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의 이름으로 주최하는 행사로서는 최초로 교회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 증언자의 첫마디는 “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말이었다. 증언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두 자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가 다녔던 교회의 목사는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교회에서 남편을 만났고 양가 모두 그 교회 교인이었습니다. 결혼할 때 그 목사가 주례를 섰고 그 목사가 제 두 아이의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그리고는 그 목사가 자신에게 저지른 폭행의 때와 장소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서 증언을 이어갔다.

“1999년 추석 직전에, 저는 목사의 차를 타고 임진각으로 가서 그곳에서 폭행을 당했습니다.”

▲ NCCK가 주최하는 행사에 최초의 교회내 미투증언자, 두 자녀가 있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한다. ⓒ윤병희

NCCK 여성위원회(위원장 인금란 목사)는 부활절 맞이 기도회를 열고 차별과 혐오 피해자들의 기억들을 소환했다. 22일 종로5가 기독교회관 조에홀은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앞선 증언자 외에 다른 세 명의 증언이 계속 이어졌다. 세 명의 증언자는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으로부터 성폭력 후 살해당한 피해자의 어머니 유미자 님, 한국에 결혼 이민으로 입국해 시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베트남 여성 레티 마이투 님(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그리고 일상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폭력을 증언한 최애지 활동가(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등이었다. 

이날 기도회는 성서봉독 및 설교의 틀을 해체하고 대신 여성시편 71편 ‘성폭력 피해자들의 기도’를 읽고 3분간 침묵하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기도회에 지각 참석한 이홍정 총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남성목회자로서 참회하는 심정이 듭니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기도회 후에 치유와 회복을 위한 몸짓을 담은 ‘엘름 댄스’라는 춤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묵상하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NCCK 여성위원회 위원장 인금란 목사는 “사순절의 고난을 함께 하면서 특별히 여성위원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당하고 폭력의 희생이 된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의미로 기도회를 준비했다.”고 기도회의 취지를 밝혔다.

“기도회를 시작할 때부터 너무 힘들었다. 교회 안에서도 우리 집안에서도 이렇게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을 공감하지 못하고 지내왔다는 반성과 회개가 든다. 오늘 기도회에서는 설교를 안 하고 여성시편(71편)을 낭독했는데, 이 기도문에 나오는 고통당하는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심정을 듣는 이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우리 모두를 하나의 끈으로 묶어 놓았다.”

폭력 속에서 생겨나는 연대의식을 말한 것이다.

최소영 목사는 증언자 선정과정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교회 내 성폭력을 증언해 줄 분들을 찾았는데, 교회에서 미투 증언이 어려운 상황이라 나서주시는 분이 없었어요. 그런데 기도회 직전에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죠. 교회 성폭력 피해자가 이렇게 용기를 내 주신 것입니다. 미투 증언을 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증언을 하고 나서 더 피해를 당하고 있어서 그분들을 지켜낼 수 있는 장치가 교회 내에서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내에서도 미투위드유 흐름이 일면 좋겠는데 그러기에는 우리가 너무 함께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기도회가 열리는 같은 시간 청계광장에서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23일(금)까지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에서 성폭력 피해 증언들이 연이어지고 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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