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생활 박철 목사의 <아름다운 순간>
적게 가지면 바람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날게 해주소서
박철 | 승인 2018.04.13 21:45

 

많이 소유해야 행복할 것 같지만 적게 소유하면서 만족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이다. 많이 소유하면 더 많이 만족해야 하는데 사실은 많이 소유할수록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것을 바라게 마련이다. 소유는 또 다른 소유를,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집착은 또 다른 집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단출하고 간소하게 살며 작은 것에서 만족하고 살면 이 세상 그 무엇도 나를 괴롭힐 수 없다.

가난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게 적은 것에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라는 말이다. 부자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재산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욕심이 없어야 부자이고, 그것으로 충분할 때 부자이며, 마음이 충만할 때 부자이다. 많이 가지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가진 것이 없어질 때 괴로움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적게 가지면 아무런 걸림도 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 적게 가졌을 때, 욕심을 다 놓아 버렸을 때, 지금 이 자리에서 만족할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우리의 행복은 시작될 수 있다.

가지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많이 가지더라도 갖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많은 것을 소유하고서도 소유물에 대한 집착을 놓아 버림으로써 다 가지고도 다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이든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 것'이라는 상을 내지 않는다. '내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괴로울 일이 많은 사람이다.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닌 줄 알아야 하겠다.

▲ 아침햇살이 실내를 환하게 비춰준다. 아내와 간단하게 조반을 먹는다. 라디오에선 모짤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흘러나온다. 모두에게 평화를 빌며 하루를 시작한다. ⓒ박철 목사 제공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을 놓아 버리고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소유함 없이 소유해야 한다.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하리라. 아침 햇살에 빛나는 자작나무의 잎에도 행복은 깃들어 있고, 벼랑 위에 피어 있는 한 무더기의 진달래 꽃 속을 통해서도 하루에 일용할 정신적인 양식을 얻을 수 있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 속에 행복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빈 마음으로 그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로 만족해야지, 둘을 가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그건 허욕(虛慾)이다. 그러니 하나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그 하나 속에 있다. 둘을 얻게 되면 행복이 희석되어서 그 하나마저도 마침내 잃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그러다 언제 잘 살겠느냐고 하겠지만 이런 어려운 시대에는 작고 적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는다.

행복의 비결은 결코 크고 많은 데 있지 않다. 오늘날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모두가 입만 열면 경제 타령만 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경제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 그런 일에만 치우쳐 있다. 오늘날 경제가 어려운 것은 일찍이 우리가 큰 그릇을 만들어 놓지 않고, 욕심껏 담기만 하려고 한 결과다. 이 불황은 우리들 마음이 그만큼 빈약하다는 증거이다. 그릇을 키우려면 눈앞에 이익에 매달리지 말고 마음을 닦아야 한다.

▲ 아내가 상추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다. ⓒ박철 목사 제공

개체를 넘어서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넉넉해진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꽃이 있다. 각자 그 꽃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옛 성인이 말했듯이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꽃을 피워낼 수 없다. 하나의 씨앗이 움트기 위해서는 흙 속에 묻혀서 참고 견디어 내는 그와 같은 인내가 필요하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의 행복은 큰 데 있지 않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조그만 데 있다.

검소하고 작은 것으로서 기쁨을 느껴라.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 보라. 이런 어려운 시기를 당했을 때, 도대체 나는 누구지? 나는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직위나 돈이나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서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 이해인, <가난한 새의 기도>

 

박철  pakchol@empas.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철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충정로 2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교육원 생명의집 204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8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