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서글픈 현실

얼마 전에 한국 주요교단들의 대행사인 총회가 있었다. 그러한 풍경을 볼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한국교회에 언제 이렇게 남정네들이 많았나 싶다. 한국교회 구성원의 70%가 여성이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재밌게도 교단총회 참관을 보도하는 기독언론사들의 사진들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대부분이 남정네들의 뒷통수들만 왕창 찍혀 있다는 점을 아는지. 한국교회의 슬픈 역사들은 계속 그렇게 이어져나가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은 보수적인 교단시스템의 통제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실정 이다. 아예 신학현장까지도 교단시스템이 개입하여 보수적으로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감신대의 고 변선환 사태가 그랬듯이, 일전의 김준우 교수 임용탈락 사건도 사실상은 그러한 배경에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즉, 교단입장에서 볼 땐 그 신학사상이 문제시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애초부터 외국의 선교사들로부터 ―현경 교수의 표현대로― <불량 종자로서의 기독교> 를 들여왔었다. 그렇기에 이 땅의 기독교에 대한 변혁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요원한 문제로 남아 있다고 해야겠다. 예전에는 우리 사회 전체가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왔던지라 이 뿌리깊은 과제를 수행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한국 기독교의 새로운 변혁을 위한 그러한 때가 다가왔다고 본다. 그럴 경우  NCC도 예전의 에큐메니칼 운동방식만 생각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일전에 본인의 <기독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기독운동의 1차적 텃밭은 바로 기존 기독교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얘기는 현재 NCC가 상정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생각도 그 방향이 새롭게 검토되어야 함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운동성의 차원보다 이제는 한국교회 변혁의 운동성을 갖는 NCC로

NCC가 정작 진보기독진영을 지금까지 대표해왔고, 또 앞으로도 정말 그럴만한 대표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도 없잖아 있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으로 세간에 알려지기는 NCC가 진보기독진영을 대표하는 단체로 종종 보도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앞으로의 NCC 행보가 당연히 예의주시된다고 하겠다. 괜히 실질적인 기독운동 진영에 먹칠이나 하지 않길 바라니까.

그런데 NCC는 말그대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The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Korea)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CC는 <교회협의체>라기보다 <교단협의체>의 성격이 강하다. 그럴 경우, 예컨대 이러한 경우가 있다. 개교회로서는 한기총이 아닌 NCC가 표방하는 바를 지지하고 싶은 교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교회의 교단이 NCC에 속해 있지 않다면 그 교회는 결코 NCC에 가입되지 못하는 게 지금까지의 실정이었다(실제로 NCC홈피에 이런 사례가 올라온 적 있음).

앞으로의 NCC가 운동성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NCC는 여전히 교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배경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나는 NCC가 강화하고자 하는 그 <운동성>이라는 게 사회운동성의 역할에 주로 집중되는 것에 대해선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현싯점에선 본격적으로 더욱 강화시키고 나가야 할 운동성이란 실제론 <교회변혁에 대한 운동성>이 아닐는지.

왜냐하면 늘상 한국교회의 현실은 이미 우리들 안에서조차 서로 맞부딪히고 있잖은가. 즉, 이해관계가 서로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현재의 한국교회의 현실구조와 패턴을 보다 근원적으로 변혁해보자는 얘기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운동이요 과제라고 본다.

현재 정치 사회 이슈들에 대해 서로 뚜렷하게 충돌하고 있는 한국교회 단체의 양상은 다음과 같다.

이때 당면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진보적 입장을 제기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슨 청개구리처럼 늘상 부딪히고 있는, 이토록 반동적인 한국교회 자체를 향한 개선과 변혁의 노력들도 매우 중요하다 고 본다.

(혹자는 아마도 여기서 NCC가 한기총과 합작한다는 부활절 연합예배를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방식에 대해선 한계가 있다고 보며 오히려 NCC가 보수적인 한기총 같은 단체에 끌려가기 십상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건 과시용 행사로 전락될 수 있다. 한국교회의 변혁과 온전한 치유의 핵심은 그러한 데에 있지 않다고 본다).

NCC가 정말로 21세기에선 퇴행하지 않고자 한다면, 예전 방식의 낡아 있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새롭게 다져서 정의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에큐메니칼 운동>을 확고하게 설정했으면 한다. 주류 보수 기독교가 득세하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바야흐로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성의 방향도 새롭게 재고되지 않으면 NCC는 그저 한때의 이름으로 전락될 운명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바이다.

