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소속 전국의 장애인들이 4월19일(목) 광화문에 모여 집회를 열고 곧이어 77명의 중증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내려 온몸으로 땅을 기어가는 오체투지로 청와대 입구를 향해 출발했다. 이들은 먼저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한 투쟁결의대회"를 연 후 광화문 정문으로 이동하여 마당극 형식을 빌어 ‘대통령에게 올리는 상소’를 익살스럽게 발표한 후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겠다.”며 청와대를 향한 것이다.

약 천여 명이 함께 한 가운데 77명의 중증장애인들은 그야말로 땅에서 몸무림치며 조금씩 전진했다. 그나마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들은 선두에 서서 전진을 했으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두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대표와 박명애 대표는 거의 제자리에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온몸으로 기어 청와대를 향해 가고 있다. ⓒ윤병희

일반적으로 오체투지는 죽비소리에 맞춰 땅에 엎드리고 일어나 몇 발자국을 내딛는 것이지만 이들 중증장애인들은 이런 격식을 갖추기 어려웠다. 그러나 본래 오체투지라는 말이 뜻하는 다섯 신체부위 즉 온몸을 땅에 닿게 하는 것이기에 이들 중증장애인들은 문자 그대로 오체투지를 진행한 것이었다.

이들이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6시쯤 출발해 정부청사교차로에서 경찰의 저지로 오체투지를 종료한 때는 8시 무렵으로 이미 어둠이 내려있었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정부청사교차로까지 거리는 220미터이다. 이들은 이 구간을 두 시간 동안 오체투지했다.

정부청사교차로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도로를 경찰이 차단하자, 이들은 오체투지를 종료하고 천 여 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휠체어에 몸을 싣고 경복궁역교차로를 돌아 자하문로를 따라 행진, 신교동 교차로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에 접어들어 진을 치고 문화행사를 했다. 이들은 이곳 도로에서 노숙할 자리를 폈다.

▲ 청와대를 행진 도중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상소문을 낭독하고 있는 장애인 ⓒ윤병희

이들 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4월20일 국가가 제정한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이러한 집회와 오체투지를 진행한 것은 국가가 제정한 이 날은 장애인들을 향한 동정과 배제, 그리고 차별을 은폐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장연은 이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새롭게 이름 붙이고 대대적인 집회를 열어 왔다. 이들은 4월19일을 시작으로 4월20일까지 이틀에 걸쳐 광화문에서 시작하여 청와대에서 노숙, 이틀째는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으로 이동할 예정으로 1박2일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특히 이날 집회장에는 한신대 학생들 40여명도 자리했다. 한신대 부총학생회장 은 "매년 이맘때 전장연의 집회에 참여한다. 오늘 총학생회, 신학과 민중신학회, 사회복지학과, 사회학과에서 왔다.  40여 명이 왔다."며 "일부는 행진할 때 풍물을 친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도 오늘밤 함께 노숙하고 내일까지 참여할 것이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확실히 하고, 부양의무제 폐지와 “꽃동네법”(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등급제라는 제도가 장애인들의 신체에 등급을 매겨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에 차등을 두고 등급별로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반인권적이고 비인간적인이라고 목소리 높여 비판해 왔다. 전장은은 광화문 지하도에서 농성장을 차리고 5년여를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쳐왔다.

또한 전장연은 장애인이 가족 구성원인 가정에 장애인을 부양할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면 복지 서비스를 전혀 제공 받을 수 없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했었다. 부모나 형제자매, 그리고 직계혈족 1촌은 장애인 가족 구성원을 부양해야 하는 제도로 가정을 붕괴시키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장애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었다.

전장연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뿐만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할 것을 계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특히 중증장애인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장애인거주시설에 수용하는 장애인거주시설들을 법의 제정을 통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올해는 한국의 대표적인 장애인거주시설인 충북 음성 소재의 "꽃동네" 시설의 이름 붙여 "꽃동네법" 제정을 촉구하며 법제정을 촉구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최한 집회에 한신대 학생들도 참여해 연대하고 있다. ⓒ윤병희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전장연은 장애인들에게 대표적인 악법으로 이 세 법을 폐지하려는 목적으로 5년여 전에 광화문 지하도에 이 악법들로 희생당한 장애인들의 영정을 모신 농성장을 마련하고 서명을 받아 왔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25일 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광화문 지하농성장을 방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죽어간 장애인들의 영정에 앞에 애도의 뜻으로 고개를 쑥이고 이 제도들을 폐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농성을 이어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아래 광화문공동행동)은 박 장관의 약속을 환영하며, 같은 해 9월 5일 농성장을 철수했다.

이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TFT가 구성되어 수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희  ubiquitas@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