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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바젤 유럽대회(European Meeting in Basel)떼제가 이어준 사람들
박병철 | 승인 2018.04.11 23:00

성탄절 후에 열리는 유럽대회에 2년째 한국의 에큐메니컬 순례단이 참가하였다. 2017년에는 스위스의 바젤에서 열렸다. 유럽대회는 벌써 40년째 열린 것이라고 한다. 과거 유럽이 동서로 나뉜 시절부터 평화를 향한 청년들의 순례가 계속 된 것이다.

유럽대회는 4박 5일간 유럽의 한 도시에서 진행된다. 기도를 위해 청년들이 모이는 대회이지만 참가자들은 축제에 참여하는 것처럼 들떠있다. 젊은이들이 기도를 위해 자발적으로 모이는 일은 요즘은 무척 드문 일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고, 다음 세대가 없는 교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수 만 명의 청년들이 기도를 위해 모인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이번 바젤 유럽대회에는 2만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기로 손에 꼽히는 국가이다. 2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떼제 공동체가 준비하는 것은 무척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비싼 참가비를 받는 것도 아니다. 4박 5일 프로그램에 80유로(나이와 지역에 따라 120유로, 혹은 70유로)를 참가비로 낸다. 식사비로도 충분치 않은 비용이다. 그런데도 40년간 유럽대회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지역 교회와 교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 2017 바젤 유럽대회로 모인 젊은이들 ⓒ박병철 목사 제공

떼제 공동체는 대회 준비를 위해 4-5개월 전부터 개최 도시에 수사들과 청년 자원봉사자들을 파송한다. 수사들은 지역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유럽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숙박은 지역교회의 협력을 받아 교인들과 주민들에게 홈스테이 신청을 받는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이 신청한 교인들의 가정으로 흩어져 숙박과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 지자체의 협조로 교통비의 할인을 받는 경우도 있다. 참가 등록을 하면 유럽대회 참가자 카드가 제공되고, 이 카드로 행사 기간 동안 그 도시의 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유럽대회는 지역 도시의 이러한 참여와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역 교인들이 외부에서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숙소가 배정되어 집에 방문하는 순간까지, 집주인이나 방문자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는 서로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고, 엉뚱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다. 집주인과 참가자를 잇는 것은 오직 떼제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 맞이하는 사람이나 방문하는 사람이나 떼제 공동체가 연결 시켜주기 때문에 서로를 믿고 만나게 된다.

이런 만남은 사람들 안에 신뢰의 끈을 발견하게 한다. 불편하지 않기 위해 서로 가능한 배려를 하고, 이를 위해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좋은 영향을 준다.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이 경험은 각자에게 신비로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바젤에서 내가 머물렀던 곳은 방 하나를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한 노신사의 집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특히 아시아를 좋아하는 주인이었다. 그 덕에 30년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우리는 친구처럼 함께 지낼 수 있었다.

항상 친절했고 아시아에서 온 어린 손님들의 말을 경청해 주었다. 바젤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에 초대해 오두막에서 소풍을 즐기기도 했다. 손님의 기호에 맞춰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별하여 식사 때마다 틀어주었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매 순간 감동으로 다가왔다. 집에 함께 머물렀던 순례단원들은 매일 아침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 한국순례단이 유럽 대회 참가하면서 설명을 듣고 있다. ⓒ박병철 목사 제공

유럽대회의 기도처는 고대 독일어와 라틴어, 헬라어로 장식되어 있었다. 활판인쇄술, 성경의 보급.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억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중립국을 지켜온 스위스의 바젤은 독일, 프랑스와 함께 세 개 국가가 만나는 도시이다. 바젤 대학은 에라스무스, 니체, 칼 융, 칼 바르트 등 많은 학자들이 공부하고 연구한, 학문이 발달한 곳이다. 종교개혁 후 개혁교회의 전통을 이어오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황들을 볼 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떼제 공동체가 바젤에서 유럽대회를 열게 된 의의를 생각해 보게 된다.

유럽대회가 열리던 첫째 날, 알로이스 원장 수사는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국가와 민족, 문화, 종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젊은이들이 바젤이라는 도시에 함께 모인 것이 뜻 깊은 만남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신한열 수사는 ‘과거 500년 전 종교개혁은 기독교가 서로 갈라지는 아픔의 역사였지만, 이번 바젤에서의 유럽대회는 갈라진 교회들이 다시 모여 화해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떼제 공동체는 바젤이라는 도시를 통해, 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안하고 있었다.

유럽대회 때, 젊은이들이 모여 드린 기도는 스위스의 공영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유럽대회동안 바젤의 교회는 기도처로 사용되도록 문을 열어 주었다. 순례자들을 위해 온 도시가 이들을 반기는 듯했다. 거리 곳곳에서 유럽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고, 바젤 도시가 이방인을 환대하는 느낌을 주었다.

떼제 공동체는 해마다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제안을 한다. 알루이스 수사는 2018년 그리스도인들에게 ‘마르지 않는 기쁨’을 위한 네 가지 제안했다.

1. 기쁨의 더 깊은 원천을 찾읍시다. 
2. 가장 취약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읍시다.
3. 시련과 기쁨을 나눕시다. 
4.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남이 받은 은사에 대해 기뻐합시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주는 기쁨. 우리는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통해 이 부활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바젤에서의 유럽대회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소소한 일들은 기적과도 같았다. 서로 문화의 차이를 가지고 모이지만, 만남을 통해 경험하는 이 기적들은 서로 하나로 어우러지며 화해를 향한 순례의 여정이 된다.

▲ 필자가 머무르게 된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노신사)이 운영하는 오두막 ⓒ박병철 목사 제공

바젤의 유럽대회 마지막 날, 알로이스 수사는 2018년 유럽미팅 개최지 발표를 했다. 2018년 유럽대회 개최지는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선정 되었다. 발표를 하는 순간 스페인의 젊은이들은 기뻐 환호성을 외쳤으며, 다른 참가자들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발표한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은 2018년 8월 아시아 최초로 홍콩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떼제의 국제 청년대회이다. 이 모임은 8월8일부터 12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된다. 유럽과는 또 다른 아시아의 정황을 살필 때 어떤 모습의 대회가 열릴지 기대된다. 2018년 화해를 향한 새로운 순례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다.

박병철  1979li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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