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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에서 와서,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침례를 받았다. 물에서 올라올 때, 예수는 곧 하늘이 갈라지며, 비둘기 형체의 성령이 그에게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쁨이다.’(막1:9-11 私譯) 복이 있어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마태5:9 私譯) |
(1)
세월호 참사가 터진지 4년이 흘렀습니다. 304명의 희생자들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지나간 과거가 아닙니다. 아직도 미완未完의 현재진행형 사건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촛불민주정권의 다짐은 반드시 실현돼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헌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의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는 국민 주권의식이 각성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누적되었던 친재벌반민중적親財閥反民衆的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척결의지가 하나로 모아져, 광화문 촛불시민 명예혁명으로 분출되었습니다. 공公의 성격을 지닌 국가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하여 비리와 부정을 일삼았던 적폐정권이 각성된 국민의 손에 의해 응징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각성된 시민들에 의해서 촉발된 광화문 촛불시민혁명과 그 결과로 태어난 촛불시민 민주정권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씨알민중의 승리사건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한국 근대사에서 씨알민중의 역사의식은 동학혁명에서 시작되었는데요. 1894년 갑오년에 씨알민중의 동학혁명은 반봉건반외세, 보국안민을 기치로 내걸었는데요, 문란해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하는 후천개벽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동학 씨알민중의 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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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ovanni Bellini's the Baptism of Jesus ⓒGetty Image |
1863년 11월 아브라함 링컨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민주국가의 근간을“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정치에서 찾았습니다. 링컨의 민권民權사상이 그 보다 30년 뒤에 발발한 동학혁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동학혁명은 씨알민중의, 씨알민중에 의한, 씨알민중을 위한 혁명이었습니다. 그 점에서 링컨의 노예해방 운동과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운동은 사회의 약자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근대 민주주의의 효시嚆矢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동학혁명의 인내천 사상은 1919년 일제 강점기强占期에 31독립만세운동에서 계승되었어요. 그 여파로, 한 달 뒤인 4월13일에 중국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요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이 아닌 대한민국大韓民國으로 제정했습니다. 왕이 아니라, 국민으로 나라의 주인으로 삼은 것이지요. 31 독립운동의 비폭력 평화선언은 중국의 5.4운동과 인도 간디의 비폭력 운동을 비롯하여 세계의 약소국들의 독립운동에게는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
동학민중혁명(1894), 31 비폭력 평화 선언(1919), 419민주 학생혁명(1960), 518광주시민 민주혁명(1981), 629시민 민주혁명(1987)으로 이어져온 씨알민중의 주체성과 민주정신의 화산맥은 드디어 1029광화문 촛불시민 명예혁명(2016)에서 꽃을 활짝 피우게 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한반도에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an era of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가 열리고 있다고 보는데요, 이는 4년 전 416 세월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국민주권의 각성이 촛불시민 정부를 탄생시켰고요. 촛불정권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의 제전祭典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올림픽의 본래 정신을 구현했던 것이지요. 지금 그 여파가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그동안 한반도에 짙게 드리웠던 전쟁과 냉전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습니다. 판문점에서 개최되었던 427 남북정상회담을 시발점으로 한반도 화해, 협력, 평화의 프로세스가 작동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 수교를 통한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더 이상 은둔국가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한 멤버로써 정상국가의 면모를 갖추어 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냉전지역인 동북아 및 세계 평화의 허브로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강국들과의 상호연대가 필수적입니다.
이미 노무현 정권이 구상했던 한반도 신경제 벨트 구상은 이제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현실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동북아 평화경제 지형地形을 바꾸기에 충분합니다. 산업, 물류, 교통을 중심으로 한 환황해環黃海 경제벨트(목포, 인천, 개성, 해주, 평양, 신의주, 중국의 대련), 그리고 가스, 에너지, 지하자원을 중심으로 한 환동해環東海 경제벨트(부산, 포항, 원산, 청진, 러시아의 하바로브스크, 일본의 니가타), 그리고 평화, 생태, 관광을 중심으로 한 H자형 경제벨트(인천, 강릉, 원산, DMZ, 금강산) 구상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 발전을 위한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고도孤島였습니다. 허나,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평화경제의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는 시발점에 서 있습니다.
