라보신 결과 삼성이 어떤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대화가 통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돈의 힘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기업이죠. 그로 인해 재벌 총수 이재용 부사장이 구속까지 됐잖아요? 뇌물범죄를 심각하게 벌인 것 때문에. 생각해보면 삼성 재벌의 이런 정경유착의 역사가 80년이나 이어져 왔어요. 하루이틀 문제는 아니고.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오로지 자신들이 가진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 만들 수 있다고 맹신하는 오만한 권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2월5일 2심이 1심에서의 판결을 뒤집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현 사법부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최소 1심 형량이라도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바로 집행유예로 풀려날 줄은 몰랐어요. 원심판결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사회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이 사건의 본질이었고 그것을 참지 못한 국민들이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구속을 시켰던 것인데, 하루 아침에 정형식 판사라는 사람이 이재용 부회장을 풀어 줬다는 거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심지어 이재용이 피해자로 둔갑되고 겁박에 의해 뇌물을 줬다, 이렇게 표현이 되기도 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삼성이 그 뒤에서 수 조 원의 이득을 챙기고 경영권이 승계되고 하는 과정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생기고요. 국민연금까지 동원해서 승계를 도운 것 때문에 보건복지부장관이나 국민연금 기금운영 본부장이 구속이 됐고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안종범 수첩도 다 증거로 채택을 받았는데 이재용 재판에서만 이것이 증거로 쓰이지 않는 걸 보면 전부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납득할 수 없는 이런 판결, 특히 저희는 삼성 반도체 LCD공장에서 일하다가 젊은 나이에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백혈명 뇌종양 이런 끔찍한 질병에 죽어간 노동자가 무려 80명이 되고, 전체 제보자까지 240여명이 되는 그러한 것에 대해 삼성이 최소한이나마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보상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850여일에 걸쳐 농성 해오던 것인데, 이재용의 집행유예 소식은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 말고도 농성을 하던 삼성 LCD 한혜경 님 그리고 이분 어머니 김시녀 님은 진짜 울더라고요. 억울한 거예요.

이게 단지 뇌물죄에 대한 심판한 생각했던 게 아니죠. 마음속으론 피해자들이 다 직업병 산재사망, 이런 부분에 대한 것까지 죄값을 치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전부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만 같은. 한혜경 씨는 지금도 장애인으로 살면서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갖고 사는데, 이재용은 한 1년 살고 그냥 순순히 나오고 이러니까 이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서러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많이 침통하고 참담했죠.

▲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까지는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결과에 따른 국민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올림은 삼성의 앞으로의 행보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삼성은 이재용으로의 승계를 완성시키고 싶어했고, 자신들의 이득을 극대화하려 했기 때문에 여론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를 봐 가면서 적절한 시점에 맞춰 경영복귀를 할 것이라고 예상돼요. 지금 상황에서라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땔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삼성이 의도하는 대로 원하는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지금 저희가 최우선으로 외치고 있는 것도 이재용 경영에 복귀하지 말아라는 것도 아니고, 직업병문제에 대해서 대화해서 해결하자는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외면할 필요가 무엇이 있나 싶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 지난 촛불혁명의 결과로 정권은 교체됐지만 사법부 개혁만큼은 아직 숙제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기업 우선주의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사법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는지?

입법 사법 행정, 삼권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무엇보다 국가 통치 기관이 재벌 권력에 놀아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래서 사실은 이재용과 박근혜가 구속이 되었던 것이고. 이러한 재벌 주도적 경제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 거죠. 행정부가 있어도 우리같은 경우엔 노동부에 정보공개요청을 하면 다 삼성의 허락을 맡아야 하고, 삼성이 정보비공개 결정을 하면 다 비공개 결정하고, 허수아비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부지기수이니까요. 삼성 앞에만 서면 행정부도 법원도. 국회 또한 삼성에 큰 소리를 뭉친 적이 없죠. 그러니 국가라는 것이 삼성 때문에 훼손이 됐구나 그렇게 느끼는거죠.

그러니 보편적 가치라고 하는 인권, 민주주의, 복지 같은 것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것을 바꿔보고자 하는 것인데. 자기네 공장에서 일하다 사람이 이렇게 백혈병에 걸리고 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그런데 그런 것도 국가기관에서는 증거를 내놔라 이러고, 삼성에서는 영업비밀로 아무것도 내놓을 수 없다. 그 동안은 삼성의 영업기밀이 맞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내놓지 않아도 됐고요.

최근에도 삼성의 화학물들 정보를 그대로 내놓아야 한다 이렇게 정부가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고작 일부 화학물질이 공기중에 노출이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해도 그것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판결이 최근에야 나왔는데. 삼성 앞에 서면 법도 인권도 기본적인 상식도 잘 통하지 않는 것 그것이 많이 답답하고 이상한 거죠. 이게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반올림의 향후 활동 계획이 듣고싶다.

3월 6일이 황유미 씨의 추모일이예요. 벌써 11주기인데. 벌써 1주기부터 거리에서만 계속 추모제를 지내왔는데요. 황유미 씨뿐 아니라 삼성 전자에 관해서 황유미 씨처럼 직업병으로 숨져간 이들을 모두 기리는 추모 문화제를 이 농성장 앞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3월 6일 저녁 7시에. 많이들 참석해주십사 하는 바램이고요. 그 자리에서도 이재용이 아직 죄값을 다 치르지 않았고,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있고,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직업병 문제해결”, “이재용 엄중처벌” 이런 목소리가 그날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너무 추운 겨울은 이제 갔고 곧 또 봄이 되는데, 이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삼성이 한 번쯤 다른게 생각하고, 되돌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반올림 황상기 씨가 쓴 2심 판결 다음 날의 일기를 보여주었다.

▲ 반올림 황상기 씨의 2심 판결 다음 날의 일기 ⓒ맹준규

[지난 밤은 유난히도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추운줄도 모르겠다. 어제 있었던 이재용 재판결과가 말이 안된다. 정형식 판사대로라면 국민이 세금내서 법원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니가 정형식이 받는 금여는 국민의 피와 땀이다. 이 피와 땀은 정의사회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지 형식이가 이뻐서 판사라는 제도를 준 건 아니다. 그런 뜻에서 형식이는 있어야 할 곳이 법원이 아니고 교도소로 가야지. 또 하나의 약속 반올림 황상기.]

맹준규  mjk3408@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윤인중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인중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8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