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성당, 사찰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바자회를 여는 모습은 서울시 수유동에 사는 시민들이라면 이제 신기한 것도 아닌 듯 하다. 이웃의 아픔을 위해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분위기다.

7년을 이어온 <난치병 어린이 돕기 종교연합 바자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운동장에서 9월30일(토) 열렸다.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를 방불케 하는 바자회는 운동장을 가득 메운 주민들이 움직이는 통에 모래 먼지가 자욱하다.

▲ 세 종교의 연합바자회가 열린 한신대 신대원 운동장. 행사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수녀들. ⓒ 이정훈

다들 행복해 보인다. 장사가 잘 돼서인지, 앞에서 흥을 돋우는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가수들의 신나는 노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들 흥겹게 흥정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이런 주민들 사이에서 인사하기 바쁜 박승화 목사(송암교회)를 만났다. 보수적인 교회는 물론이거니와 진보라고 자처하는 교회에서도 이웃 종교가 함께 일을 도모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교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교연합 바자회를 진행하게 된 경위부터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길 건너 성당 건축 돕던 것이 연합바자회로 발전

박 목사는 “길 건너 위치해 있는 성당 건물을 짓는 일을 도우려고 시작한 것이 종교연합바자회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새로 부임한 신부님과 화계사의 주지 스님이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어, “세 이웃 종교가 곁에 있는 이웃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의기가 투합 되어 7년째를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인들의 만만치 않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교연합 바자회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매우 간단하게 대답하는 박 목사.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의 명령이시고, 다 종교 사회에서 종교인들끼리 으르렁 거리는 모습은, 시민들에게 전혀 종교인다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 종교연합바자회에서 참석한 주민들과 대담을 나누고 있는 박승화 목사. 이웃을 사랑하는 데에는 종교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한다. ⓒ 이정훈

이런 통에 5가정이나 교회를 떠났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박 목사의 의지는 굳어 보였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웃에 수도 없이 즐비한 타교단 목회자들이 전혀 찾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박 목사는 한 숨을 쉰다. “종교를 합치자고 하는 운동도 아니고 단순히 우리 이웃에 살고 있는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여는 것인데, 왜 그리 답답하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박 목사의 입술이 약간은 일그러진다.

그렇지만 “종교를 가지지 않은 주민들이 오히려 이런 송암교회를 자신들의 이웃들에게 소개한다”고 귀띔해 준다. “교회를 가려면 송암교회를 가세요”라고 말이다. 특별히 공격적인 전도를 하지 않는 송암교회가 꾸준히 새로운 교인이 늘어가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종교를 넘어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야 말로 전도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늘 빛이며 소금으로 위치한 교회가 이 땅에 예수께서 말씀하신 교회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처음에 종교연합 바자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수유1동성당과 송암교회는 일찍부터 파트너십이 있었다. ‘대송회’라는 모임을 통해서 유지해왔다. 수유1동 성당이 김대건 신부 기념성당이다. 그래서 김대건 신부의 ‘대’자와 송암교회의 ‘송’자를 합쳐 ‘대송회’라고 지은 것이다. 바자회는 성당을 지을 때 계기가 되어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전임 목사님께서 소천 하셨을 때 신부님이 조사를 하시기도 했다. 지금도 수유1동 성당과 송암교회는 강당교류를 하고 있다. 신부님이 오셔서 송암교회에서 설교도 하시고, 내가 수유동성당에 가서 설교도 하고 그런다.

그런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가 7년 전에 이종남 신부가 수유1동 성당으로 부임을 했다. 그런데 군에서 군승을 하시다가 화계사로 오신 성광스님이 이종남 신부와 절친한 사이라 이웃돕기 바자회를 성당과 교회만 하지 말고 화계사도 함께 하자는 제의가 있어서 함께 하게 되었다.

종교연합 바자회는 송암교회가 주관하고 매년 순번제로 돌아간다. 얻어진 수익금은 강북구청에 전달한다. 현재까지 20명에게 300만원씩 전달했다. 약 3억 원 정도가 성금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 지금은 주민 축제가 되었다.

▲ 바자회에 흥을 돋우기 위해 초청된 가수들의 노래에 흥겨워 하는 화계사 신자들. ⓒ 이정훈

▲ 종교연합 행사라 교인들의 반대도 있지 않았는가?
처음에는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분들은 왜 천주교와 불교와 그런 일을 하냐고 반대도 많이 했다. 설득하는 작업도 많이 힘들었다. 종교를 합치는 문제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서로 협조하는 것뿐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 문제로 5가정이 교회를 옮겼다.

하지만 지금은 공식적인 반대는 없다. 종단이 같이 해서 그런지 많이 분들이 찾아 온다. 지역 주민이 자신들의 행사로 알고 열심히 해주고 있다. 종교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래서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 반대하는 교인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교리와 종교에 상관없이 독립운동도 하지 않았나?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인데 종교가 다른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강조했다. 종교를 하나로 합치자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설득했다. 이웃에 있는 교회나 타 교단의 목회자들은 전혀 참석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당과 불교에서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어찐 된 일인지 모르겠다.

▲ 바자회를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는?
비신자들이 기뻐하는 것을 봤을 때 나도 보람이 있었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교회가려면 송암교회 가라는 말을 듣고 온 새신자가 있었다. 억지로 전도하려고 하지 않는데 그렇게 찾아오는 새신자들이 있어서 기쁘다.

또 바자회를 통해 혜택을 받은 아이 중에 건강하게 치료를 받고 대학에 진학한 아이가 있다. 우리는 구청에 수입금을 전달하고 구청에서 아이들에게 다시 전달하는기 때문에 우리는 성금을 받는 아이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 이름도 잘 알리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서 한 친구가 와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참 부끄럽기도 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니 감사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 바자회를 진행하시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웃종교에서 더 협조적이다. 도선사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 내가 수유동 지역에서 지역운동을 한 지도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이런 행사에 타 교단 목사들은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 앞면이 있어서라도 한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전혀 오지 않는다. 답답하기도 하다. 종교연합운동도 아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종교들이 협력해서 사업을 하는 일인데, 왜 그렇게 답답하게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 바자회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었으면 하는가?
앞으로 바라기는 더 많은 종교,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기를 바라고 현재도 계속해 참여하고 있다. 이제 지역 주민들이 구경꾼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서 했으면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서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종교가 협력해서 이웃돕는 일들을 통해 종교 간의 평화가 이루어지고 종교가 없는 시민들에게도 종교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보여줬으면 한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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