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온 나라가 함께 슬퍼하는 날입니다. 70년전 제주에서는 국가가 자기 국민을 무참히 살육하였습니다. 48년 당시에는 제주 도민 30만 명이 살았는데 그중 10%인 3만여 명이나 죽임당한 것입니다. 경찰 등은 희생자들의 많은 부분을 현장에서 살해하거나 재판도 없이 형무소에 가두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자 어떻게 죽였는지 기록도 남기지 않고 살해하고 암매장했습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추모사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에 대해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큽니다. 국가 폭력의 광기가 휘몰아칠 때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정당한 법의 보호는 없었습니다. 국가 폭력이 난무할 때 법원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요?

그리고 곧 4월 9일이 됩니다. 4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4월 9일은 사법 살인이 자행되었던 사법 암흑의 날입니다.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정권은 소위 인혁당 사건을 조작하여 8명의 민주 인사들을 사형시켰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독재자의 압력에 굴복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사형당하신 여덟 분들만 고통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살아있는 가족들도 역시 죽음과 같은 긴 세월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 동안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은 다른 사람이 어찌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30년이 지난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그 분들의 억울함과 무고함이 밝혀진 것입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 가족들을 또 다시 고통 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시절 대법원은 무죄 보상금이 너무 많으니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리고 반환이 늦어지자 고액의 반환이자를 납부하게 하였습니다.

사법부는 사법살인도 부족하여 가족들을 국정원에게 고액의 반환 이자를 내야하는 빚쟁이로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들을 간첩으로 조작한 국정원이 이제는 남은 가족들에게 빚독촉을 하며 고통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사법부 조차 외면한 그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했습니까? 가슴이 미어터지는 원통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하늘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회는 그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아주었고 가족들의 고통에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것 뿐입니까?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 많은 간첩단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건들이 고문과 협박에 의해서 만들어진 간첩 사건이었습니다. 법원이 시민들의 인권을 지켜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80년대에도 수 많은 청년 학생, 노동자들이 구속되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사법부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고 경찰 및 국정원의 폭력을 막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법부가 사람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였을 때 사법부가 포기한 일을 교회가 했습니다. 교회는 사법부가 죽인 시민들과 가족들의 이웃이 되었습니다.

▲ 4월3일 강남향린교회 강제집행을 규탄하는 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는 NCCK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 ⓒ김준표

동부지방법원장과 재판관들은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당신들의 선배들은 독재자의 하수인이었습니다. 당신들은 억울한 시민을 죽이는 앞장선 살인자들의 후예입니다. 당신들은 강자들의 횡포를 막지 않고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비겁한 자들의 후예입니다.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에서만 시민들을 외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시민들의 재산권을 지키는 일에도 소홀히 하였습니다.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수많은 철거 싸움이 있었습니다. 철거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철거당하는 시민들은 폭행당하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겼습니다. 지금까지 사법부가 시민들의 재산을 지켜주었다는 소식을 듣기 어렵습니다.

철거당하는 사람들을 통상 철거민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처음부터 철거민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이웃이었고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집과 가게와 일터를 소유했고 세금을 내는 시민이었습니다. 조합과 건설사의 폭력 앞에서 재산을 빼앗겼습니다.

경찰은 물론이고 사법부에서도 힘없는 시민들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수십년동안 고생해서 이룬 재산을 하루 아침에 빼앗겼습니다.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경찰과 사법부는 시민들 편이 아니었습니다. 시민들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재판관들은 언제나 강자들 편이었고 돈 많은 재벌들 편이었습니다. 그들의 폭력은 외면하고 지켜줍니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은 가차없이 처벌하였습니다. 그들은 악당과 한편이었고 악당 그 자체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의 아비가 악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법부 잘못을 몇 몇 사람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판사들이 시민의 인권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는 무관심하고 오로지 성공과 승진이라는 욕망에 사로 잡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내면에는 악마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정의와 진리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그 이유를 하나로 말씀합니다. 44절에서 보듯이 재판관들이 진리의 편을 외면하고 박해하는 것은 그들의 아비가 악마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곧 악마의 후예들이라고 꾸짖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합법적 절차를 말합니다. 무엇이 합법입니까?

