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8일 오전11시, 강남향린교회 진입차단 철제장벽 옆 노상에 향린공동체 교우들 약 5백여명이 모였다. 이때, 예배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렸다. 강남향린교회 강제집행을 규탄하는 연합예배다. 향린교회라는 이름의 네 개 교회로 이루어진 향린공동체는 이날 좌우로 철거장벽에 둘러싸인 교회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지난 3월30일 강남향린교회의 강제철거 집행 후 8일이 지나면서 “조합, 시공사, 법원, 경찰 간에 형성되어 있는 유착관계들에 대해 분명히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 이구동성이다.

▲ 강남향린교회 차단벽은 다른 곳과 달리 철제로 세워져 있다. 향린공동체 5백여 명이 연합예배에 참여했다. ⓒ박상범

이들은 지금까지 다른 철거민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위로와 연대의 손길을 내주었으나 이제는 자신이 철거당하는 처지가 되어 현실을 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예배 말미에 낭독한 선언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절대 다수의 시민들은 안다. 재개발조합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앞장서서 이웃을 내쫓는 자들이고, 탐욕스런 건설자본은 그 뒤에서 소리 없이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란 것을. 그리고 이들의 이익을 위해 법이라는 이름으로 봉사하며 돈을 받아 나누는 법원의 집행관관들과 관계자들, 경찰들. 이들은 이런 일체의 유착관계를 소위 오랜 관행이라 한다. 그러나 아니다. 그것은 범죄이며 청산되어야 할 적폐이다.”

새삼스럽게도 향린공동체는 강제철거가 자신들에게 닥치자 이 일을 실감한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자신들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깨달음을 고백한다.

성명서는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이번 시련이, 고난에 처한 수많은 이웃들의 아픔에 진실로 온 몸으로 느끼며, 연대자가 아닌 주체로 직접 나서라는 계시로 받아들인다.”

하늘뜻펴기 시간에 김희헌 목사는 “원래 이 날은 향린공동체의 네 교회가 교류를 통해 말씀의 친교를 나눌 계획이었습니다.”고 운을 뗀 후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길거리로 내몰아서 고난의 친교를 나누게 하시고 향린공동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찾아가도록 이끌고 계십니다.”고 자답했다. 김희헌 목사는 지난 8일 동안의 사건을 겪으면서 “도대체 왜 이 사건이 우리 공동체에서 생긴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한 끝에 도달한 깨달음이라고 전했다.

외부의 연대가 절실한 향린공동체에게 이날 두 명의 연대발언자가 단상 위에 섰다. 먼저, 9년 전 용산참사의 희생자 유가족 전재숙 님은 당시 자신들에게 기도회를 해 주던 향린공동체를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2018년 이곳에 와 보니 예전 용산참사와 다름이 없다.”고 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현재 장위7구역에서 철거투쟁 중인 조한정 님은 자신의 집이 강제철거를 당할 때 자살기도까지 했다고 전했다. 조한정 님은 자신의 집이 강제철거 당할 때 “옥바라지선교센터가 찾아와 하나님의 정의는 법 너머에 있다며 저 대신 부상당하고 처벌을 받을 때 저는 주저앉아 울었습니다.”고 작년 말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향린공동체와 나누었다.

향린공동체는 이후의 일정을 매우 신속하고 지체없이 착수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주 내에 <‘예고 없는 강제집행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기구>를 발족하기로 하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병일 목사는 이날 예배 중 경과보고 시간에 강제집행관과의 면담 내용을 전했다. 이병일 목사는 “강제집행관 이OO 집행관이 ‘거짓된 탄원서를 듣고 예고없이 집행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고 한다.

“사과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했으면 행동으로 해야 한다. 성물을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투쟁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한편, 향린교회들이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는 예전에 대원교회와 삼일교회 사태에 대응하면서 당시 ‘재개발특별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총회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례가 있는 바, 이번 강남향린교회 강제철거 사태에 총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