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6자회담의 4차회담 2단계 회의를 앞두고 있다. 아마도 13일(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지난 회담에서 미비한 지점인 북의 평화적핵활동 인정 및 경수로 건설 요구와 미국의 완전한 핵포기문제 등이 교차되는 입장으로 출발하게 된다.

휴회기간 동안 미국과 북은 뉴욕채널을 통해 몇차례 의견교환을 했지만 의미있는 진전은 이루지 못한채 2단계회담을 맞이하게 되었다.

휴회기간동안 미국과 북은 서로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미국은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통해 군사적 압박을 지속했고 북은 사용후 핵연료봉에 대한 재처리(reprocessing)를 하고 있다고 미 의회 대표단에게 확인하였다. 핵재처리를 마치면 무기급핵물질이 50kg이 넘는다고 한다. 이미 한차례 재처리를 마치고 핵물질을 미 전문가에게 보여준 북이 이번 재처리된 핵물질을 핵무기로 전용한다면 적어도 15개에서 30여개의 핵무기를 갖게되는 것이다.

또한 북은 8.15민족대축전의 성공적 진행을 통해 남정부와 남쪽 국민의 지지와 동정이 쏠리게 했으며 그로 인해 평화적핵활동을 보장해야한다는 여론이 지배하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북은 미국에 대한 핵압박과 남북화해단합을 통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후폭풍으로 인해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권위에 상처를 입고 부시정권의 국내정치적 지반이 취약해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이전 회담보다는 입지가 약화된 가운데 회담을 맞이하게 되었다.

동북아 국제정세 또한 다소 변화되었다. 특히 일본이 고이즈미 정권의 총선 압승으로 인해 북일수교에 활로가 열리게 되었으며 이는 6자회담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경우는 북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기존 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북도 러시아와의 동맹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남한 정권은 이미 전력제공이라는 큰 카드를 공개했고 평양에서는 장관급 회담이 병행되고 있다.

회담의 성과를 내와 세계에 외교강국으로 새로이 서기 원하는 중국은 미와 북에 대해 양비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과 북에 대해 간접적으로 압박을 넣으면서 자기의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한편으로 최근 미국의 국무무 부장관과 만나서는 미래 한반도의 문제를 놓고 회담을 벌이는 등 내심 예민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로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북-미 관계와 주변 나라들의 관계, 그동안 정세전개상황을 본다면 이번에 의미있는 진전이 나올 수 있는 객관 조건은 갖고 있다. 단지 미국과 북의 지독한 불신관계가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라는 사실이 문제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는 회담 결과를 보아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이익을 중심으로 볼 때 이번회담은 몇가지 중요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첫째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북도 한반도 비핵화(비핵지대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남과북 그리고 해외의 온 민족은 우리 민족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핵문제에 대해서 비핵화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60년 분단과 대결의 냉전구조를 평화구조로 전환시켜 이를 확고히 하는 평화체제로 구축하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선결적 과제이다. 경제문제 이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투자도 많아지고, 생산도 활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과제는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의 군축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북의 핵무기가 폐기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회담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총론적 타협 즉 말대말 공언이 이루어지고 그 실현을 위한 다른 차원의 정치회담은 필연적이다. 이를 위한 정치적 접근 혹은 타협이 이번회담에서 이루어져야하는 것이다.

둘째로 남북이 민족이익을 중심으로 한 자주적인 힘을 합쳐야 한다.

남북관계는 현 국제관계상 북-미관계의 하부정도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들어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남한정권이 한미동맹체계안에 있고 민족공조가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본다면 그런 것이다. 이에 대해 북은 민족공조의 틀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관계는 민족전체의 이익을 중심으로 볼 때 참으로 불행한 현실이다. 민족은 남북의 산술적 합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북은 민족의 하위개념이 되어야 한다. 민족공조와 한미공조가 교차되는 현실은 민족전체의 이익에 복무하지 못하는 절름발이에 불과한 것이다. 남과 북이 자주적인 관계를 갖고 민족 전체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한 돌파구를 이번 6자회담에서 열어야 한다. 다행하게도 6자회담에는 남과 북이 다 들어가 있으며 지난 1단계회담의 막바지에 회담이 결렬 위기를 맞았을 때 남한 정부가 능동적으로 작용을 해 결렬을 막아낸 경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남과북의 장관급회담이 6자회담과 병행되고 있는 것은 주목해볼 일이다. 민족전체이익을 중심으로 자주적인 관계속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이번 2단계회담을 성공시킬 수 있는 또하나의 길이다.

셋째로 개혁진보세력은 민족전체의 이익을 중심으로 자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노무현정권의 절반을 평가하면서 이제 개혁의 주체, 6.15통일의 주체, 경제번영의 주체는 정권이나 다른 나라의 힘이 아닌 우리전체 민족의 힘, 남에서는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의 대동단결된 힘이라는 것이 확증되었다.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국민전체는 이제 전체적으로 단합하여 자기의 민주화와 통일번영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 길에서 그 어느 누구를 의지하거나 다른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다. 상암에 모인 7만국민들과 지금도 자기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와 농민, 강정구교수를 지지하는 지식인들, 개성공단에 입주하려는 중소기업인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60년동안 기도해온 한국교회들... 이들이 새로운 사회와 통일된 민족의 주인이다.

6자회담을 동북아 이익당사국들의 정치적 타협으로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자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기독교운동의 평화 통일역량은 자기를 강화하고 단합을 더욱 높혀 교회대중이 민족사의 흐름에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글은 뉴스앤조이에도 게재됩니다.)

김성윤  peacechur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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