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일 오후 3시 30분, 광화문 북측 광장(세종대왕상 뒤편)에서 특별한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렸다. 매 부활절과 성탄절마다 우리 사회에서 고난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의 복음을 다시 상기하는 역할을 하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연합예배’가 2018년에도 어김없이 드려졌다.

▲ 2018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4월1일 부활절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렸다. ⓒ임석규

다른 교계연합체들이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예배와 다른 점은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버려지는 이웃들과 함께 예배와 성찬으로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함께 연대한다는 점이다.

연대의 희망을 잃지 말기를

이 예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3시부터 빈자리를 채웠다. 예배를 여는 노래도 기존 부활절 예배와 달리 사회에서 버려진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성도들의 연대를 드러낸 곡들이 선곡되었다.

옥바라지 선교센터의 ‘사랑이 이긴다’(황푸하 곡)는 세상의 혐오와 폭력, 잔인한 현실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결국 사랑을 이길 수 없음을 노래하였다. 길가는 밴드의 장현호의 곡인 ‘예수 쫓겨난 사람으로 오시다’는 예수께서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보잘 것 없고 약하여 세상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위해 우리 곁에 함께하심을 상기하게 하였다.

싱잉볼의 타종으로 시작된 침묵기도로써 본격적으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충연 용산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예배에 모인 희생된 철거민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부활의 소망으로 고통들을 마주하고 기억하며 함께 싸워나갈 것을 회중들과 함께 기도하였다.

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는 히브리서 13장 12~13절을 주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우리사회의 성문 밖에서 고난당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말 것을 설교하였다.

연대의 손을 맞잡고 끝까지

설교 후 궁중족발 투쟁 당사자인 김우식·윤경자 부부와 조한정 장위7구역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현장에서 겪었던 일을 증언하였다. 이들은 건물주 및 투기자본으로 인해 한 순간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들을 위해 각처에서 내미는 연대의 손에 힘입어 끝까지 맞서나갈 것을 담담히 말했다.

▲ 궁중족발 투쟁 당사자인 김우식·윤경자 부부가 증언자로 나섰다. ⓒ임석규

참석자들은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옥바라지 선교센터의 김이슬기 전도사의 ‘갈릴레아’ 특송과 함께 봉헌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날에 모인 헌금은 궁중족발과 장위7구역처럼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장에 쓰일 예정이다.

성찬 집례는 구교형·이미경 목사가 담당했고 분병분잔위원에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싸우는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참석자들은 성찬을 통하여 당시 쫓겨난 사람으로 우리 안에 오셔서 우리 주변에서 배제된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셨음을 기억하며 이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자 등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함께 연대할 것을 다짐하며 공동축도로써 예배의 모든 순서를 마쳤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는 극우화가 심화되면서 한국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힘 있는 자들의 논리에 편승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소수자로 몰아 배제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급격히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한국교회는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웃이 되신 예수를 내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진솔하게 반성해야 함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 성만찬의 분병분잔위원에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 싸우는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임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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