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선포의 핵심은 하나님의 나라(神國)이다. 불트만(R. Bultmann)은 “모든 것이 하나님이 지배하리라는 단 한 사상에 흡수되었다”고 말한다(R. Bultmann, 1991, 2). 그러므로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해하는 것은 예수, 예수 운동, 그리고 이로부터 비롯된 기독교를 이해함에 있어서 결정적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종교적, 종말론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나라(βασιλεια, 왕국)라는 용어는 어쨌든 정치적인 용어이다. 그래서 “나라”의 선포는 결국 당시 현실적으로 지중해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 제국과의 관계라는 문제와 무관할 수 없다. 하나님 나라의 선포와 운동은 로마 제국과 맞부딪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Q복음서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 개념 중 일부분을 고찰하려고 한다(다른 요소들은 다음에 살펴볼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Q복음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다(Q4:5, Q6:20-21, Q7:28, Q10:8-9, Q11:2b, Q12:18-21, Q16:16, Q22:28-30 등). 따라서 Q복음서 전체에 걸쳐 하나님의 나라가 스며들어 있다. 여기에서는 시험 이야기(Q4:1-13), 바알세불 논쟁(Q11:14-20), 그리고 Q복음서의 마지막 구절(Q22:28,30)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알아보고자 한다. 

시험 이야기

예수가 광야에서 시험을 당했던 시험 이야기는 Q복음서에 속하는 본문이다(Q4:1-13). 지금까지 시험 이야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해석되어 왔다(J. S. Kloppenborg, 249-254):

(1) 시험이야기는 이스라엘에 대한 논쟁이다.
(2) 시험이야기는 범례적인 해석이다.
(3) 시험이야기는 기독론적인 변증이다.
(4) 시험이야기는 젤롯(각주 1) 메시야니즘에 대한 거절이다.

Q와 제국 로마의 관계를 고민할 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시험이야기가 반-젤롯주의를 표방하는가?’의 문제이다. 호프만(P. Hoffmann)과 슈바이처(E. Schweizer)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호프만은 Q-공동체(Q-Gemeinde)의 상황을 “갈등의 상황”(Konfliktsituationen)으로 규정하고 Q공동체가 젤롯 운동에 비판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호프만은 이러한 견해를 Q의 나머지 부분에서 취했다. 그에 의하면 원수사랑과 자비실천의 명령(Q6:20-49)은 반-젤롯적인 메시지이다.

▲ 예수께서 달리신 십자가의 죄패. “예수, 유대인의 왕”

예수의 원수사랑의 요구는 Q공동체의 평화실천(Friedfertigkeit)의 길과 상응한다. Q10:2-12에 등장하는 평화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로마에 평화적인 태도를 지닌 집단과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Q16:16의 바실레이아에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젤롯과의 연관성을 조심스럽게 추측한다(P. Hoffmann, 66-79). 슈바이처는 Q공동체가 반젤롯적인 경향을 띠고 있었으며 이 시험이야기에서 “십자가의 의미”가 “예수의 길”이었다고 해석한다(E. Schweizer, 1986, 64)

나는 이러한 반-젤롯적인 Q 해석에 반대한다. 그리고 Q복음서에는 반-젤롯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반-제국의 함의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나는 호프만이 주요하게 참고하는 Q6:20-49와 Q10:2-12에 대한 반제국적 해석을 이전의 글에서 이미 제시했다). 사실 ‘시험 이야기’에는 오히려 반-제국적 암시가 담겨 있다. 

앨리슨(D. C. Allison)은 시험 이야기에서 예수가 이스라엘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여기에서 “Q가 새로운 엑소더스를 이야기 한다(Q recount a new exodus)”고 평가한다(D. C. Allison, 2000, 26). 시험이야기에서 예수는 탈-제국의 지도자인 모세 같은 인물로 나타난다. 중요한 점은 모세는 실패하지만 예수는 성공한다는 점이다. 

제국 로마의 관련성을 더 추측해 볼 수 있는 구절은 Q4:5-7이다.

마샬(I. H. Marshall)은 누가 복음의 본문에서 “나라와 그 영광”이 로마 제국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I. H. Marshall, 220 마샬은 사단의 이 주장이 거짓말임을 밝힌다). 반면 놀랜드(J. Nolland)는 사단의 주장의 현실성을 인정한다(J. Nolland, 2003, 377). 어찌되었든 사단(로마 제국, 로마 황제)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다는 말씀은 상당히 “비관적인 세계관”(pessimistische Sicht der Welt)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F. Bovon, 1989, 200).

그러나 Q의 하나님 나라 복음은 이러한 제국지배의 현실의 한 가운데서 제국지배의 현실을 부정하며 선포된 것이다. 누가복음에서 가장 분명하게 사단은 로마 황제와 연결되지만, Q복음서의 맥락을 살펴보아도 사단은 여러 국가들의 배후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타이쎈은 본문에 등장하는 사탄이 실제로는 로마의 황제, 구체적으로는 가이우스 칼리굴라 황제를 암시한다고 주장한다(G. Theissen, 1991, 203-234). Q4:7이 경배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더 설득력을 가진다. 

Q복음서는 사단의 나라, 구체적으로는 로마 제국과 로마 황제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Q복음서는 로마제국에 순응하여 국가 권력을 얻는 것을 사단에게 절하는 시험으로 간주했다. 그것은 사단의 길이다. 제국주의는 시험(temptation)이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유혹이다. Q복음서는 제국주의의 시험에 대해 신명기의 말씀으로 과감하게 맞섰다. 

바알세불 논쟁 

또 다른 본문인 Q11:14-20을 보자.