시집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동아일보에“동방의 등불”이라는 짧은 시를 게재했는데요.(1929년 4월2일) 이 시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일제강점 하에서 비폭력 방법으로 자주독립과 세계평화를 부르짖었던 조선민중의 독립선언에서 타고르는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인류 미래의 희망을 보았음에 틀림없습니다.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이 시에서 볼 수 있는 타고르의 예언이 지금 한반도 상황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평화와 화해의 밝은 등불이 한반도에서 세계를 향하여 비추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5천년 역사에서 지금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평화의 물결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일 것입니다. 70여 년 동안 전쟁과 분단의 상흔傷痕으로 얼룩진 한반도였습니다.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를 포함하여 8천만 한민족의 염원과 평화를 갈망하는 온 세계인의 기대와 축복 속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니는 금번 회담을 계기로 이제 한반도는 세계의 냉전지역에서 세계 평화를 주도하는‘동방의 등불’로 정치지형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후천개벽의 출발점에 우리민족은 서 있습니다.
(2)
“천 갈래 바람(A Thousand Winds)”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원래 아메리카 인디언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던 것이었는데요. 노모의 죽음을 슬퍼하던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어느 한 미국인 여성이 영어로 번역하여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이 시를 전쟁터에 나가게 된 한 영국인 청년이 읽게 되었는데요. 입영통지를 받은 그는 어머니에게 편지 한통을 써주고 전쟁터에 나가지요.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그 때 이 편지를 읽어보셔요.”치열한 전투에서 청년은 그만 전사하고 맙니다. 아들의 장례식 날, 아버지가 이 편지를 개봉하여 읽는 장면이 BBC방송에 의해 온 세계로 생중계되지요. 그 방송을 들었던 일본의 한 작곡가에 의해 곡이 부쳐졌고, 그 노래가 오늘에 이르고 있지요.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 갈래 바람 되어, 찬란히 반짝이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살 되어, 소슬히 내리는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잠에서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보드랍게 빛난다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인디언의 시를 음미하면서, 나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죽음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어요. 죽음이란 존재의 무화無化가 아니라, 단지 존재의 형태변화일 뿐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치 누에고치가 나비로 형태를 변화하듯이, 죽음이란 종전의 허물을 벗고 또 다른 모습에로의 존재의 탈바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비록 에고로써의 개체적 자아는 사라질지 몰라도, 나는 또 다른 형태로 화생化生하고요, 때로는 천 갈래 바람이 되어 우리 곁에 영원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공 속에서 시공을 초월한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생멸生滅 속에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내 진정한 모습임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어요.
세월호의 희생자들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떠난 것이 아니고요. 갔지만, 간 것이 아닙니다. 천 갈래 바람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물러 있고요. 지금 여기 온 국민의 기억 속에 살아있지요. 다시는 세월호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는 나라, 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를 세우라고 우리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사건은 4년 전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변혁시키고 있는 현재진행형 사건입니다.
(3)
기독교의 뿌리를 깊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두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와 바울이 그들인데요, 예수는 유대의 벽지僻地 갈릴리의 시골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인간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인가? 그는 청년 시절에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懷疑를 했던 것 같고요. 크게 의심하면 크게 깨닫게 된다(大疑大悟)는 동양의 사상이 있는데요. 큰 의심을 풀기 위해 예수는 출가出家하여 갈릴리 전역을 주유周遊하였을 것입니다. 요르단의 유다광야를 지나면서 예수는 엣세네파의 사제 요한 세례자를 만나게 되지요.
요한의 금욕생활과 메타노이아metanoia 운동에 예수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요, 그가 품고 있던 인생에 대한 큰 의심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일정기간 동안 그의 메타노이아metanoia 운동에 가담하지요.
요한의 민중운동이 던진 메시지는 일목요연합니다.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였어요.(마3:2) 회개로 번역된 메타노이아metanoia는 다른 게 아니지요. ‘한 생각 바꾸는 것’입니다.
