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가 3월26일(월) 오후2시 토론회를 주최했다. “포털, 이대로는 좋은가?”라는 주제를 두고 한국 언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거대 포털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 민주당 유승희 의원,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미디어기독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공동 주관했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하루에 네이버, 다음 앱을 여는 것만 2~30번이 된다.”며 포털을 보는 것이 국민의 의식과 생활 및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더불어 네이버에서 근무하는 6~80여명 정도의 뉴스 에디터가 분석하고 판단한대로, “그들이 선정한 기사에 따라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세계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이러한 관행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을 촉구했다.

언론의 포털 종속, 누구의 책임인가

발제를 맡은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 소장은 2017년 한국언론재단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에서 10명 중 8명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고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다른 비교 국가들에 비하면 지극히 높은 것(덴마크, 영국,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는 10명 중 2명 꼴)이며 그 만큼 한국에서 포털뉴스가 차지하고 있는 지배적 위치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 NCCK언론위가 주최한 “포털, 이대로는 좋은가?” 토론회 앞에서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이 소장은 뉴스뿐만이 아닌 콘텐츠, 서비스, 상호작용의 집결지로서 포털이 자본주의 생산 및 소비 구조 속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언론사들 또한 포털의 지배적인 체제 내에서 자기 언론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포털과의 제휴를 바랄 수밖에 없으므로, 포털이 형성한 독과점 플랫폼으로 정보가 모여드는 현상이 점차 가속화 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소장은 더불어 네이버나 다음의 국제적 기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애국주의적 보호론 또한 포털 비판을 점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포털으로부터 유통을 종속당한 상황에 더해 포털에 우호적인 애국주의적 프레임이 만연하다면, 포털이 언론과 미디어 생태계를 억압하고 교란하더라도 언론이 개방적인 토론을 통한 비판을 전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소장은 포털의 선택과 배제, 편집과 배열에서의 관행이 필연적으로 숨은 권력을 작동시키게 된다고 진단한 것이다. 때문에 독립성을 상실한 언론이 마케팅회사로부터 외주를 받아 보도를 작성하거나 밀어내기식 여론조작에 동원되는 처지로까지 내몰리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소장은 토론에 앞서 “저널리즘 개혁을 위한 포털의 제자리 찾기”라는 명목으로 ▲ 포털 사업자들이 언론사와의 심사 요건을 매년 공개할 것, ▲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에는 언론사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 및 단체를 배제할 것, ▲ 뉴스 편집방식의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개선된 편집공정성을 확보할 것, ▲ 국회는 권력과 포털 사이에 불거진 의혹이나 뉴스 및 여론 통제 시도에 맞서 국정감사 및 진상조사, 청문회 등의 활동을 보장할 것, ▲ 현재 발의된 여러 입법안(뉴노멀법 등)을 통해 포털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세밀한 규제를 논의할 것, 등  다섯 가지 사항을 함께 이야기해볼 것을 제안했다.

포털의 정체성? 그건 자본가이다

토론자로 나선 서명준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는 포털의 규제 논의 이전에 포털의 정체성이 진정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가 선행돼야하며, 이제껏 개념이 제대로 정의되지 못했기 때문에 논의가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앞서 언론사가 갖는 자본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뉴스의 상품적 본질은 다름 아닌 정보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편집행위” 자체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사들을 선택하고 배열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포털이 언론사와 동일한 업종이자 언론사로써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러한 이해가 “포털 규제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동시에, 포털의 문제를 포털의 도덕적 책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포털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뉴스 상품을 다루고자 한다면, 스스로 뉴스 사업자임을 밝히고 사업자의 자유 및 권리를 누리며 합당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사장 또한 거대 포털들의 문제를 그들의 도덕적 해이로 보는 것과는 시각을 달리했다. 또한 포털은 무엇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특정한 정치적 세력권 보다는 모든 이용자들을 묶어가는 것이 포털의 욕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서명준 교수처럼 포털이 뉴스를 어떻게 편집하던 그것이 큰 의미에서의 저널리즘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정환 사장은 네이버가 댓글이나 인기 검색어 조작 의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성 관련 검색어나 비속어와 같은) 내용들을 검열하지 않을 수 없는 플랫폼 관리자로서의 상황과 검색어 및 댓글 정보의 삭제요구가 주로 기업인, 정치인, 유명인과 같은 특정 계급에 의해 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데서 기인했다고 보았다. 이정환 사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검증위원회는 2016년 보고서에서 명예훼손을 근거로 한 네이버의 제외 검색어에는 기업과 관련된 검색어의 비중이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정환 사장은 포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정치적으로 기회주의적 중립을 취할지라도, 그들의 영향력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나 다음의 도덕성 상실여부와 무관하게, 그들이 필연적으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포털사 제휴 여부가 언론사의 청와대 출입허가 기준이 된다는 최근의 이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가 1인 미디어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포털에 지나치게 과도한 영향력을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 시민위원장은 이러한 조치가 가뜩이나 과도한 영향력으로 비판받고 있는 “포털사들에게 있어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며, 이러한 “황당한 기준으로 출입기자 시스템을 개악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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