주님이신 나자렛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한 것은 합법적인 재판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재판과 로마의 재판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예수를 죽였습니다. 2천년 전에도 합법을 빌려 사법 살인을 자행한 것입니다. 그 대표가 빌라도입니다. 그는 2천년 동안 불의한 재판관으로 낙인찍혀 있습니다. 빌라도는 씻을 수 없는 부끄럽고 불의한 재판관이었다는 오명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동부지법은 강남 향린교회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합법이었다고 강변합니다. 하지만 불의한 재판, 시민들의 재산권 보호를 외면한다면 동부지방법원장은 빌라도와 같은 오명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집행관 책임자와 건설사 사장의 부끄러운 이름을 기록하여 후대에게 전해야 합니다. 시민들을 외면한 불의한 재판관의 이름을 대법원장에게도 대통령에게도 전해지게 합시다. 특히 합법을 가장한 불의한 재판을 자행한 동부지방법원장의 부끄러운 이름을 선명하게 기록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사법부는 사법 살인에 앞장섰던 죄악을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장의 한 두마디 사과로 그쳤습니다. 독재자의 하수인이었던 사법부를 시민들의 일꾼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곧 적폐청산입니다. 사법 살인자들의 후예인 동부지방법원부터 회개해야 합니다. 동부지법원장은 시민들의 편에서 정의를 외치고 사랑을 전하는 강남향린 교회의 건물을 깨뜨리는 일에 앞잡이가 되었습니다. 부끄러운줄을 알아야 합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기도회에 참석한 우리만 아니라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강남향린교회를 자랑스러워합니다. 강남 향린교회는 작지만 세상을 품은 큰 교회입니다. 강남향린교회는 시대 지역의 시민들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는 진정한 인권지킴이 교회입니다. 억울한 약자들의 편에 서 있는 교회입니다. 강남향린교회는 주님의 남겨진 고난에 참여하는 교회입니다. 불의한 재판에 의해 처형당하는 성금요일에 강남향린교회도 불의한 재판에 의해 교회당을 침탈당하고 깨뜨려졌습니다.

성금요일에 주님의 몸인 교회가 침탈당하고 파괴당한 것은 정말 황당하고 분노할 일입니다. 하지만 강남향린교회의 철거 규탄 투쟁은 자기 건물을 되찾으려 하거나 보상금을 더 받으려는 투쟁으로 멈출 수는 없습니다. 강남향린교회 싸움을 통해 사법부의 잘못을 바꾸는 투쟁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는 불법적인 행정대집행을 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힘과 숫자가 아닙니다. 저들의 거짓과 불의함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들의 부끄러운 이름을 기록하고 전하는 것으로도 우리의 싸움은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싸움은 사법부가 재벌의 편, 독재자의 편, 악마의 편으로 살고 있음을 드러내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사법부의 잘못된 과거를 회개하게 하는 것입니다. 건설사의 이익을 지켜주는 사법부가 아니라 시민들을 지켜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법부로 거듭나게 해야 합니다. 동부지방법원과 사법부의 역사와 선배들의 잘못을 늘 일깨워줘야 합니다. 그들의 아비가 악마라는 것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강남향린교회 교우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여한 믿음의 자매ㆍ형제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성금요일에 당한 이 고난을 묵상해봅시다. 성금요일에 합법적인 재판을 통해 거룩함이 죽임당하고 찢겨졌습니다. 그리고 억울하게 죽임당한 주님을 하나님께서 다시 일으켜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강남향린교회도 다시 일으켜 세워주실 것입니다. 믿습니까?

성금요일은 주님의 몸이 십자가에 달려 죽임당하는 날입니다. 그 성금요일에 주님의 몸인 교회가 파괴되었습니다. 지난 성금요일 교회 파괴 사건은 2018년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이번 성금요일 고난의 투쟁을 통해 강남향린교회는 시민들의 편에 우뚝 서서 시민들을 사랑하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교회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강남향린교회 교우 여러분 전혀 힘들지 않지요? 오히려 기뻐하십시오. 주님의 고난에 참여할 때 주님의 영광에도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십자가 행진을 이어갈 수 있기를 빕니다. 주님께서 힘주시고 은혜 베푸시기를 빕니다. 힘내십시오. 투쟁!

박승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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