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목) 저녁8시, 광화문 416광장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 우산을 들고 모여든 기독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가족들과 함께 기도회를 열었다.

문 정부 1호 민원, 그러나

촛불교회 박연미 장로는 “궂은 날씨에도 이렇게 기도회에 오신 여러분, 참 고맙습니다.”는 인사로 기도회를 시작하며 취지를 설명했다. “오늘 우리는 일년 전 일어난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이라는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기도회를 엽니다.”

박연미 장로는 기도회 참여자들에게 “문재인 정부 제1호 민원임에도 진상규명은 지지부진하고 실종자 수색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한 후 “오늘 기도회를 통해 우리가 포기하지 못하는 두 척의 구명벌(탈출용 선박)이 속히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정부를 향해 참사의 진상을 말해줄 블랙박스를 수거해 줄 것을 촉구합시다.”라고 말하며 참여자들을 기도회로 이끌었다.

기도회는 옥바라지선교센터 박김성록 전도사의 기도에 이어 전도서4장12절 본문으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 김종수 목사가 설교를 하고 곧바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대책위 허경주 대표의 증언으로 기도회의 정점을 이루었다.

박김성록 전도사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의 방관을 지적하며 “정권이 바뀐 새로운 시대는 실종된 사람들의 귀환과 함께 선언될 것”이라고 기도했다. 박김성록 전도사는 또한 “이 시대는 실종자를 수색하는 데 부족하지 않게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도덕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일지도

‘삼겹줄로 맞이하는 봄’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김종수 목사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주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사장의 작태를 비판하며 선박의 안전을 방조하는 것이 비단 스텔라데이지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고 폭로했다.

▲ 4월5일(목) 저녁8시, 광화문 416광장에서 감리교시국대책위,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옥바라지선교센터, 예수살기, 촛불교회가 공동주최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가족들과 함께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인 김종수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있다. ⓒ윤병희

김종수 목사는 “낡고 여기저기 고장이 많은 배들을 선원들은 ‘바다 위를 떠나니는 관’이라고 부른다.”고 예시하며 침몰의 원인이 선체 결함에 있다는 것과 이를 은폐하려는 선주의 행보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국가의 역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원인을 조사하고 실종선원들을 수색하는 일에 국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의 설교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진실을 알리는 김영미 PD의 조사 내용을 소개하며 프랑스 447항공 사고에서 2년 만에 블랙박스 수거에 성공한 사례를 들며, “반드시 실종선원들의 행방을 찾아낼 것이고, 블랙박스에 담긴 진실을 규명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한국해양산업의 총체적 부실

증언자로 나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대책위 허경주 대표는 자신을 “스텔라데이지호에 탑승하고 있었던 이등 항해사 허재용의 둘째 누나”라고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허 대표는 기도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참여자와 함께 나누었다. “작년에도 기도회를 해 주시고 많은 사람들이 오셔서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며 감사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지난 일년 간 일어난 많은 일들을 참여자들에게 빠른 어조로 쏟아냈다. 그러면서 노력의 한 성과로 “이번 달 중에 국회에서 심해수색장비 투입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따끈한 소식을 전하며 참여자들에게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허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 세월호도 스텔라데이지호도 선박검사의 책임이 있는 한국선급의 부실검사로 발생한 사고”라며 “스물일곱 척의 노후선박에 탑승한 1000여명의 선원과, 그들이 가족이 저희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3월31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주기 날에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정부를 향해 촉구하는 이유는 스텔라데이지호가 단지 스텔라데이지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 블랙박스를 찾아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블랙박스를 찾기 위해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대책위 대표이자 “스텔라데이지호에 탑승하고 있었던 이등 항해사 허재용의 둘째 누나”인 허경주 대표가 그간에 진행된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다. ⓒ윤병희

스텔라데이지호는 세월호가 인양되는 날이었던 작년 3월31일 침몰했다. 날짜 뿐 아니라 안전과 국가의 책임이라는 키워드에서 세월호와 유사한 점을 들어 사람들은 이를 제2의 세월호라고 부른다.

끝까지 함께 하는 그리스도인들

이날 기도회를 주최한 감리교시국대책위,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옥바라지선교센터 등은 일찍부터 스텔라데이지호에 관심을 갖고 기도회(2017년 6월 28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드로가 함께)와 실종자 수색촉구 기자회견(2017년 7월19일,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빌딩 이제홀)을 여는 등 실종선원가족들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있다.

작년 12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의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는 12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7>로 독립 PD 김영미의 스텔라데이지호 추적기사를 선정한 바 있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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