하늘나라(basileia)는 후천개벽을 암시하고 있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새 세상을 말하지요. 후천개벽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내가 사로잡혀있는 고착된 관념을 바꾸는 것입니다. 타성에 젖은 종전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새 세상에 들어갎 수 있습니다.
요한은 메타노이아metanoia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나눔의 삶(sharing life)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옷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과 나누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고요,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지요.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어떤 형편에서든지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지요.(룩3:10-14)
요한의 회개운동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종의 양심 실천 운동인데요.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이 나에게 해 주기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해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불의를 바로 잡는 일입니다. 사회의 소수자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휴머니즘사회 만들기 운동이지요.
(4)
요한의 회개운동에 매료되었던 예수는 그의 문하생이 되기로 결단하고 세례를 받는데요. 공관복음서가 나란히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예수가 요한으로부터 세례 받았다는 본문말씀은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에 근거한 것으로 보입니다.(마3:13-7; 막1:9-11; 룩3:21-22)
예수가 세례 받는 장면에서, 우리는 인간(나)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례 받을 당시 예수의 체험들은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자기이해 사건인데요,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올라올 때, 세 가지 장면이 연출됩니다.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내 몸에 내리고, 하늘소리를 듣게 됩니다.
초기기독교공동체 Q는 예수께서 세례 받은 사건을 하늘이 열린 개천開天 사건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예수에 의해서 하늘나라가 열리고, 아버지의 뜻이 지상에 펼쳐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늘 아버지의 뜻을 지상에 펼쳐 모두를 이롭게 하는 세상, 곧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열겠다는 것이지요. 본문에서 ‘하늘 열림’은 공인(公人)으로써의 예수의 자기이해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경일 중에 개천절開天節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데요. <환단고기>에 따르면, 개천開天 1565년 음력 10월 3일, 단군왕검이 조선을 건국했다고 나옵니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BC3897년 거발환 환웅이 태백산 신시神市에 삼부인三符印을 갖고 내려와 광명의 나라(배달국)를 세웁니다. 우리나라 개국 연도는 기원전 2333년 단군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원전 3897년 환웅에 의해서 세워진 배달조선이어야 할 것입니다.
환웅이 지상에서 펼치려 했던 하늘 뜻이 무엇인가요? 재세이화 홍익인간(在世理化弘益人間)입니다. 하늘이치(天理)로 세상을 다스려, 모두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휴머니즘사회를 구현하는 것이었어요. 우리민족은 고대로부터 종교성이 강한데요, 이는 상고시대로부터 전승된 천손天孫 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5)
예수께서 세례를 받을 때, 비둘기 형체를 한 ‘하나님의 영(to pneuma tou theou)’이 내렸다고 합니다. 비둘기는 순결과 평화를 상징인데요. 하나님의 영이 순결과 평화의 상징으로 성격화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예수 위에 내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인간의 몸이란 육肉 이상이라는 것인데요,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장소(topos)가 다름 아닌 인간의 몸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을 모신 존재로써의 인간의 자기이해이지요. 인간의 인간됨은 무엇으로 결정되나요? 하나님의 영에 의해서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창세기는 인간을 ‘살아있는 영(네페쉬 하야)’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창2:7)
예수의 이러한 인간이해를 바울도 따르고 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 신도들을 향해 말하지요. 여러분이 하나님의 성전이고, 여러분 안에 하나님의 영이 머물고 계십니다.(고전3:16-17) 그러하기에 여러분의 몸으로 하나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고(롬12:1),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라고 하지요.(고전6:20) 인간 몸의 신령스러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인간이해가 우리나라 상고사上古史에도 등장합니다. <삼일신고三一神誥> ‘신훈(神訓)’편에는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降在爾腦)’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自性)을 찾는 사람에겐, 그 분은 이미 너희 머릿골에 내려와 계심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영을 모신 존재로써의 인간의 자기이해인데요. 하나님을 밖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찾아야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에고의 뿌리인 참 나(自性)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신학적으로는 범재신론panentheism이라 하는데요. 하나님의 작품인 우주만물은 하나님 영의 작용 결과이며, 하늘아버지의 뜻이 깃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천부경>에는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사상이 있습니다. 인간의 몸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 요소와 눈에 보이는 땅 요소가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영을 모시고 있기에 신령스런 존재라는 것입니다.
