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개헌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사이 3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 개헌안의 내용 자체는 차치하고서라도 정치권은 대통령이 직접 발의를 했다는 사실 자체로 갑론을박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독재”라는 격앙된 단어를 사용하며 다시 한 번 정치체제 자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월26일(월) 오전10시, “개헌과 직접민주주의”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스위스 민주재단 브루노 카우프만 대표가 자리한 이날 토론회는 민주연구원, 국민주권 연구원, 더불어 민주당 김병관 의원실과 이수혁 의원실에서 공동 주최한 것이다.

긴접과 간접 사이

토론회는 최재성 전 더불어 민주당 정당발전 위원회 위원장과 카우프만 대표의 발제를 시작으로 각 패널들의 토론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이래경 국민주권 연구원 상임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시민 촛불 혁명이 진행되면서 민주주의가 또 다른 과제로써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지적하며, 적폐청산은 물론 “미래의 좌표를 설정하는 제도적 개혁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과제 상황”임을 강조했다.

또한 최재성 전 더불어 민주당 정당발전 위원장도 직접민주제와 간접민주제를 둘러싼 숱한 오해들을 지적하며 “대의제를 더 대의제답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직접 민주제”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최 위원장은 민주당 내에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정당혁신과정이 작년부터 진행돼 왔고 직접민주주의 4권(토론권, 발안권, 소환권, 투표권)을 명시하는 것까지는 중앙위원회를 통해 의결했으나, 직접민주제와 대의민주제라는 두 개념을 균형 있게 설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며 형식에 대해 당내 갈등이 있음을 털어놨다.

▲ 스위스 민주재단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 초청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에큐메니안

인사말에 이어 발제를 맡은 브루노 카우프만은 평화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스위스와 스웨덴 민주주의를 소개하면서 두 나라의 실질적인 직접민주주의에 관한 경험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카우프만은 “한국은 지금 시기적으로 역동적인 지점”에 있지만 동시에 외부의 경험으로부터 차단될 우려가 있다며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제도 및 정책들을 고루 참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카우프만은 헌법과 현대 직접민주제에 관해 이야기 하며 헌법 자체가 사람들의 권리,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해 밝혀놓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요소가 별개이면서도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의 사례를 소개하며 카우프만은 600건 이상의 국민투표가 진행됐지만, 이것은 직접민주주의라기보다 잘 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이며, 국민투표라는 제도가 대의민주주의를 견제하면서 결과적으로 더욱 건강한 대의민주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소환제, 양날의 검인가

한편 토론자로 나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헌안들의 민주주의적 대의에 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국민 소환제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민소환의 요건이 지나치게 낮으면 특정 세력에 의해 국민 소환이 오용‧남발될 여지가 있고, 반대로 엄격하면 국민 소환제 자체가 갖는 의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형제도와 같은 안건들은 국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인권침해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국민투표에 부쳐질 사항들을 특정 범위 내로 절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이 대의권력들을 충분히 감독할 수 있도록 국민발안 및 국민소환이 지금보다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글로컬 연구소 이관후 박사 역시 국민소환제에 관해 우려를 표했다. 이 박사는 국민 소환제는 사실상 직접민주제라기보다 대의 민주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이 기관이 아닌 “사람에 대한 제도이기 때문에 부작용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박사는 국민 발안이 직접민주제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가장 효과도 좋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자문특위 안에서 논의됐던 국민발안이 대통령 개헌안으로부터 빠진 것에 대해서 의문을 표했다.

국민발안제의 구체적인 방식에 관해서는 다수 상반된 의견들이 있지만 1/100, 3/100, 5/100 등 각각의 수치에 맞춘 절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1/100으로 발안된 입법청구에 대해서는 국회를 거치되, 5/100으로 청구된 국민발안은 곧바로 국민투표로 부쳐지는 등 다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년에 한 번 정도 국민투표의 날을 지정한다면 국민들이 지나치게 격양된 감정으로부터 결정을 내리게 되는 부작용 또한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정리하는 발언에서 카우프만은 그것이 설사 시민일지라도 모든 권력은 견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모든 권력이 최고 권력에 동일한 차원으로 참여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접민주주의라는 요소를 통해서 선거와 선거 사이에 민주주의적 대화를 만들어가고, 교육 및 정부차원에서의 정보제공을 통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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