 우리는 거라사 광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귀신들림 현상이 제국주의의 군사적 폭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안병무, 1993, 207-212). 본문의 귀신축출도 유사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Q11:20에서 예수는 축귀를 하나님의 나라의 현존과 관련시켰다. ‘하나님의 손가락’은 출애굽기에 있는 어구로 이집트 제국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모세의 사역과 연관되어 있다. 모세가 하나님의 권능으로 기적을 행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듯 예수는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귀신을 쫓아낸다. 역시 여기에서도 탈제국적, 반제국적 함의가 담겨 있다. 

예수의 반대자들은 예수를 바알세불이라고 비난했지만, 예수는 바알세불을 곧 사단이라고 말했다. 예수는 바알세불과 사단을 동일시하고 있다. 크로싼은 오크만(D. Oakman)의 입장을 받아들여 바알세불 논쟁에서 나라, 집, 사단이 연결된다고 주장하면서 “귀신축출의 정치사회적 차원을 강조”한다(J. D. Crossan, 510). 오크만은 “사단이 지금 나라들과 집들을 다스리고 있는데 예를 들어 헤롯 가문이나 로마 제국을 다스리고 있다”고 본문을 해석했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Q22:28-30

어떤 학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용어를 번역할 때 하나님의 제국(the empire of God)으로 번역한다(R. Valantiasis). 아마도 하나님의 나라의 대안-제국적 성격을 강조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제국’이라는 번역어는 적합하지 않다.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는 필연적으로 로마 제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예수는 제국을 전파하지 않으셨다. 예수가 선포했던 하나님의 나라는 제국의 길과는 다른 방향을 취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프로그램이 담겨 있는 중요한 본문은 Q복음서의 마지막 구절인 Q22:28,30이다. 재구성된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말씀은 Q복음서의 마지막 말씀이다. ‘그...에서’라고 처리된 부분(εν τη[])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크게 다르다. 마태복음에는 “세상이 새롭게 되어”라고 되어 있고, 누가복음에는 “내 나라에서”라고 되어 있다. 누가복음에서 “내 나라”는 하나님의 나라(regum dei)와 구분되는 그리스도의 나라(regum Christi)를 말하고 있다. 이는 위임과 양도의 맥락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나라는 다시금 제자들에게 양도된다(W. Grundmann, 1984, 404). 하지만 Q복음서는 누가복음과 달리 이러한 위임과 양도가 나타나지 않는다.   

플레더만(H. T. Fleddermann)은 “그...에서”를 “그 하나님의 나라에서”라고 복원했다(H. T. Fleddermann, 2005, 505). 정확한 복원의 어려움이 있지만 맥락상 Q22:30dp 들어가야 할 내용이 하나님의 나라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Q22:28-30은 Q복음서의 마지막 말씀이다. 그렇다면 Q복음서의 마지막 단어는 이스라엘이다. Q복음서는 Ισραηλ이라는 단어로 끝난다. 어쩌면 이스라엘이라는 단어가 Q복음서의 궁극적인 관심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Q복음서에는 유대나 유대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이스라엘은 두 번 명시적으로 등장한다(Q7:9; Q22:30). Q복음서는 또한 다윗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Q복음서는 예수를 “다윗의 자손”과 연결시키는 공관복음서의 전승과 구분된다. Q복음서는 또한 예루살렘 성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구절들을 보존하고 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는 Q복음서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나라라는 말로 선포하고자 했던 바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예수는 왕정 이전의 지파 체제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예수는 인간 왕이 중심이 되는 왕국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왕의 자리를 하나님이 차지하는 그런 나라를 꿈꾸고 선포했다. 어떤 사람들이 예수를 아나키스트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수가 생각했던 나라는 지방분권적 나라였고, 지방자치적인 활동이 가능한, 그러면서도 하나님이라는 중심으로 이어지고 모아지는 그러한 나라였다. 이러한 체계와 체제는 자율적이되 해체적이지 않고 고정되지 않은 중심을 기반으로 모이는 살아있는 체계이자 체제이다. 

Q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심판한다. 제이콥슨은 Q22:28-30에서 제자들이 행하는 심판의 행위(κρινω)를 행정적 통치의 행위로 해석한다. 즉 그는 열두 지파를 심판한다고 할 때, 드보라를 위시한 사사시대의 사사적 임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A. D. Jacobson, 1992, 247-248). 

Q복음서는 제국의 길을 걸어가지 않았다. Q복음서는 소제국을 건설했던 다윗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으며 다윗의 자손이라는 개념마저도 생각하지 않는다. Q복음서에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말(마28:19)도,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말(행1:8)도 없다. Q복음서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그토록 소박하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의 제국으로 번역하고자 하는 시도는 예수의 개념에 대한 오해를 반영한다. 

Q복음서에서 예수가 품었던 하나님 나라의 이념은 열두 지파로 구성된 이스라엘 신정이었다. 이는 인간 왕이 없고 하나님만 왕인 나라였다. 예수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이끌고 출애굽을 단행했던 모세와 같은 인물로 이해되었으며,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제국으로부터 탈출하여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시는 열두 지파 공동체의 운동이었다. 예수의 시야는 포로기 시대, 분열왕국시대, 통일왕국시대를 건너뛰어 모세의 시대로부터 사사의 시대에 머물렀다. 예수가 선포했던 하나님의 나라는 예루살렘 수도와 성전과 같이 하나의 중심이 전체를 장악하지 않고 열두 지파가 유기적으로 상호연합하는 지방분권이 이루어진 나라, 다윗의 왕조와 같이 임금만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그러한 나라였다.

김재현  verticalkjh@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