(6)
예수가 들었던 하늘음성(天聲)은 무엇인가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나는 너를 기뻐한다.”였어요. 무슨 뜻인가요? 세례를 통해서 예수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천손의식天孫意識을 갖게 되었어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에서 나의 존재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지요.
하나님의 아들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사는 것을 말하지요. 주인의식은 이웃과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말하기도 하는데요, 내가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펼치고, 진리를 구현具現하는 삶이지요.
당나라 때의 임제선사는 “수처작주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을 말했어요.<임제록> 주인의식을 잊지 않고 살면, 발 닿는 곳마다 그곳이 다름 아닌 진리도량이라는 것인데요. 예수가 말한 하나님 아들 의식意識의 동양적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모신 성령과 소통하는 삶을 사는 것, 그와 동시에 내 뜻이 아닌 성령의 뜻인 양심을 펼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마태26:39) 양심은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인데요, 그것은 사랑과 정의로 수렴되지요.
(7)
본문은 큐마태(QMt)가 전해주고 있는 예수의 산상설교 한 대목인데요. 산상설교에서는 여덟 가지 복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 네 가지 복이 하나님과 연관되어 있지요.
하나님나라의 수혜자들은 누구인가요? 마음이 가나한 사람들입니다.(마5:3) 온갖 불이익을 감내하며 정의실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마5:10)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마음이 맑은 사람들입니다.(마5:8) 거울에 낀 먼지를 깨끗이 닦아내야 사물이 온전하게 반영되지요. 이와 같습니다. 마음의 탐욕을 털어내고 청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청정한 마음에서 우리는 진리 자체이신 하나님을 온전히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누가 하나님 아들이라 불리게 되나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eirenopoioi)’이지요. ‘에이레네(eirene)’는 히브리어 ‘샬롬(shalom)’에서 온 것인데요. 샬롬은 소극적 의미에서 전쟁의 부재不在 상태를 일컫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극적 의미에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저해하는 일체 반인륜적反人倫的 행태에 반대되는 개념이지요. 수동적인 평화 지키기(peace keeping)를 넘어서, 능동적인 평화 만들기(peace making)가 샬롬의 기본뜻이지요.
“복이 있어라.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누구인가요? 예수만이 아니지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평화 만들기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공생활公生活은 한 마디로 평화 만들기(peace making)였어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위에 하늘 뜻을 펼치는 삶이었어요. 예수의 첫 설교는 무엇이었나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복 선언이었어요.(눅6:20) 주기도문에서 볼 수 있듯이, 일용할 양식과 채무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씨알민중을 해방시키는 것이 예수 평화 만들기의 알짬이었습니다.(마6:11-12)
평화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이 있지요. 동양 문화권에서 평화는 화평和平를 말하는데요. 화(和)는 벼(禾)와 사람의 입(口)으로 조합된 글자이지요. 입으로 밥을 먹어야 생명이 지탱되고,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하늘과 땅이 공公이듯이, 천지의 결실結實인 밥 또한 공公일 수밖에 없지요. 사유화된 공公을 본래의 공公으로 돌리는 것이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요 희년운동이었습니다.
큐Q의 주기도문은 말합니다.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빚 지은 자를 탕감해 주듯이,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눅11:3-4) 경제와 분배정의 실현 없는 평화는 거짓평화임을 주기도문이나 동양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복이 있어라, 너희가 보는 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아!”(눅10:23) 이 큐Q 예수의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는 후천개벽시대의 전환점에 지금 우리는 서있습니다. 혼자의 꿈은 그저 꿈으로 머물러있지만, 더불어 함께의 꿈은 현실이 되어 역사와 세상의 운명을 바꾸어놓습니다.
김명수 kmsi1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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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너와 니시다 기타로, 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다