성명서 발표식의 운동이 아니라 이제는 실제적인 변혁운동으로

이를테면 이젠 성명서 발표식의 손쉬운 운동들은 그만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그런 건 예전에 아무도 찍소리도 못하던 유신체제 혹은 군부독재시절인 7, 80년대 때나 성명서 운동은 더욱 빛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운동판을 보면, 온갖 성명서들은 거의 과잉에 가깝다. 내가 보기엔 사람들도 별로 잘들여다보지도 않는 거 같다. 물론 성명서 발표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평택 대추리 사태에 대해서도 그저 성명서 같은 걸로 촉구한답시며 대충 그렇게 때우고 넘어가기보단, 아예 NCC가 국방부 장관이라도 법적으로 고발하던가 하는 식의 실질적인 액션들을 취했으면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NCC로선 그럴 수 없는 한계가 이미 있다고 말해버린다면 나로서도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NCC가 편하고 손쉽게 운동을 하기 위해 만든 단체는 아니잖은가.

그리고 그동안의 성명서 발표문들도 가능하면 정부 사회단체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보수교회들에게 더 많이 좀 알려주었으면 한다. 예컨대, NCC에 가입된 교단만 해도 보수교회들이 즐비하잖은가. 그들에게 좀더 NCC의 진보적인 입장들을 널리 알려줄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한국교회에는 NCC를 여전히 터럭만큼도 생각안하거나 혹은 빨갱이 공산집단으로 여기는 교회들도 아직은 많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선 "NCC가 뭔데?" 밖에 안되는 거다.

그렇기에 NCC가 그저 교단정치에 끌려가기보다는 진보적이라는 NCC가 오히려 한국의 보수교회와 단체마저 실제적으로 선도하고 계몽하는 역할을 할 순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이즈음에선 NCC의 눈물겨운 재정타령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만일 재정 때문에 끌려댕기며 뻘짓하는 단체라고 한다면 차라리 해체해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주께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잖은가.

“또 나를 믿는,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서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차라리 그 목에 연자맷돌을 달고 바다에 빠지는 편이 낫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찍어버려라. 네가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두 손이 없는 채로 생명에 들어가는 것이 나으니라..”(마가복음 9장 42-43절).

새 시대의 에큐메니칼 운동에 걸맞는 일꾼을 뽑아야

NCC에선 총무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정말이지 새로운 일꾼은 한국교회 변혁에 대한 비전과 구상을 갖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NCC가 운동성을 가지되 어설픈 사회운동성을 가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국교회 변혁에 대한 운동성을 더욱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해본 것이다.

NCC 총무선출에 있어 이번 차례가 기장(한국기독교장로회)측에서 그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들었다. 물론 일꾼이 어디에서 나오든 간에 이왕이면 민중운동 지역사회운동 뿐만아니라 한국교회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가진 그러한 일꾼이 나와서 NCC를 맡아주길 바라는 바이다.

한국교회는 애초부터 불완전한 기독교를 들여왔었고, 그렇기에 한국기독교 역사에는 기존의 보수에 안착하고 있는 기독교가 있는가 하면, 그래도 나름대로 이를 넘어서고자 했던 기독교가 있었다. 한국 기독교는 대부분이 보수 진영에 있지만, 그래도 한국교회 역사에서 장공 김재준이 보여준 <기장성의 기독교>는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흐름에 있지 않았던가.

지금까지의 NCC의 운동성을 생각해볼 때도 그것은 기장성과 매우 친화적인 성격의 것이었다. 기장은 그나마 다른 교단에 비한다면 민중교회 운동도 많이 활발했던 진보교단이었잖은가. 앞으로 한국교회가 제대로 건강하게 변혁되기 위해선 교회가 <예전성>과 <운동성> 혹은 <민중성>을 띠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NCC가 진정으로 이 시대를 선도해나가려는 실질적 대표성을 띠고자 한다면, 앞으로도 시대의 징조를 읽을 줄 아는 한국교회협의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NCC는 지금까지의 한계를 벗어나 전환시대에 걸맞게 한국교회의 변혁을 위하여 새로운 에큐메니칼 운동의 성격과 대오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이르렀다 고 본다. 이것은 비단 NCC 뿐만 아니라 에큐메니칼 운동을 고민하는 기독운동 진영 전반이 그러하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한국교회 자체에 대한 근원적 변혁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도마에 올라야 한다 . 사회운동쪽은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전문가들이 훨씬 많은 실정이잖은가. 서로 발맞춰 연대를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부디 앞으로의 기독운동이 괜히 지난날의 기독운동의 역사에만 안주하거나 혹은 그런 방식에만 기대거나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의 낡은 에큐메니칼 운동방식만 생각지 말고, 이제는 <새 술은 새 부대>여야 할 것이다. 만일 이번 NCC 총무선출에서도 한국교회의 새로운 변혁과는 거리가 먼, 아예 민중교회나 대안교회 운동에 대한 경험이나 고민조차도 없는 리더가 나온다면, NCC는 그저 예전의 관성에 길들여진 채로 구태의연한 길을 계속 밟고 나가는 것밖에 되지 않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제발이지 이제부터는 NCC를 비롯한 한국교회의 기독운동 전반에 새로운 활력과 전망이 태동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정강길 위원  minjung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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